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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바이올린협주곡 & 교향곡 제6번 전원>... 2015 바덴바덴

작성자서푼짜리오페라|작성시간16.11.12|조회수278 목록 댓글 6


<2015년 4월 바덴바덴 페스티벌 / 90분>



=== 프로덕션 노트 ===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 교향곡 6번 '전원'

이자벨 파우스트(바이올린) / 베를린 필 /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

'파우스트적' 탐구심과 거장의 원숙함이 만나 이뤄낸 최상의 결실


2015년 4월 바덴바덴 축제극장 공연 실황. 공연 당시 86세였던 하이팅크는 거장다운 원숙함으로 <교향곡 6번>에서 물 흐르듯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해석을 선보이면서 베토벤이 꿈꾸었을 전원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4악장의 폭풍우는 충분히 위압적이고 강렬하다. 그러나 이 공연의 진정한 묘미는 이자벨 파우스트와 협연한 <바이올린 협주곡>에 있다. 현역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최상의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는 파우스트는 이미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두 번이나 녹음한 바 있지만(둘 다 Harmonia mundi), 이 실황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연주는 두 녹음 어느 것과도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이전의 어느 연주자와도 다르다. 파우스트는 1악장 카덴차에서 베토벤의 주제를 춤곡 악상과 섞어 연주하면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연주를 들려주며, 2악장 끄트머리에서도 난데없이 카덴차를 연주하고 3악장에서도 많은 대목에서 기발한 가필을 섞어 연주하는 등 모든 대목에서 예측을 불허한다. 이 공연은 중견 바이올리니스트의 치밀한 '파우스트적' 탐구심과 거장의 원숙함이 만나 이루어진 최상의 결실이라 할 만하다.




=== 작품 해설 === <2010년 5월 4일 네이버캐스트 / 월간 '라 뮤지카' 편집장 김효진 글>



명곡 명연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Op.61

베토벤이 남긴 단 한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1806년 작곡되었고, 1808년 출판되었다



1806년 12월 23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프란츠 클레멘트(Franz Clement)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초연되었다. 연주 당일 오전까지도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레멘트는 악보를 보자마자 연주하게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훌륭하게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초연은 열화에 같은 박수를 얻어냈지만, 작품 자체를 두고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어떤 비평가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한결 같았다. 그들은 이 곡에 뭔가 좋은 점이 담겨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종종 지속성이 완전히 깨지는 듯하고 상투적인 패시지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피곤하게 만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체로 청중들은 이 협주곡과 클레멘트의 즉흥 연주에 상당히 즐거워했다”고 전한다.


교향곡풍의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협주곡


베토벤이 자신의 지휘로 [교향곡 ‘에로이카’]를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던 1805년 4월 7일에 클레멘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도 초연되었다. 여기에 감동 받은 베토벤이 새로운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라는 설이 작곡의 배경으로 유력하다. 출판은 1808년에 이루어졌는데, 그 사이에 클레멘트가 베토벤에게 많은 조언을 주었다.


사실 클레멘트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1840년대에 이 협주곡을 연주하기 전까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거의 유일한 음악가였다. 클레멘트의 연주 스타일이 베토벤에게 강력한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따라서 출판본에서 베토벤이 이 작품을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슈테판 폰 브로이닝에게 헌정한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사실 베토벤의 자필악보에는 ‘클레멘트에게 헌정’한다는 문구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이 작품을 작곡하던 당시에는 [피아노 협주곡 4번]과 [교향곡 5번] 그리고 [현악 사중주 ‘라주모프스키’] 등을 쓰고 있던 창작의 절정기였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의 이 작품에 의해 차원이 다른 장르로 올라설 수 있었으며,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은 비르투오조들이 점령한 동시대의 음악적 기류를 바꿔놓을 협주곡으로 베토벤의 작품을 선택했다.


기존에는 독주자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반주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바이올린 독주가 포함된 교향곡’이라는 명칭은 그런 점에서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본질적인 특징을 지적한 것이다.


첫 네개의 음 ‘운명의 동기’


팀파니의 D음을 시작으로 통통거리는 리듬이 독특하게 시작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카덴차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경우처럼 카덴차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무엇보다도 동시대 기교파 연주자들이 카덴차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을 싫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네 음은 소위 ‘운명의 동기’로도 보여지는데, 이 네 개의 음은 [교향곡 5번] ‘운명의 동기’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곡의 인트로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주제가 목관에 의해 연주되고, 독주 바이올린은 온화하게 이 주제를 다시 연주한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던 당시에 베토벤은 미망인 요제피네 폰 다임 백작 부인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감정 상태가 1악장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음악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연주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온화한 느낌과 장중한 드라마처럼 서로 상반되는 느낌을 모두 표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19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거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렸으며,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들을 단순한 기교파 연주자들로 전락시켰다.


그리하여 베토벤의 이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하나의 시험대처럼 작용하고 있다. 베토벤은 카덴차를 남기지 않았으나 연주자들이 직접 붙인 카덴차는 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특별한 요인이다. 대부분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나 크라이슬러의 카덴차를 쓰지만 나탄 밀스타인, 막심 벤게로프, 조슈아 벨 같은 이들은 스스로 작곡해 붙이기도 했다. 베토벤 자신이 무치오 클레멘티의 요청에 의해 1807년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피아노 협주곡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작곡한 카덴차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 피아노 버전 카덴차를 다시 바이올린으로 편곡해서 사용한 녹음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피아노 버전 카덴차’를 포함한 추천음반은 다음과 같다.



