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꼼쪼입니다:)
여러분들은 꿈을 얼마나 기억하시나요?
얼마나 자세하게 선명하게 길게 기억하나요?
지금 꿈 일기장에 적힌 오늘의 꿈 내용이 설마 서너 줄로 끝나있진 않나요?
아니면, 마지막 꿈 일기가 일주일도 더 된 건 아닌지요?
전 하루에 꿈을 2~4개 가량 기억합니다.
그것도 세부적인 부분 하나하나까지,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요.
(밑에 제 꿈 일기 중 하나를 옮겨왔습니다.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대충이라도 훑어보세요ㅎㅎ)
나는 현실 세계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상한 곳에 와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넓이와 구조를 짐작할 수 없는 사차원의 궁전 내지는 서커스 같은 곳이다. 여러 방을 열 때마다 새로운 곳이 펼쳐진다.
나는 문득 복도에 걸린 거울을 봤다. 거기에 비쳐진 것은 내가 아닌 아닌 다른 소녀였다. 몸집이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15세 정도의 소녀. 공효진과 비슷한 인상인데 그것보단 어리고 귀여운 얼굴이다. 검은 머리를 양쪽으로 내려 묶고, 마녀의 고깔모자와 비슷한 걸 쓰고 있다. 옷은 앨리스 복장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현실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이다. 나는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니라 공효진과 닮은 어느 소녀로군.’ 생각했다. 이 공간에서 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여기에 속한 자다. 여기서 길러졌기 때문에 이 곳 사람들과 친하지만, 정작 여기에 투입되어서 활동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 초짜나 다름없다. 이 곳 사람들은 그런 날 딸이나 조카처럼 귀여워하며 일을 가르쳐준다. (이것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고, 실제로 직접 꿈에서 경험한 게 아니다.)
거울을 보고 난 후, 바로 옆에 있던 방문을 열었다. 방은 널찍하고 조명이 밝았다. 손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벽은 프랑스식(또는 로만 스타일) 건축 양식이었고, 바닥엔 붉은 계열의 카펫이 깔려있었다. 문으로부터 정면 위치이자 벽 바로 곁엔 자줏빛 등받이 없는 소파가 있었는데, 그 위엔 두 사람의 나신이 얽혀있었다. 완전한 알몸은 아니었고, 등에서부터 허벅지 반절 정도는 빳빳해 보이는 하얀 이불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남신들이 두르는 토가가 연상되었다.) 순간 나는 당황하면서도 그들이 누군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밑에 있는 이가 정보석이었고, 위에 있는 쪽이 이선균이었다. 처음엔 성 관계 중이라고 생각했으나 다시 보니 이선균은 어깨를 들썩이며 소녀처럼 훌쩍이고, 정보석이 다정한 표정으로 그의 등과 팔을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소리쳐 인사하고 얼른 문을 닫으며 나왔다.
그리곤 지나가던 40~50대 아저씨에게 흥미로운 것을 보았다고 얘기하고, 그는 문을 살짝 열어 안을 확인하곤 씩 웃고 만다. 그 남자는 꿈속의 내가 어렸을 적부터 몰래 연모하고 있는 대상으로, 머리와 수염이 희끗희끗하고 피부가 불그스름한 게 마치 해적 같은 인상이다. 우리는 같이 걸어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어두운 밤의 정원이 펼쳐져있다. 화단과 나무와 분수가 조명에 닿아 은은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걸어서 맞은편 건물로 들어서자, 아까와 비슷한 분위기의 방이 있다. 10살 전후의 소녀들이나 넉넉하게 쓸 수 있을만한 공주풍 소파와 침대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대체로 침구는 자줏빛이나 붉은색 계통이었고, 금색 실로 호화로운 문양의 자수가 새겨져있었다. 나는 그 남자를 유혹하려고 침대 위에서 반쯤 드러누운 채 옆에 앉으라고 권유하지만, 그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던 그는 그보다 먼 편의 소파에 앉아 안 된다며 고개를 젓는다.
