샾과 플랫
홍은
피아노 건반 위를 달리는 손
달빛이 내려앉은 화분처럼
아름답게 다듬어진 손끝이 춤을 춘다
누구의 심장도 떨리게 하는 음률
악보 위에 은밀히 새겨진 설계도
반음 올리고 반음 내리면서
계산된 음률 따라 생을 설계한다
누군가의 힘겹게 두드리는 건반
멋들어지게 긁어대는 현의 물결
아, 숨이 차다
멋드러진 연주자는 되지 못한다
숨 가쁜 몸짓 속 반음의 숨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작고 키 작은 풀꽃의 생이란
스스로에게 건네는 소리 없는 위로,
지극히도 평범한 샾과 플랫의 무도
화려함 대신 조용히 퍼지는 향기
바람에 흔들리는 존재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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