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시를 쓰는 것은 집 짓는 것과 같다.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물며 개미도 집을 짓고, 까치도 집을 짓고, 벌레도 집을 짓는다. 사람이야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집을 잘 짓는다. 이 말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집을 짓는 순서를 모를 뿐이다.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시에서 기둥은 바로 줄거리이다. 처음부터 고대광실을 지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기둥부터 세워라. 기둥만 세우면 반은 집을 지은 것이다. 기둥만 세우면 비닐만 올려도 집이 되고, 양철만 올려도 집이 되고, 짚을 얹혀 놓아도 집이 된다. 먼저 기둥을 세워라. 기둥은 줄거리이다. 자기가 접한 대상에 줄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제 트럭에 소나무 두 그루가 실려 가는 장면을 보았다. 자, 그럼 이걸 가지고 줄거리를 만들어 보자.
“뽑혀 실려 가는 나무 두 그루를 보니, 살던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는 가난한 내외 같다. 어디로 옮겨질지 불안하다. 잔 뿌리들은 어린 새끼들 같다. 트럭에는 살던 낡은 가재도구도 있다. 늦은 저녁 옮긴 자리에서 두 소나무는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늦은 저녁밥을 짓는다. 두 내외(소나무)가 어둑한 집에서 밥을 먹는다.”
그대로 쓰면 된다.
이사
고속도로 밀리는 찻길,
옆 차선에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트럭에 실려간다
짐칸에 웅크리고 있는 가난한 내외 같다
잔뿌리들은 잘리고
먼저 살던 곳의 흙을 동그랗게 함께 떼어
얼기설기 새끼줄로 묶여 있다
흙이 말라 있다
저 흙도, 잘린 뿌리도 저 나무의 낡은 살림도구다
어디로 옮겨 심어질까
근근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릴까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어디에서 늦은 저녁밥을 지어 먹을까
일단 이렇게 기둥을 세워놓고, 그 다음엔 창문도 달고, 침실도 만들고, 부엌도 만들고 문고리도 달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시 쓰기에 대해서 어려운 하는 것은 기둥도 세우지 않고 처음부터 큰 집을 지으려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기둥 서까래도 올리지 않고 인테리어까지 하면서 집을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먼저 기둥을 세워라. 커튼을 달고, 도배를 하고, 장식장을 놓은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시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맘대로 줄거리(기둥)부터 만들어 놓아라.
또 하나 얘기를 만들어볼까?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보니, 아파트 앞 화단에 분꽃 씨가 까맣게 여물고 있었다. 여름내 화사하게 피었던 분꽃이 지고 까맣게 씨앗에 매달려 있다. 저 까만 씨를 이빨로 깨물면 그 속에 하얀 분가루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저 씨앗속에 얼굴에 분을 바르고 있는 어머니가 있다고 얘기를 만들어본다. 어머니가 저 까만 씨앗속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어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있다. 여름내 밭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 아무리 분칠을 해도 분이 먹지 않는 얼굴, 희어지지 않는 얼굴, 그래도 연신 어머니는 코끝과 이마 볼에 톡톡톡 분을 두드리고 있다. 그대로 쓰면 된다.
분꽃
여름내 활짝 피었던 꽃이 가을이 되자 까만 씨앗으로 여물고 있다.
씨앗을 털어 이빨로 깨무니, 하얀 분가루가 나온다.
분칠을 하는 까만 어머니가 나온다.
어머니는 친척 결혼식이 있어
거울 앞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연신 분칠을 한다
아무리 분칠을 해도 희어지지 않는다
일단 이렇게 써놓고 도배도 하고, 장식장도 놓고, 문고리도 달고, 창문도 달고, 장판도 깔고, 액자도 걸고 하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 창작에 도움을 주는 주제별 성어, 주제별 성어 정리
8)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① 進退兩難(진퇴양란) :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렵고 뒤로 물러나기도 어려움
② 進退維谷(진퇴유곡) : 앞으로 나아가도 뒤로 물러나도 골짜기만 있음.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빠진 상태
③ 鷄肋(계륵) : '닭갈비'라는 뜻으로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