이 꿈 일기가 굉장히 길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 거여요.
사실 이렇게 길게 쓸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 꼼꼼한 성격이라 이렇게 안 쓰면 직성에 안 풀리더라고요ㅎㅎ
근데 그나마도 간추려서 쓴 거랍니다. 지나치게 자세하게 쓰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은근히 힘들어서요^^;
제가 꿈을 이토록 자세하게 기억하고 쓸 수 있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일상에서의 훈련을 평생 해온 덕입니다.
1) 평소에 주위를 자세히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적이나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지나가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을 때 그저 '귀엽네.'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저 고양이는 귀가 유달리 뾰족하고 눈이 동그랗구나. 몸집을 보니까 아직 다 큰 성묘 같진 않은데 배가 저렇게 나왔으면
아마도 임신 중인 모양이네. 잿빛과 갈색이 섞인 털에 배 부분은 조금 흰 털이군. 털이 물에 젖은 것처럼 엉켜있는 걸로 보니
집에서 살다 나온 고양이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길 고양이었던 거 같군. 어라? 잘 보니까 오른쪽 뒷발을 좀 절룩이네.'
이런 훈련을 자주하다 보면 통찰력도 기를 수 있고 표현력도 좋아집니다.
2) 잠에서 깬 순간 바로 눈을 뜨고 일어나지 않는다.
1번이 힘드신 분들이 꽤 있으실 거여요. 그렇다면 이건 차라리 지키기가 쉬울 겁니다.
저는 혈압이 낮아서 아침에 바로 못 일어나요.
그래서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는 습관 덕에 꿈을 아주 많이 기억할 수 있게 되었지요.
우선 기상 시각을 평소보다 10~15분 정도 일찍 맞춥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면 되려 피곤해서 다시 잠들 수 있으니, 아예 취침 시간도 30분 정도 앞당기는 게 좋아요.
눈을 뜨고 잠에서 깨면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가지 마세요.
그렇다고 너무 편한 자세로 누우면 다시 잠들 확률이 굉장히 높으므로,
평소에 자는 자세와는 다른, 조금 힘들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를 잡아주세요.
예를 들어, 평소엔 얌전히 누워서 자던 분이라면 일어났을 땐 거북이처럼 웅크리거나 누운 채 하반신만 들고 있거나~
그러면 자세가 불편해서 쉽게 잠이 들진 않을 거여요.
이 상태에서 눈을 뜨지 말고 감은 상태로 온전히 꿈의 내용에만 집중합니다.
아마도 가장 강렬한 장면이나 인상이 하나 떠오를 거여요.
그리고 상상하다 보면 점점 앞뒤 내용이나 줄거리, 그 세부적인 장면 등이 연상되죠.
그럼 이걸 언어적으로 또는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면서 계속 되뇌어봅니다.
이런 과정을 15분 정도 하면 꿈의 여간한 줄거리는 잡혀요.
3) 그 이후에 일상 생활을 시작할 때, 계속 꿈을 생각한다.
15분 정도 꿈 내용을 떠올린 후, 이제 일상 생활로 돌아와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부분 화장실로 가서 세수하고 양치하겠죠. 가족들과 한두 마디 잡담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때 기껏 떠올려놓은 꿈을 절반쯤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계속 꿈을 떠올리고 다시 한 번 맑은 정신으로 꿈을 정리하는 거여요.
세수하면서 양치하면서 머리 감으면서, 옷을 찾아 입으면서 계속!
무슨 꿈을 꾸었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4) 빠른 시간 안에 꿈 내용을 소리 내어 말한다.
보통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가면 친구나 동료들이 있지요? 그 사람들에게 꿈 내용을 간단하게라도 소리 내어 말하세요.
"나 오늘 꿈에서 보라색 당근으로 카레 만드는 꿈을 꾼 거 있지?"
