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외젠 스크리브와 에르네스트 르주베의 <아드리엔 르쿠브뢰르>
대본 아르투로 콜라우티
초연 1902년 밀라노 테아트로 리리코
배경 1730년 루이 15세 치하의 파리
<2010년 11월 22일 & 12월 4일 로열 오페라 하우스 / 150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마르크 엘더 지휘 / 데이빗 맥비카 연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코메디 프랑세즈의 인기 여배우..........안젤라 게오르규(소프라노)
마우리치오.....................폴란드의 왕위 계승자. 삭소니 백작.....요나스 카우프만(테너)
부이용 공작....................파리의 권력가인 대귀족....................마우리치오 무라로(베이스)
부이용 공작부인..............공작의 부인....................................올가 보로디나(메조소프라노)
샤죄이 수도원장..............신부이자 부이용 공작의 측근.............보나벤추라 보토네(테너)
미쇼네...........................코메디 프랑세즈의 무대 감독.............알레산드로 코르벨리(바리톤)
쥐브노...........................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제니스 켈리(소프라노)
당르빌...........................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사라 캐슬(메조소프라노)
푸아송...........................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이아인 파톤(테너)
퀴노..............................코메디 프랑세즈의 배우....................데이빗 소르(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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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프랑스 문학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당대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의 실제 삶을 기초로 한 작품이다. 소프라노 가수들에게 개성이 강한 배역으로 사랑을 받아온 아드리아나를 안젤라 게오르규의 음색으로 듣는 기회.
열정이 부른 그녀의 죽음, 마우리치오를 향한 무조건적인, 그러나 금지된 사랑
죽음을 다룬 정통 오페라
=== 줄거리 === <내지해설 / 박제성 번역>
1730년경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1막 코메디-프랑세스의 무대 뒤
코메디-프랑세스 극단은 라신느의 비극 바자제를 공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위대한 여배우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와 그녀의 라이벌인 뒤클로가 등장할 예정이다. 무대감독인 미쇼네는 배우들의 각종 불평들과 요구들을 처리해주고 있다. 극장의 후원자이자 뒤클로의 애인인 부이용 공작과 샤죄이 수도원장이 배우들을 격려하러 무대 뒤로 온다. 아드리아나가 등장하여 자신의 대사를 리허설한다. 그녀는 공작과 수도원장의 찬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드라마틱한 예술에 대한 종일뿐임을 역설한다("저는 다만 창조주의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미쇼네는 아드리아나와 단 둘이 남아 있다. 오랜 동안 그녀를 사모해온 그는 최근 상속받은 것을 빌미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여 결혼승낙을 받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아드리아나가 폴란드 왕위 계승자이자 삭소니의 백작 밑에서 봉사하는 마우리치오라는 젊은 기수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바람에 자신의 뜻을 접는다. 그녀는 마우리치오가 바로 그 백작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는 등장하여 아드리아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선언한다("우아하고 달콤한 미소"). 그들은 공연이 끝난 뒤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녀는 그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며 무대로 올라간다.
수도원장은 마우리치오에게 보내져야 할, 당일 밤에 만나자는 약속이 적힌 편지를 가로챈다. 그는 이 편지가 뒤클로가 쓴 것이라고 오해했는데 왜냐하면 만나자고 한 빌라는 공작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클로는 사실 부이용 공작부인과 그녀의 이전 애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마우리치오 사이의 중개인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애인인 뒤클로에게 싫증이 나 있던 공작은 바로 그 시간과 장소에서 파티를 열어 그 커플을 놀라게 하려고 결정한다.
미쇼네는 아드리아나의 공연을 지켜본다. 마우리치오는 공작부인으로부터의 편지를 전달받는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상황 때문에 그는 공작부인을 만나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무대에 있는 아드리아나에게 쪽지를 보내 만나자는 약속을 취소한다. 비록 아드리아나는 그의 메시지를 받고 당황해 했지만 파티에 초대한다는 공작의 제안을 서슴없이 받아들인다. 그녀는 삭소니의 백작이 여기 온다는 것을 들었기에 자신의 애인인 '기수'를 진급시켜달라는 청탁을 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 그 파티에 참석하려고 한다.
