원작 톰마소 그로시의 미완성 장편시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
대본 테미스토클레 솔레라(1815 ~ 1878)
초연 1843년 2월 11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1099년, 밀라노, 안티오키아(터키, 시리아와의 국경에 가까운 도시), 예루살렘과 그 부근
<2009년 1월 파르마 레조 극장 / 144분 / 한글자막>
파르마 레조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다니엘레 칼레가리 연주 / 람베르토 푸겔리 연출
아르비노.....영주 풀코의 첫째 아들..........로베르토 데 비아시오(테너)
파가노........영주 풀코의 둘째 아들..........미켈레 페르투시(베이스)
비클린다.....아르비노의 아내..................크리스티나 잔넬리(소프라노)
지젤다........아르비노와 비클린다의 딸.....디미트라 테오도슈(소프라노)
피로...........파가노의 시종.....................로베르토 탈리아비니(베이스)
아키아노.....안티오키아의 왕..................얀손스 발디스(베이스)
오론테........안티오키아의 왕자...............프란체스코 멜리(테너)
소피아........아키아노의 부인..................다니엘라 피니(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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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나부코>의 위대한 영광을 계승한 베르디의 장대한 전쟁 오페라
<나부코>로 공전의 성공을 거두었던 베르디와 라 스칼라는 또 하나의 작품을 추가로 완성하기로 의기투합하였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장대한 내용의 4막 오페라 <1차 십자군의 롬바르드 사람들(I Lombardi alla Prima Crociata)>이다. 1843년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여러모로 전작인 <나부코>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전작의 성공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베르디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에 필적하는 ‘주여, 당신은 우리를 고향에서 불러 O Signore, dal tetto natio’라는 걸출한 합창곡을 이 오페라에 삽입하였고, 옛 역사를 통해서 합스부르크에 저항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의지를 성지 회복을 위해 이교도와 싸우는 롬바르드 사람들의 모습에 투영한 듯한 애국적인 내용 또한 유사하다. 장황한 내용으로 인해 전작만큼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 오페라의 배경이 되는 도시인 밀라노에서만큼은 초연 이후 지금까지 즐겨 무대에 오르는 인기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베르디는 1847년에 파리의 관객들을 위해 이 작품을 그랜드 오페라 풍으로 대대적으로 개작하여 <예루살렘>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롬바르드 사람들>의 리브레토는 토마소 그로시의 동명 서사시를 기초로 테미스토클레 솔레라가 완성하였다. 극의 시대적 배경은 1차 십자군의 원정이 있었던 1096~7년이며, 롬바르드의 중심도시인 밀라노(1막), 십자군의 적국이었던 안티오키아(2막), 성지 예루살렘(3,4막)이 공간적 배경이다.
밀라노 영주의 두 아들인 아르비노와 파가노는 비클린다라는 미녀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뤘다. 비클린다가 아르비노를 택하자 파가노는 형을 살해하려다가 발각되어 추방된다. 긴 시간이 지난 뒤 사면을 받은 파가노가 다시 밀라노에 등장하면서 오페라가 시작된다.
형제는 화해의 포옹을 하지만 파가노는 여전히 아르비노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파가노와 자객들이 아르비노를 급습하지만, 착오 끝에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만다. 안티오키아는 아르비노가 이끄는 십자군의 공격을 앞두고 있다. 안티오키아의 왕자 오론테는 포로로 잡혀 있는 아르비노의 딸 지젤다를 사랑하기에, 기독교로 개종을 결심한다. 파가노는 아버지를 살해한 죄를 씻기 위해 이 근처에서 은자로 지내면서 신분을 숨기고 있다. 안티오키아는 십자군에 함락되고 부상을 입고 탈출한 오론테와 지젤다 앞에 파가노가 나타나 오론테에게 세례를 준다. 이제 십자군들은 예루살렘의 공격을 앞두고 있다. 파가노가 등장하여 십자군을 격려하고 이에 고취된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펄럭이는 십자군 깃발 아래서 파가노는 최후를 맞는다.
본 공연은 2009년 1월 파르마의 테아트로 레조에서의 실황을 담은 것으로, 이 오페라 최초의 HD급 영상물이기도 하다. 디미트라 테오도시우, 미켈레 페르투시, 로베르토 데 비아시오와 같은 실력파 가수들이 공연의 완성도를 드높였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
주세페 베르디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1096~1097년경, 밀라노, 안티오키아 주변, 예루살렘 근처를 배경으로 하는 4막 드라마 리리코이다. 이 작품은 〈나부코〉 다음으로 작곡된 베르디의 오페라로, 〈나부코〉의 흔적이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유럽에서 지금까지도 자주 공연되는 베르디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이다.
