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합평의 실제-5 (6)
안현심 교수
⑥ 윤성관의 ‘혼(魂)이 달아났다’
<원작>
혼(魂)이 달아났다
윤성관
미역국에 들어 있는 북어(北魚)를 본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였다
짭조름하고 고리고리하면서 비릿한,
맛의 삼중주(三重奏)를 기대하며 국물부터 떠 넣었다.
- 이거 뭐야? 맛이 이상해.
어디선가 못마땅한 소리가 나오자
누군가 젓가락을 뒤적거리며 받는다
- 그러게. 북어 맛이 안 나네. 북어가 남(南)으로 내려오며 진이 다 빠졌나.
서너 숟가락 떠먹던 누군가 툭 뱉는다
- 혼(魂)이 달아났네.
눈과 바람과 햇빛으로 담금질 된
그 혼은 어디로 흩어져 사라지고
듬성듬성 백발(白髮)과 너덜너덜한 몸뚱어리만 남았는가
나는, 풀어질 듯 미역에 기대어 있는 북어를 동정(同情)하였다.
<합평작>
혼(魂)이 달아났다
윤성관
미역국에 들어 있는 북어(北魚)를 본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였다.
짭조름하고 고리고리하면서 비릿한
맛의 삼중주(三重奏)를 기대하며 국물부터 떠 넣었다.
이게 뭐야? 맛이 이상해.
어디선가 못마땅한 소리가 터져 나오자
누군가가 젓가락을 뒤적거리며 받는다
그러게. 북어 맛이 안 나네. 북어가 남(南)으로 내려오며 진이 다 빠졌나.
서너 숟가락 떠먹던 누군가가 툭 뱉는다
혼(魂)이 달아났네.
눈과 바람과 햇볕으로 담금질된 혼은 어디로 사라지고
듬성듬성한 백발(白髮)과 너덜너덜한 몸뚱어리만 남았는가
나는 미역에 풀어질 듯 기대어 있는
북어를 동정(同情)하였다.
<시작노트>
얼마 전 회사 구내식당에서 북어가 들어 있는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북어의 그 오묘한 맛을 기대하며 한 숟가락 떠 넣었는데 맛이 맹탕이어서 동료들이 다들 어이없어했습니다. 아마도 그날 주 메뉴를 만드는 데 북어를 사용하고 남은 것을 미역국에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미역국에 있는 북어를 보면서 문득 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50여 년을 이리저리 시달리며 살아온 나, 내가 저 북어의 모습이 아닐까. 마지막 행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여러 가지로 써보았는데 모두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쓸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합평노트>
파블로프는 조건반사에 관한 개의 실험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심리학자입니다. 개에게 먹이를 주던 조교가 다가가면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실험방법을 착안했다고 합니다.
시인은 점심으로 나온 북어미역국을 보자 맛을 상상하며 조건반사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정작 미역국의 맛은 혀를 실망시키고 맙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소리 저런 소리로 타박하지만, 시인은 풀어진 북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킵니다.
“눈과 바람과 햇볕으로 담금질된 혼은 어디로 사라지고/ 듬성듬성한 백발(白髮)과 너덜너덜한 몸뚱어리만 남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늘 작고 초라한 자신을 발견할 뿐입니다.
“눈과 바람과 햇볕으로 담금질된 혼”이라고 형상화한 이 부분은 ‘잘 여문 삶’ 혹은 ‘웅숭깊은 영혼’의 탄생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담금질은 대장장이가 쇠를 다룰 때 뜨거운 불에 달구었다가 찬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면서 원하는 기기를 만드는 과정을 가리키는데, “눈과 바람과 햇볕으로 담금질”되었다는 것은 수많은 계절을 반복적으로 살아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져진 아름다운 영혼은 온데간데없이 “듬성듬성한 백발(白髮)과 너덜너덜한 몸뚱어리만 남았”습니다. 맛없는 북어미역국을 보면서 자아를 성찰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시입니다.
제2연에서 대화 부분을 ‘-’로 표시했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한 사람 분의 말을 한 행으로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화 부분이란 것을 인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