이렇게 단순한 한 마디라도 좋아요.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한층 기억이 강해집니다.
기왕이면 꿈의 세부적인 줄거리와 장면 묘사를 길게 늘어놓으면 좋지만요^_^
5) 오늘 꾼 꿈을 반드시 오늘 적는다.
아무리 위와 같은 과정으로 꿈을 기억해도 꿈은 쉽게 잊혀집니다.
어젯 밤 꾼 꿈이 오늘 밤 꿈에 덮이거나 밀려버리기 쉬우니까요.
그러니 일어나자마자 꿈 일기장에 바로 적는 게 용이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시간이 날 때 그 틈을 이용해 수첩에 간단하게 꿈을 기억할 만한 단어나 장면들을 써놓으세요.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장면을 써놓으면,
나중에 다시 그걸 볼 때 앞뒤 내용이 함께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위의 꿈을 세부적으로 적기 전, 수첩에다가 이런 식으로 메모해 두었더군요.
"사차원의 공효진 앨리스", "이선균과 정보석", "토가, 로만식 인테리어", "붉은 침대", "해적 아저씨를 유혹함"
이렇게만 적어놓아도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메모가 있어도 메모한 부분만 흐릿하게 기억나더라고요ㅠㅠ)
위 내용은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니 다른 분들에게 완벽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꿈 일기를 일어나자마자 바로 적는 편이 아닌데도 꿈을 거의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런 과정 사이에서 훈련된 덕분이죠.
덕분에 꿈 일기를 바로 적어서 정리하지 않아도 꿈을 기억할 수 있어요.
이틀 내지 사흘 후에도 저렇게 긴 꿈 일기를 적을 수 있지용^_^
물론 꿈 일기를 저렇게 길고 거창하게 적으셔야만 한다는 건 아니에요.
자신이 기억만 잘 할 수 있다면 길게 적을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전 길고 자세하게 적는 걸 좋아하니까 저렇게 적는 것뿐이여요~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오늘은 학교에 가는 꿈을 꿨다.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지진이 났다.
그런데 연주는 도망을 안 쳤다. 그래서 내가 끌고 나왔다.
나왔더니 학교 건물이 다 무너졌다.
엄청 놀라고 무서워서 깼다.
이런 단순한 일기를 쓰는 건 자각몽을 위한 발전에 있어서 더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이미 자각몽을 알기 전부터 평생에 걸쳐서
꿈의 줄거리와 장면을 상세히 기억하고 이유나 핵심을 분석하는 등,
꿈 일기와 유사한 훈련을 계속 해왔습니다.
단순히 꿈 내용이 재밌어서 잊어버리면 아깝다는 맘으로 했던 것인데,
이런 꾸준한 훈련 덕분에 꿈 일기를 따로 적지 않는 지금도 자각몽이 가능하네요.
꿈 일기를 쓰지 않아도 이미 제 꿈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으니^^;;
그렇지만 역시 전 평생에 걸친 훈련이 몸에 밴 입장이니,
지금 처음 시작한 초입자분들이 "꿈 일기가 귀찮으니 쓰지 말고 이걸로 하자!"라고 하기엔 부적합할 거여요.
꿈 일기를 쓰시면서 병행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들 즐거운 꿈 꾸시길 바라요:)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초코비맛있어요 작성시간 11.01.20 전 자고 일어나서 좀누워있으면 꿈이 기억나는건 맞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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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샤르엘 작성시간 11.02.16 와 감사합니다! 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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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나주 작성시간 11.03.23 관찰력 뿐만 아니라 국어실력도 자연히 늘겠죠 ㅋㅋㅋ 표현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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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나주 작성시간 11.03.23 관찰력 뿐만 아니라 국어실력도 자연히 늘겠죠 ㅋㅋㅋ 표현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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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백은화령초 작성시간 12.09.16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요즘 꿈 기억하기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해결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많은 도음이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