추천음반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비롯해서 토마스 체트마이어, 이자벨 파우스트 등의 연주자들이 피아노 버전 카덴차를 선택했고 이중 체트마이어(Philips)와 파우스트(Harmonia Mundi)의 연주가 최상급의 즐거움을 준다. 기돈 크레머는 첫 번째 녹음(Philips)에서 슈니트케의 카덴차로 연주했고 두 번째(Teldec)는 베토벤의 피아노 카덴차를 자신이 편곡해서 연주했다. 각각 독특한 맛을 풍기고 있다. 전통적인 요아힘 카덴차 연주로는 레오니드 코간(EMI)을, 크라이슬러 카덴차로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EMI)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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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0년 7월 5일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베토벤 교향곡 제6번 B♭장조 '전원' op.68

각 악장에 표제가 붙어 있으며 3, 4, 5악장이 연달아 연주된다.

1806년 작곡. 같은 해 빈 극장에서 초연


 

베토벤은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들을 동시에 내놓는 경향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향곡 제5번]과 [교향곡 제6번]이다. 강한 추진력이 돋보이는 [교향곡 5번] ‘운명’과 이완된 리듬과 평화로운 멜로디가 담긴 [교향곡 6번] ‘전원’은 각기 1807년과 1808년에 연달아 작곡된 후 1808년 12월 22일에 빈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그날의 음악회는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해 밤 10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에 걸쳐 계속됐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마라톤 음악회에서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독주자로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교향곡 5번]과 [교향곡 6번]뿐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과 피아노 독주곡, 몇 곡의 아리아, 그리고 [합창 환상곡]까지 연주하고 지휘했다.

 

4시간의 마라톤 연주회 - [운명 교향곡]과 같은 날 초연

 

이 역사적인 연주회를 지켜본 라이하르트는 지인에게 보내는 12월 25일자 편지에 그날 연주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지독한 추위 속에서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그곳에 앉아, 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장점과 강력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격언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가지 작은 실수들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긴 했지만, 음악회가 끝나기 전에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음악회가 워낙 길고 힘들다 보니 공연 후반부에 연주가 엉망이 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환상곡(합창 환상곡 작품80)이 연주되었는데, 이번에는 관현악단이 연주에 동참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합창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편성의 연주는 크게 실패하고 말았지요. 관현악단의 연주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베토벤은 예술가로서의 열정으로 인해 청중과 주위사람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연주를 멈추고 다시 시작하라고 소리쳤습니다. 나를 비롯한 베토벤의 친구들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나는 빨리 그곳을 떠날 수 있는 마차가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이 야심만만한 연주회는 결국 엉망이 되긴 했지만,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되는 베토벤의 심포니 연주가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베토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바로 그날 연주된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6번은 같은 날 초연되었으니 쌍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닮지 않았다. ‘운명’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제5번]이 운명과 싸워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교향곡 제6번] ‘전원'에는 인간의 괴로움과 투쟁이 아닌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제5번이 인간을 표현한 것이라면 제6번은 자연을 다루었으며, 전자가 응집력과 추진력을 갖춘 역동적인 음악이라면 후자는 관조와 명상이 흐르는 이완된 음악이다. 초연 당시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이 먼저 연주된 후 [교향곡 제5번]은 나중에 연주됐는데, 18세기 빈 고전주의의 우아하고 균형 잡힌 음악에 길들여진 그날의 청중들은 두 곡의 교향곡 중에서 ‘전원’ 교향곡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해진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의 표제는 작곡가 자신이 직접 붙였고 각 악장에도 표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베토벤이 교향곡에 담아낸 전원의 모습은 단순히 전원 풍경을 묘사한 ‘음화’(音畵)는 아니며 자연에 대한 감정과 관념의 표현이다. 베토벤 자신도 [교향곡 제6번] ‘전원’의 표제에 대해 이런 메모를 남기고 있다. “전원 교향곡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니다.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의 감정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 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 

 

전원에서의 즐거움, 마음 속에 떠오르는 기분을 표현

베토벤은 ‘전원’ 1악장의 악보에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이라 쓰고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단조로울 정도로 반복적인 음형으로 표현해냈다. 전개부에서 무려 72회나 계속되는 반복음형과 느린 화성 리듬을 통해 베토벤은 자연의 무한함과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화로움을 담고자 했다.


2악장 ‘시냇가에서’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묘사가 나타났다. 제1바이올린이 평화로운 선율을 연주하는 사이 저음 현 파트에서 물결치는 듯한 반주 음형이 나타나는데 이는 시냇물의 잔잔한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2악장 후반에는 구체적인 새소리도 들려온다.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표현한 플루트의 연주에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각기 메추라기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실감나게 묘사하며, 시냇가의 새소리에서 느껴지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과 ‘폭풍’, 그리고 ‘폭풍이 지난 후의 감사한 마음’을 노래한 3, 4, 5악장은 하나의 음악처럼 쭉 이어서 연주된다. 베토벤은 후반 세 악장을 연결시켜 마치 전원을 산책하며 보고 듣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엮어놓는다. 먼저 시골풍의 소박한 춤곡이 펼쳐지는 3악장에서는 평화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농부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나 흥겨운 음악은 갑자기 중단되고 제2바이올린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음형을 연주하면 갑자기 폭풍이 몰려오듯 음악의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난폭해진다. 찌르는 듯한 피콜로의 고음과 무시무시한 트롬본의 연주가 가세하여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부는 폭풍의 격렬함을 묘사한다. 짧지만 강렬한 4악장의 폭풍이 지나가면 5악장에서 폭풍이 지나간 것을 감사하는 아름다운 노래가 갖가지 형태로 변주되며 전원 교향곡은 절정에 달한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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