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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어도 좋은 / 양정숙

작성자신병은|작성시간26.06.21|조회수13 목록 댓글 0

비어 있어도 좋은

 

양정숙

 

 

뒤꼍 그늘 밑 웅크린 항아리

속을 다 비워 휑 바람이 머물다 가네

 

채우지 못해 허덕이던 낮과

까맣게 가라앉던 밤을 삼켜내던 시간

 

품었던 것들은 사라지고

움푹한 가슴 푸른 이끼 쌓여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퍼붓는 장맛비

한낮 태양마저 넉넉히 받아 안고

 

견디는 것이 옳다고

살아내는 것이 답이라고

 

끄덕끄덕 흔들리다

땅 속으로 한 발 잠겨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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