2막 세느 강가에 있는 뒤클로의 빌라
공작부인은 열렬하게 마우리치오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아직도 그를 질투하며 사랑한다("쓰디쓴 즐거움, 달콤한 괴로움"). 그가 도착하자 그녀는 제비꽃을 알아채는데, 마우리치오는 다른 여인이 준 꽃이라는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오히려 그 꽃을 그녀에게 선물한다. 공작부인은 마우리치오를 위해 프랑스의 여왕과 나눈 대화를 그에게 들려주지만,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해주지 않는다.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공작과 수도원장이 도착하여 새로운 애인이 생긴(그들은 뒤클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우리치오를 환영한다. 마우리치오는 공작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대로 연기를 한다. 아드리아나가 도착하고 그녀는 자신의 애인이 삭소니 백작임을 알게 된다. 수도원장은 아드리아나에게 마우리치오가 빌라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을 했고, 마우리치오는 그녀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인 상황 때문임을 설명해 준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말한 다음 그 다른 여자가 발각되지 않고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아드리아나는 이에 수긍하고 그의 지시를 따른다. 아드리아나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공작부인은 질투심에 휩싸인다. 어둠 속에서의 신경전을 통해 서로는 마우리치오의 사랑에 대한 자신의 라이벌이 누구인지를 의심한다. 나머지 사람들이 파티에서 돌아온다. 아드리아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밝히고자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팔찌만을 남겨둔 채 사라져버렸다. 아드리아나는 마우리치오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확신한다.
3막 부이용 공작의 궁전
수도원장은 파티 준비를 감독하고 있다. 그는 공작부인과 농탕질을 하지만 그녀는 그의 관심이 지루할 뿐이다. 아드리아나가 도착한다. 공작부인은 아드리아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도와준 여인임을 알아챈다. 아드리아나가 자신의 라이벌임을 확인하기 위해 공작부인은 그녀에게 자신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말하고, 아드리아나가 흘려들을 수 있도록 마우리치오가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드리아나가 충격을 받은 모습을 통해 공작부인은 자신의 모든 의심을 확신한다. 아드리아나로 하여금 놀라움과 안심, 기쁨을 느끼게 해주려는 듯 마우리치오가 마침 등장한다. 공작의 청으로 마우리치오는 이 파티를 위해 쿠글란트 전쟁에서의 승리("러시아인 멘치코프")를 묘사한다. 파티의 여흥으로서 파리스의 심판을 주제로 한 발레 공연이 시작된다(신화에서 분쟁의 여신은 신들의 축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고 새겨진 황금사과를 던진다. 목동이자 왕자인 파리스가 그 심판을 맡았다).
아직도 질투를 느끼고 있는 공작부인은 아드리아나를 조롱하지만 점차 격렬한 신경전으로 번져나간다. 공작부인이 제비꽃에 대해 언급하자 아드리아나는 팔찌를 보여주고 공작은 이것이 자신의 부인의 것임을 알아본다. 이 상황을 절충하고자 공작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드리아나에게 그녀의 유명한 역할들 가운데 한 대목을 연기해달라고 청을 한다. 공작은 아드리아나에게 라신느의 페드라를 제안한다. 아드리아나는 페드라가 자신의 불륜과 근친상간에 대한 열정을 고백하는 장면을 선택했다. 이 대사는 공작부인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파티가 공연으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공작부인은 그녀의 모욕에 분노에 사로잡힌 채 복수를 맹세한다.
4막 아드리아나의 집
마우리치오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아드리아나는 무대를 떠나 은퇴를 한 뒤 고독하게 보내고 있다. 그녀의 명명일인 탓에 미쇼네가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도착한다. 코메디-프랑세스 소속의 네 명의 단원들도 그녀가 다시 극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준다. 그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는 시점에 맞추어 미쇼네도 선물을 준다. 그는 아드리아나의 저당잡힌 보석을 되찾아오는 데에 자신의 유산을 쓴 것이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아드리아나는 무대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아드리아나 앞으로 "마우리치오로부터"라고 적혀 있는 상자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이제는 시들어 말라버린 제비꽃이 들어 있고, 이것을 그녀는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녀는 격심한 슬픔에 빠지고("불쌍한 꽃") 제비꽃에 마지막 입맞춤을 한 뒤 난로 안으로 던져버린다.
