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합평의 실제-5 (7)
안현심 교수
⑦ 이환홍의 ‘내로남불’
<원작>
내로남불
이환홍
같은 것을 보는데 이편은 검다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같은 것을 그리는데 이편은 둥글게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같은 조건인데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
같은 경우인데 이전에는 옳고
지금은 옳지 않다
물은 맞서질 않는데
핏대를 세우며 막는다
담벼락 무너지면
로맨스 이뤄지려나
<합평작>
내로남불
이환홍
이편은 검다고 하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이편은 둥글게 그리고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옳지 않다
물은 맞서려고 하지 않는데
핏대를 세우며 막는다
<시작노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피해의식 속에서 버둥거리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역지사지하는 가운데 주거니 받거니 화평을 누리는 훈훈한 세상이 펼쳐지기를 꿈꾸어 봅니다.
<합평노트>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입니다. 모든 현상을 역지사지로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생각할 때 ‘내로남불’이 될 것입니다.
제1, 2연에서 ‘같은 것을 보는데“라는 표현과 ”같은 것을 그리는데“, ”같은 조건인데“, ’같은 경우인데”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이편은 검다고 하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이편은 둥글게 그리고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옳지 않다”라는 구절로 수정합니다. 그럼으로써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식상한 느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연의 “담벼락 무너지면/ 로맨스 이뤄지려나”라는 표현도 삭제합니다. 이 연은 시인의 주관이 어설프게 도입된 경우입니다. 이 연을 삭제하고 합평작처럼 마무리하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심한 듯, 상황만 제시함으로써 이후의 상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