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보름달
-개기월식
박희도
빨갛게 외로움 짓무르는 밤에
쥐불을 돌리고 보면
벌겋게 돌아 앉은 밤은 멍텅하다
노라발간 쥐불은 먹물같은 어둠을 살렸다
자박자박 뒤를 밟는다
비단자락 갓길에 배인 까슬거림이
끄스랭이로 일어나는 밤
땅따먹기를 했다
실핀을 튕겨 선을 긋고
쏟아진 머리카락으로 지붕을 엮었다
살찐 굼벵이도 숨겼다
내 땅이 아닌 땅을 악착같이 탐했다
희끄무레한 저녁이 스며들면 툭툭 털고 돌아섰다
흐려진 오렌지 반쪽
붉도록 더 집요한 반쪽찾기
검은 하늘에 붉은 만월이 제 집을 찾았다
외롭지 않게 지켜 달라던 고백같은 독백이 둥실 뜬다
용서의 마음을 구하며 꿇던 고백이 빛나고 있다
브레이크가 잡히고 시계가 멈추고 웜홀이 열리고.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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