미쇼네는 이미 마우리치오를 불렀고, 계단을 뛰어올라온 그는 아드리아나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헌신을 맹세한다.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슬픈 어조로 함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그에게 제비꽃에 대해 묻지만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 상자는 그가 보낸 것이 아니다. 갑자기 아드리아나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자신이 비극의 여신인 멜포메네라고 외치는 한편, 그녀가 공작부인을 앞에 두고 무대 위에 섰을 때를 회상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다. 공작부인이 독을 뿌린 제비꽃을 그녀에게 보낸 것이고, 결국 복수는 성공했다. 아드리아나는 마우리치오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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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존 스넬슨 / 박제성 번역>
장면을 만나다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두 개의 연속적인 경이로운 아리아를 - 히로인의 1막 아리아 "저는 다만 창조주의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Io son l'umile ancella)"와 4막의 "불쌍한 꽃(Poveri fiori)" -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틱한 콘텍스트와는 별도로 스타급 소프라노를 위한 잔치로서의 이 발췌 아리아들 덕분에 이 오페라 전체가 유명해질 수 있었다. 작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는 이 아리아들로 가수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서정적인 작곡방식을 보여준 반면, 전체 오페라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상 또한 만들어냈다. 이 마지막 가정에 도전하는 작품 전막공연은 이탈리아 밖에서는 극히 드물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2010년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이 프로덕션 전에 코벤트 가든에서 이 오페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1904년과 1906년, 단 두 차례의 짧은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련되고 매혹적으로서 고도로 정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스러운 멜로디 스타일, 순수한 음악적인 우아함 등등에 있어서 보다 폭넓게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1866년 7월 20일에 태어난 칠레아는 차세대 악파(giovane scuola)로 알려져 있는 푸치니,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카탈리니, 레오니, 프라체티, 볼프-페라리, 죠르다노 등등과 같은 동시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그룹에 속한다.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상징과 세계를 상대로 하는 외교대사로서 베르디의 계승자를 찾고 있었던 이탈리아 음악 세계의 관심은 이들에게 쏠렸다. 후대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일련의 국제적인 오페라 성공작들로 자리잡은 푸치니를 이 자리에 확고부동하게 올려놓았지만, 반드시 무대에 올려져야 할 19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작품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칠레아는 1902년 11월 6일 밀라노 리리코 극장에서 초연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로 성공을(엔리코 카루소가 마우리치오 역을, 안젤리카 판돌피니가 아드리아나 역을 맡았다) 거둔 반면, 푸치니가 1904년 2월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가진 <나비부인>의 첫 번째 버전 초연은 재난에 가까운 실패로 기록되고 있다. 이들 작곡가들 사이에서 베르디의 후계자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벌어진 경쟁은 카사 리코르디(베르디와 푸치니의 출판사)와 카사 무지칼레 손조뇨라는 두 개의 거대 음악출판사 사이의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다. 상업적인 이득에 있어서 이들 두 개의 출판사는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의 레퍼토리에 영향을 받았는데, 적어도 베르디 레퍼토리에 대한 권리를 연장한 리코르디가 우위를 점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손조뇨의 상품들 -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와 칠레아의 <아를르의 여인>(1897), <글로리아>(1907)을 포함한 - 은 정규 레퍼토리로 일치감치 자리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속적인 임상단계를 갖지 못했다.
작곡가 또한 이러한 과정들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칠레아의 스타일은 전적으로 19세기 낭만주의 리리시즘에 기반을 둔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모더니즘이 가장 중요한 셀링 포인트였다. 게다가 복잡한 플롯 덕분에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명성은 더 높아질 수 없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극의 흐름을 개선시키기 위해 초연에 앞서 칠레아가 가한 삭제 장면들로 인해 더더욱 플롯은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두 개의 대목을 삭제한 것이 이러한 난해함을 야기시켰다. 우선 2막 마지막 부분에서 부이용 공작부인이 도망간 다음 미쇼네가 아드리아나에게 한 여자(공작부인)가 마우리치오와 함께 정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하면서 그녀가 예기치 않게 떨어뜨리고 간 팔찌를 줍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 다음으로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3막 처음, 즉 부이용 공작(아마추어 화학자)이 부인과 수도원장에게 특별한 파우더(시든 꽃에 뿌리게 될 독)를 비롯한 각종 장비와 약품들을 포함한 자신의 실험실 전체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 말하는 부분이 생략된다. 이 짧은 아리아에서 공작은 이 파우더가 얼마나 짧은 시간 내에 치명적인 효과를 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의심받지 않고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공작은 일말의 낌새를 눈치챈다. 진정한 추리소설적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들 장면은 4막에서 공작부인의 의도와 동기, 제비꽃에 독을 묻히게 된 기회 등등과의 개연성을 완성시킴으로써 청중들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물론 미쇼네가 팔찌와 시든 꽃다발에 대한 논리적인 믿음을 비약했지만 말이다. 