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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합평의 실제-5 (1) 안현심 교수(인터넷 펌)

작성자仁堂孫興燮|작성시간26.06.10|조회수10 목록 댓글 2

시 합평의 실제-5 (1)

안현심 교수

 

① 윤성관의 ‘시(詩) 쓰는 일’

 

<원작>

 

시(詩)쓰는 일

윤성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비를 맞아보는 일이다

맨발로 논에 들어가 거머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짝사랑했던 연인을 이십 년 만에 만나게 되어 설레는 일이다

변수(變數)가 두 개 있는 하나의 방정식, 가령 2x + 4y = 5와 같은 식에서 자연수(自然數) x와 y를 구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를 아파하는 일이다

전깃줄에 앉아있는 두 마리 제비의 대화를 상상하는 일이다

매운탕을 먹을 때, 입으로 들어와 신음을 뱉게 하는 저 물고기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생각해보는 일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아버지의 부음(訃音)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보는 일이다

비 갠 길을 나섰다 낭패를 당해 길가에 말라 있는, 개미에게 뜯길 운명에 처한 지렁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다

 

문득 바라본 길 건너 들판,

어느새 가을걷이가 끝나 있음에 고마워하는 일이다.

 

<합평작>

 

시 쓰는 일

윤성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비를 맞는 일이다

맨발로 논에 들어가 거머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짝사랑했던 여인을 수년 만에 만나게 되어 설레는 일이다

변수(變數)가 두 개 있는 하나의 방정식,

가령 2x + 4y = 5와 같은 식에서

자연수 x와 y를 구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를 아파하는 일이다

전깃줄에 앉아 있는 두 마리 제비의 대화를 상상하는 일이다

매운탕을 먹을 때 신음을 뱉게 하는

저 물고기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생각해보는 일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부음(訃音)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보는 일이다

비 갠 날 길을 나섰다가 길가에 말라 있는,

개미에게 뜯길 운명에 처한 지렁이를 바라보는 일이다

 

길 건너 들판,

가을걷이가 끝나 있음에 고마워하는 일이다.

 

<시작노트>

 

생각날 때마다 써둔 것이 있어 그 중 하나를 보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시 쓰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보고, 그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시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셀 수 없이 많고 딱히 하나의 구절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시란, ‘인생을 살면서 가지게 된 통찰력으로, 만나는 일들을 비유의 말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쓰면 수정을 거듭하는데 이번 시는 금방 써졌고, 여러 곳을 수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느낌이 좋았습니다.

 

<합평노트>

 

엘리엇은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다’라고 말했습니다.

고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시에 대해 정의했지만, 누구도 시가 지닌 속성을 일반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코끼리 다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를 기둥 같다고 하고, 귀를 만진 장님은 부채 같다고 말했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시를 정의한 사람들의 앎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이런가 하면 저렇고, 저것인가 하면 이것인,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면서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 신비로운 목숨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실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붙잡으려고 매달릴수록 목마르게 만드는 데 매력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저만 바라보아달라고 약 올리며 도망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의 속성을 정치하고도 감칠맛 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천 가지 얼굴을 지닌 시를 이만큼 분석했으니, 이제 그의 봉우리를 섭렵해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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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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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소월의 꽃 진달래 김봉균 | 작성시간 26.06.11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仁堂孫興燮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시는 실루엣처럼 실체를 노골적으로 보여 주지 않고
    독자에게 상상할 수 있도록 써야 사랑을 받는다 하지요.
    그러나 확실하게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꼭 담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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