전쟁 속에 핀 사랑과 용서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롬바르디아 공국의 그리스도 교도들이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기독교도들의 무용담을 소재로 한다. 각 막의 장소는 계속적으로 변하며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다소 복잡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화해와 용서를 하며 끝맺는 이 오페라는 꽤 감동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추방된 파가노가 사면을 받고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파가노는 사랑하는 여인 비클린다가 형 아르비노를 선택하자 형을 죽이려고 하여 추방된 것이다. 파가노는 사면을 받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아르비노를 죽이고 비클린다를 차지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죽은 것은 그의 아버지 폴코이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하는 파가노를 아르비노가 말린다. 파가노는 성을 떠나 은둔자가 된다.
파가노와 함께 아르비노를 죽일 계획을 세웠던 피로 역시 추방되어 안티오키아 성문의 문지기가 된다. 피로는 죄책감에 사로잡히는데 이 때 나타난 은둔자(파가노)가 피로에게 속죄를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포로가 된 지젤다에게 사랑을 느낀 안티오키아 왕의 아들 오론테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개종할 것을 결심한다. 십자군 원정에 출정한 아르비노는 은둔자(파가노)와 피로의 도움으로 성을 습격할 수 있게 된다. 아르비노를 비롯한 십자군 병사들이 터키군을 뒤쫓아 나타난다. 지젤다는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보며 공포에 떤다.
아버지의 진영에서 도망 나온 지젤다는 죽은 줄 알았던 오론테를 산속에서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전장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오론테는 은둔자의 도움으로 세례를 받은 후 죽음에 이른다. 지젤다의 꿈에 오론테가 나타나 십자군의 승리를 예언한다. 이에 그녀는 승리를 알리기 위해 십자군 진영으로 간다. 예루살렘을 곧 탈환할 수 있음에 환호하는 십자군은 격렬한 마지막 전투에 임한다. 전투 중에 은둔자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고, 자신을 간호하는 아르비노와 지젤다에게 자신이 파가노임을 알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파가노를 용서하고 파가노는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속에 숨을 거둔다.
<나부코>의 그림자
〈나부코〉의 다음 작품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베르디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전작의 부담감을 가지고 작곡에 착수한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그래서인지 작품 곳곳에 〈나부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등장인물과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바빌론인들에게 예루살렘의 성을 탈환하려는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을 탈환하려는 롬바르디아인의 그리스도교의 이야기는 기독교도들의 무용담으로 이미 줄거리에서 통하는 바가 있다. 베르디는 또한 〈나부코〉에 담긴 많은 요소들을 이 작품에 다시 한 번 쓰면서 〈나부코〉의 외전격인 작품을 만들었다. 〈나부코〉의 대성공을 만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 비견될 만한 합창곡 두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개의 합창곡 중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에서 유명한 것은 4막 2장에 나오는 합창 ‘주여, 당신은 우리를 고향에서 불러’이다.
2명의 리드 테너가 만든 특이함
〈제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조금 특이한 배역 분담을 보인다. 오페라에는 두 명의 리드 테너가 작품에 두 가지 주요한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리드 테너 역은 오론테와 아르비노로, 작품에서 중요한 두 축을 이루고 진행한다. 길고 규모가 큰 이 오페라에서 아르비노는 많은 대목에서 남자 주인공과 같은 역할로 노래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분산시킨다. 이렇게 두 명의 테너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오페라는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이러한 배역 분담은 아마도 오론테를 테너로 맡기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된다. 남자 주인공인 오론테는 기독교도가 아니라 이슬람교도였다. 베르디는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테너를 이교도 역이 부르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베르디는 오론테를 작품에서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2막 1장에서 지젤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그에게 그의 어머니가 개종을 권유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렇게 이 작품은 두 명의 최고의 테너가 필요한 오페라가 되었다.
2막 1장 오론테의 아리아, ‘그녀를 감싸리라(La mia letizia infondere)’
아키아노의 아내 소피아는 그리스도교로 개종을 하였다. 오론테는 포로로 잡혀온 지젤다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는 그녀를 떠올리며 안단테 ‘그녀를 감싸리라’를 부른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이 감미로운 선율로 흘러나온다. 오론테의 감정을 알게 된 그의 어머니는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려면 기독교로 개종해야한다면서 오론테를 부추긴다. 이에 오론테는 기뻐하며 카발레타 ‘하늘이 만드신 천사(Come potevaun angel)’를 부른다.
4막 2장 합창, ‘주여, 당신은 우리를 고향에서 불러(O signore, dal tetto natio)’
승리를 눈앞에 둔 십자군과 순례자들은 고향을 그리는 합창을 부른다. 찬송가처럼 느리며 대부분이 유니즌으로 이루어진 이 합창은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그 모델이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나부코〉의 성공을 기원하며 의식하고 쓴 것으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받지만 〈제2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에서 가장 유명하며 감동적인 작품이다. 과거 롬바르디아 주였던 밀라노에서는 특히 인기 있는 합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