문자 그대로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리브레토상 표현되는 이야기는 일말의 균열을 갖고 있다고 생각될 수 있고, 이것은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가 독창적인 오페라라는 관점에서 멀어질 수 있는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신 오페라는 코메디-프랑세스의 주역 여배우였던 아드리엔느 르쿠브뢰르(1692~1730)와 작센의 모리츠 백작(1696~1750) 사이에 일어난 실제 연애사건에 대한 픽션을 선택적인 논리의 렌즈를 통해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연극은 이야기, 등장인물들, 서사, 실제 오페라 하우스 청중의 인식을 고스란히 내비친다. 무대에서 극이 시작되면 1막에서는 의상과 소품들을 들거나 대사를 리허설하며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 사이의 대조가 강조된다. 그리고는 존경받는 공작과 수도원장이 도착한다 : 공작은 우아한 향기를 감지하지만 미쇼네는 이를 극장 냄새라고 치부해 버린다. 연극(혹은 여배우는)은 극장에 대한 환상에 관대한 청중을 대표하는 공작에게 집중한다. 일종의 현실도피로서 그들은 그 이상세계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들은 비현실성과 이것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메디-프랑세스의 배우들은 어디까지나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다 - 소품들과 의상들, 등장인물 같은 것들은 그들이 무대를 떠나면 곧바로 내팽겨쳐지기 마련이다. 1막에서 배우들은 장-프랑수와 르나르가 1704년 코메디-프랑세스를 위해 쓴 희곡을 공연하려고 한다. 그 제목은 사랑의 광기(Les Folies amoureuses)로서 이것은 역사적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다. 공연 속의 공연은 주요 필연적인 플롯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3막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등장한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이것은 드라마를 장식하여 그 강도를 강화하고자 한 궁정의 오락문화와 역사적으로도 맞닿아있는데, 특히 이 프로덕션처럼 시각적인 정밀도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칠레아의 음악은 바로크 방식(마스네와 푸치니가 공통적으로 마농 레스코의 오페라 버전을 작곡하면서 18세기 고전주의를 어느 정도 채택한 것처럼)의 번복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더 감정에 호소한다. 그 결과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합창이 자아내는 지속적인 전원적 분위기와 같은 오페라 음악의 다른 부분들을 특징있게 만든다. 이러한 것들이 공연 안의 공연에서 들리는 것처럼 만든다. 다음 차원으로 넘어가서, 신화의 선택과 관련된 연관성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파리스의 판결은 사실상 마우리치오의 판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드리아나냐 공작부인이냐? 오페라 청중들은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차원에서의 의미를 받아들여 이들로부터의 성찰을 통해 제3의 차원을 창조해낸다. 장르의 관계 역시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르들, 즉 발레와 오페라, 연극 역시 한 곳으로 모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드리아나는 입장하자마자 라신느의 바자제에 등장하는 대사를 리허설하며 공연에서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병치시킨다. 비록 아름답게 다듬어진 화성의 후광으로 그녀의 등장이 예고되지만 - 음악적 방식에 의한 연극의 스포트라이트와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아우라에 의한 환기 - 그녀는 낭독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모두 떠나라 Tutti uscite"라는 구절을 노래 부른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록산느와 라신느의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 아드리아나와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라는 연기자 사이의 대립을 곧바로 만들면서, 동시에 여배우와 오페라 가수, 오페라의 등장인물과 실제 오페라에서의 연기자 사이의 대립 또한 설정한다. 이어지는 아리아인 "저는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Io son l'umile ancella"에서 그녀는 무대가 궁극적으로 스타급 연기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된 감정을 위한 것이라는 올바른 시각을 강조한다. 물론 공작과 수도원장(아마도 오페라 청중에 해당하는)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스타급 여배우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미쇼네는 오페라의 세계에 있어서 연기자와 역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것을 넘어서서, 이 작품에서 특히 미쇼네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은 리브레티스트인 아르투로 콜라우티와 작곡가 칠레아가 실제 공연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반증한다. 1막에서 미쇼네는 무대 옆에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아드리아나의 무대공연에 깊이 몰두하며 정확한 평가를 내린다. 이것은 러시아 인형을 하나하나 꺼내며 평가하는 것과 같은 연극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 : 이 대목에서 오페라 하우스 청중은 낭창을 통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여배우의 공연을 프레이징을 잘못 노래 부르고 있는 캐릭터로 오인한 채 오페라 가수의 연주를 바라본다. 더 나아가 여배우(연극배우)는 스타급 소프라노(가수)에 의해 연기되는데, 이 부분에서 그녀는 여배우와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다만 오케스트라만이 그녀의 멜로디를 연주한다("저는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가 반복된다). 이 부분은 공연시 반드시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누가 연기를 하고 있고 누구를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접근방식은 그 내용과 더불어 오페라 자체가 연극적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또한 코메디-프랑세스 소속이 아닌 등장인물들(수도원장과 특히 공작)의 독립된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서 전문배우들보다 훨씬 더 연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또 다른 중요한 등장인물인 아드리아나의 극적인 라이벌 마드모아젤 뒤클로는 오페라에서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그녀가 등장하지 않아도 공작의 애인이자 공작부인과 마우리치오의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따로 플롯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실하게 해낸다!). 어디까지나 연극적인 조건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서, 여기에 등장하는 편지와 같은 무대 소품들은 "현실의 삶"으로서의 의미를 띠고 있고 정체성은 숨겨지거나 서서히 혼란스러워진다. 또한 동시발생적인 세계로서 상상의 도약이나 극한적인 반응들은 용납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감정적인 진실과 변별성을 규정짓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청중이 연극 그 자체의 관점으로 극을 바라보게끔 한다.
