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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여행은 산책과 등산부터

작성자털보|작성시간26.06.14|조회수0 목록 댓글 0

'아주 작은 여행은 산책과 등산부터'

 

 

거창한 여권을 챙기지 않아도, 캐리어에 짐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든 여행자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지루한 궤도를 살짝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여행. 그것은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산책과 집 뒤편의 낮은 산을 오르는 등산에서 시작된다.

산책은 속도를 늦추는 여행이다. 평소라면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듯 지나쳤을 길목을 느릿한 걸음으로 거닐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보도블록 틈새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햇살의 각도,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바람의 냄새 같은 것들이다. 산책을 하는 동안 우리의 감각은 조용히 깨어난다. 거창한 이국의 풍경은 없지만, 매일 똑같다고 믿었던 동네의 골목길이 매 순간 새로운 표정을 짓고 있음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지루했던 일상은 신선한 탐험지가 된다.

여기서 걸음의 고도를 조금만 높이면 여행은 등산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등산은 중력을 거스르며 나의 한계를 조용히 시험하는 역동적인 여행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오직 발앞의 흙과 돌부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던 세속의 고민과 불안은 가쁜 숨소리에 묻혀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땀을 쥐어짜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마주하는 탁 트인 풍경과 이마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그 어떤 화려한 휴양지의 서비스보다도 강렬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산을 내려올 때의 가벼운 발걸음은 일상을 다시 살아낼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다.

산책과 등산은 멀리 떠나지 않고도 결핍된 결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산책을 통해 일상의 고마움을 발견하고, 등산을 통해 삶의 무게를 털어낸다. 이 두 가지 작은 여정은 우리에게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진짜 여행은 낯선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에 있다.

오늘도 우리는 운동화 끈을 묶는 것만으로 가장 완벽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낯선 설렘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바로 우리의 발밑에 있다.

[출처] 아주 작은 여행은 산책과 등산부터|작성자 양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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