2막 첫 부분, 공작부인이 혼자 등장하는 장면의 아리아 "쓰디쓴 즐거움, 달콤한 괴로움 Acerba volutta, dolce tortura"에서 표현되는 것은 그녀의 멜로드라마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신경증적인 에너지의 폭발로부터 전율적인 예감과 증폭하는 사랑의 표현으로 방향이 바뀌어 나간다. 만약 극중 인물들 가운데 자의식적인 연기자처럼 보이는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공작부인이다. 아드리아나의 "저는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는 무대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유도된 아리아로서, 마우리치오의 아리아 "러시아인 멘치코프 Il russo Menchkoff" 또한 이러한 맥락이다 - 이 오페라는 독백조라기 보다는 대화의 오페라다. 그러나 2막 시작부에서 공작부인으로 하여금 노래를 유도하는 등장인물은 없다. 전적으로 오페라 청중을 위한 프리마 돈나의 아리아다. 이러한 전형적인 오페라적 관습의 사용으로 인해 공작부인은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대사가 없을지라도 사람들은 그녀가 무대 위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관심의 중심에 서 있다(메타-연극적인 세계 - 오페라 가수로서 - 에서도 그녀는 그러하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그녀가 등장하지 않고도 아드리아나로 하여금 연극적으로 고안된 공작부인의 개인적인 음모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만든 점이다.
공작부인은 드라마에서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산하지 않지만 음악에서는 그러하다. 세 개의 음표로 구성된 요동을 치는 듯한 모티브는 음악에서 그녀가 무대에 등장할 때와 그녀가 의도하거나 격렬한 질투에서 비롯한 명백한 효과를 통해 그녀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순간들마다 등장한다. 이 모티브는 아드리아나가 바자제를 연기하러 올라갈 때 등장하는 금관의 팡파레를 통해 처음으로 제시되는데, 여섯 마디에 불과한 이 대목은 쉽지 않은 대위법적인 반복 패턴으로 발전하고, 그 다음으로는 2막 오케스트라 도입부에서 공작부인이 마우리치오를 기다리는 대목의 개시주제로 사용된다. 4막 시작부에서도 이 요동치는 듯한 주제는 주요 멜로디를 수반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먼저 운명적인 제비꽃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들을 수 있고 이후 "불쌍한 꽃"에서는 완전히 발전된 음악으로 등장한다. 이 모티브는 마치 공작부인의 악행이 그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악보 전체에 퍼져 있다.
극적인 집중력을 위해 특징적인 음악적 주제들을 다루는 기술은 오페라 작곡가에게 있어서 상투적인 것이지만, 칠레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통해 순환음악을 다루는 기술을 훌륭하게 완성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칠레아의 음악은 독창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의 분위기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특히 코메디-프랑세스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에너지와 생기발랄함이 흥겨운 앙상블에 잘 묻어난다 : 수도원장과 공작 커플과 더불어 음악적 협동을 통해 두드러진 명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스타카토와 상승 아르페지오는 이러한 대목의 성격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드리아나의 구애자들인 미쇼네와 마우리치오는 작곡가의 음악-드라마적인 이해를 수반한 빛나는 통찰력을 증명해 준다. 미쇼네는 1막에서 용기를 내서 아드리아나에게 청혼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음악 또한 그의 사모하는 마음을 상승하는 3/4박자 멜로디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낸다(화성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과묵함은 멜로디 진행을 방해하는 동시에 희비가 엇갈리는 통렬함을 나타내는 싱코페이션 처리된 대위법적 음표들의 내선율을 통해 전달된다. 항상 멈췄다가 시작하는 그의 말과 아드리아나의 대답이 결합하여 부끄러운 숭배에 대한 사랑스러운 묘사를 만들어낸다. 미쇼네가 아드리아나를 위해 웅변적이며 대담하게(일체의 멈춤 없이) 자신의 멜로디를 노래 부르는 대목은 4막에 등장한다 - 왜냐하면 그는 그녀가 잠이 들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막에서 마우리치오는 미쇼네가 아드리아나에게 청혼을 실패하자마자 등장한다. 여기서 은유적이고도 직설적으로 그들의 머리 위로 미쇼네의 신경질적인 반음계가 흘러간다 : 상승 대신 하강 반음계 활주로 시작하는 3/4박자 멜로디는 감각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서 일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유창하게 흘러간다. 구애자들은 동일한 음악적 재료를 갖고 있지만 한 사람만이 승리를 거둔 연인으로서의 완전한 확신을 담아 이 재료들을 통합한다.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에서는 등장인물과 상황의 반영들이 칠레아의 예리한 음악적 운용에 의해 창조되고, 정의라는 명제가 이 오페라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알아가면 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가상과 살제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며 깊이 있는 연극적인 정수를 짚어나간다. 데이빗 맥비카의 프로덕션은 이러한 점들을 성공적으로 충족시켰고, 특히 찰스 에드워드의 역사적으로 정통성을 갖는 세트에 비견할 만한 진실성으로 무대 전환과 비행 장치들을 갖춘 바로크 극장을 완벽하게 재창조해냈다 - 실제 인물인 아드리엔느가 보았더라도 인정했을 법한 물질적인 세계다. 그리고 칠레아는 이 분명한 주제들을 즉각적으로 등장시키며 드라마틱한 필연성과 감정적인 표현력을 결합한, 외관상 거침이 없는 흐름을 훌륭하게 직조해냈다. 한편 이 작품에는 유명한 두 개의 아리아들보다 더 많은 아리아들이 포함되어 있다. 칠레아와 동시대 이탈리아 작곡가인 푸치니에 의해 만들어진 짙은 그림자에 파묻혀버린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향한 찬란한 조명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 작품 해설 === <2013년 12월 20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칠레아,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베리스모의 폭발적 표현과 우아한 푸치니식 선율의 조화
1902년 11월 6일, 밀라노 테아트로 리리코에서 초연
꽃향기로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요?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제비꽃 살인사건'이라는 독특한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입니다. 살해당한 주인공이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여서 더욱 흥미를 끄는 오페라죠. 이 소재를 다룬 19세기 프랑스 작가 외젠 스크리브와 에르네스트 르구베의 희곡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바탕으로 작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Francesco Cilea, 1866-1950)는 1902년 11월 6일, 밀라노 테아트로 리리코에서 이 오페라를 초연했습니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오페라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1730년, 루이 15세 시대의 파리입니다.
그보다 앞선 시대인 루이 14세 때 극작가이자 대배우였던 몰리에르의 극단에서는 새로 공연할 작품을 극단원들이 투표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은 다양한 계층 출신이었고 배우라는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특별히 낮지는 않았지만, 교회가 직업 배우에게는 장례의식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년에 배우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몰리에르가 죽은 뒤 그의 극단은 마레 극장과 통합되었고, 루이 14세는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던 부르고뉴 극장까지 통합해 1680년에 '코메디 프랑세즈'로 이름 붙이고 이들에게 파리의 연극 상연 독점권을 주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코메디 프랑세즈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해체되었다가 1799년에 국립극장으로 재출발했습니다. '코메디'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희극 전용극장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 '코메디'는 그저 연극이라는 뜻이니까요. 이 극장은 주로 고전 비극을 공연할 의무를 지니고 있지만, 근대극도 공연해왔습니다. 지금까지도 배우들의 강력한 의사결정권이 다른 나라 극장들의 부러움을 사는 곳입니다.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1막 무대는 바로 이 코메디 프랑세즈의 무대 뒤입니다.
연적을 꽃향기로 독살한 '제비꽃 살인사건'
1막 –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 뒤
배우들이 공연을 앞두고 바쁘게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 부이용 공작(베이스)이 수행원과 함께 나타납니다. 공작은 자신의 정부인 여배우 뒤클로가 의상을 갈아입는 동안 다른 배우들에게 수작을 겁니다. 오늘의 주역인 아드리아나(소프라노)가 등장해 연습하다가,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겸손하게 물리칩니다(나는 창조주의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작은 뒤클로가 다른 남자에게 쓴 편지를 가로채 오라고 수행원에게 시킵니다.
홀로 있는 아드리아나에게 연출가 미쇼네(바리톤)가 사랑을 고백하려는 순간, 아드리아나는 작센 백작의 기수가 자기 연인이며 오늘 밤 극장에 자신을 보러 올 것이라고 들떠서 이야기합니다. 사실 마우리치오(테너) 자신이 그 작센 백작이지만 신분을 감추고 있죠. 마우리치오는 아드리아나에게 사랑을 노래하고, 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아드리아나는 제비꽃다발을 사랑의 정표로 그의 단추 구멍에 끼워줍니다.
뒤클로의 편지를 가로챈 공작과 수행원은 그날 저녁 뒤클로가 공작이 준 별장에서 마우리치오를 만나려 한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폭로하려고, 그 별장에서 공연단을 위한 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뒤클로의 편지를 받은 마우리치오는 아드리아나와의 약속을 취소하죠. 아드리아나는 약속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무대 위에서 전해 받고는 분노와 실망에 싸인 채 공작의 파티에 가기로 합니다.
2막 – 부이용 공작의 별장
2막은 센 강 근처 부이용 공작의 별장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마우리치오를 기다리는 사람은 여배우 뒤클로가 아니라 부이용 공작부인(메조소프라노)입니다. 마우리치오가 꽂은 제비꽃에 대해 공작부인이 묻자 마우리치오는 변명을 하며 꽃다발을 그녀에게 주지요. 마우리치오는 자신의 출세를 위한 그녀의 정치적인 도움에 감사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공작부인은 마우리치오에게 새 연인이 생겼냐며 추궁하지만 그는 연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죠. 공작과 수행원이 별장에 도착하자, 공작부인은 급히 숨을 곳을 찾습니다.
아드리아나는 이곳에서 마우리치오의 신분을 알게 됩니다. 마우리치오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곳에서 어떤 여인을 만났으니 그 여인이 피신하도록 도와달라고 아드리아나에게 부탁합니다. 아드리아나는 그 여인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두 여주인공은 자신들이 마우리치오를 사이에 둔 연적 관계임을 짐작하게 되고, 서로의 얼굴을 보려 합니다. 비밀의 문으로 빠져나가며 공작부인은 팔찌를 떨어뜨립니다. 미쇼네는 그 팔찌를 주워 아드리아나에게 줍니다.
3막 – 부이용 공작의 궁전
부이용 공작의 궁전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공작부인은 목소리로 아드리아나를 다시 알아보게 됩니다. 공작부인이 거짓말로 '마우리치오가 결투에서 치명상을 입었다'고 말하자 아드리아나는 충격으로 거의 실신하죠. 그러나 마우리치오가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하자 아드리아나는 크게 기뻐합니다. 곧 '파리스의 판결'이라는 발레가 공연되는 가운데 공작부인과 아드리아나는 마우리치오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입니다. 아드리아나는 팔찌가 공작부인의 것임을 알게 되죠. 그녀는 마우리치오를 사이에 둔 사랑싸움에서 아드리아나의 패배를 비웃으며 '(연인에게) 버림받은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장면을 암송하라고 명하지만, 아드리아나는 장 라신의 비극 [페드르](페드라)의 한 장면을 암송합니다. 남편 전처의 아들을 사랑한 '부정한 아내' 페드르의 이야기를 통해, 남편이 있는데도 연하의 젊은 연인을 탐하는 공작부인을 의도적으로 모욕한 것입니다. 공작부인은 복수를 결심합니다.
베리스모의 폭발적 표현과 우아한 푸치니식 선율의 조화
4막 – 아드리아나의 집
마우리치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병들어 누운 아드리아나를 미쇼네가 찾아옵니다. 극장 배우들이 생일 선물을 가지고 그녀를 찾아와, 빨리 일어나 연기를 하라고 설득합니다. 그때 소포가 도착하고, 상자 안에서는 전에 아드리아나가 마우리치오에게 주었던 제비꽃다발이 시든 채 나옵니다. 아드리아나는 그가 꽃다발을 돌려보냈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죠. 그 꽃다발에 입 맞추고 나서 아드리아나는 꽃을 난로 속에 던져버립니다. 그러나 미쇼네는 마우리치오가 아니라 어떤 여인의 행위라고 짐작합니다. 그는 마우리치오에게 편지를 썼으니 곧 그녀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합니다.
마우리치오가 찾아오고 오해는 풀립니다. 꽃다발 상자는 그가 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드리아나에게 청혼하며 그녀를 포옹하지만, 아드리아나는 독가스가 뿌려져 있던 제비꽃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드리아나는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면서 멜포메네(노래하는 뮤즈이며 비극의 뮤즈. 포도잎 화관을 쓰고 손에는 디오니소스 신의 가면을 들고 있다)의 대사를 외치며 마우리치오의 품에서 숨을 거둡니다.
아드리엔 르쿠브뢰르(1692-1730)는 실제로 파리 코메디 프랑세즈를 대표했던 여배우입니다. 오페라는 대본이 이탈리아어로 쓰였기 때문에 이름이 이탈리아어 식으로 바뀌어 '아드리아나'가 되었습니다. 이 배우의 연극사적 중요성은, 과장되고 연극적인 대사 방식 대신 자연스럽고 기품 있는 대사 방식을 도입했다는 데 있죠. 르쿠브뢰르는 상당히 많은 수의 남자들과 연애를 했는데, 그 가운데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작센의 백작 모리츠(오페라 속 이름은 역시 이탈리아어 식으로 마우리치오)와의 관계가 특히 유명했다고 합니다.
1849년 파리에서 초연된 외젠 스크리브의 연극 [아드리엔 르쿠브뢰르]는 전통적인 방식의 음모극과 현대적인 역사극을 교묘하게 뒤섞은 작품으로 당대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특히 대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여주인공역을 연기해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칠레아의 오페라가 발표된 1902년은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 시대인 동시에 푸치니의 전성기였죠. 그래서 이 작품은 베리스모 특유의 폭발하는 표현력, 그리고 푸치니 스타일의 우아한 선율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서정이 넘치는 뛰어난 아리아가 많고, 특히 도입부의 여주인공 아리아 '저는 창조주의 미천한 종일 뿐'은 음악회에서 자주 불리는 소프라노 대표 아리아의 하나입니다. 이 여주인공 배역은 부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만, 소프라노 가수들에게 무척 인기 있는 역인데요, 특히 어려운 부분들은 고음역대보다는 낮은 음역대이며, 암송하는 장면과 죽음의 장면 등 극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배역이어서 소프라노 가수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1902년 밀라노의 리리코 극장에서의 초연은 대단히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칠레아가 태어난 리구리아의 바라체에서는 그를 명예시민으로 삼았습니다. 초연 때 여주인공 역은 안젤리카 판돌피니, 마우리치오 역은 '테너의 전설' 엔리코 카루소가 맡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마그다 올리베로, 레나타 테발디, 라이나 카바이반스카, 미렐라 프레니, 다니엘라 데시,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안젤라 게오르규 등이 이 배역을 탁월하게 노래한 소프라노들입니다. 칼라브리아 근방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벨리니의 [노르마]에 감동한 신동이라는 칠레아는 이 작품 전에 [라 틸다], [아를의 여인]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칠레아가 세상을 떠난 뒤 칼라브리아 공공극장과 음악원은 그의 이름으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아드리아나-마우리치오-부이용 공작부인 순)
[음반] 레나타 스코토, 플라시도 도밍고, 엘레나 오브라초바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암브로시언 오페라 합창단, 1978년 녹음
[DVD] 미렐라 프레니, 피터 드보르스키, 피오렌차 코소토 등, 잔안드레아 가바체니 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람베르토 푸젤리 연출, 1989년 라 스칼라 실황
[DVD] 미카엘라 카로시, 마르셀로 알바레스, 마리아네 코르네티 등, 레나토 팔룸보 지휘, 토리노 왕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로렌초 마리아니 연출, 2009년 토리노 극장 실황
[DVD] 안젤라 게오르규, 요나스 카우프만, 올가 보로디나 등, 마크 엘더 지휘,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데이비드 맥비커 연출, 2010년 로열오페라하우스 공연 실황(한글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