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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광풍무

광풍무(111)

작성자하얀산|작성시간26.06.19|조회수31 목록 댓글 8


광풍무(111)

 

소리없이 다가오다(2) 

 

“자! 마시자. 남기면 안 된다.”

“좋아요, 백 공자도 남기면 안됩니다. 깨끗이 마시는 거예요?”

설련은 쾌활하게 소리를 질렀다. 처음 마셔보는 술이고, 벌써부터 머리가 몽롱해지고 있지만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마시는 건 술이 아니라 과거이기에.
이내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때로는 깔깔거리며 서로를 보며 웃다가, 때로 울먹이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나란히 탁자에 머리를 묻었다.

“나란히 가는 걸 보면 연분은 연분인 모양이네. 그만 들어오쇼.”

여태 지켜보고 있었는지 주방에서 나온 광치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성공했나보구먼.”

출입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유몽과 나예령이었다.

“보통 죽엽청보다 두 배나 강한데 견디겠소. 저 정도면 나라도 맛이 갈 거요.”

백산과 설련이 마셨던 죽엽청 단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던 광치는 인상을 찌푸렸다. 
백산에게 주었던 죽엽청은 다른 술에 비해 주정이 두 배 이상 들어간 술이었다. 술이 약한 백산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예령아 뭐하냐. 주모 데려다 씻겨야지.”

“알았습니다, 사부님.”

고개를 숙인 나예령은 설련을 안고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형님 우리도 시작합시다.”

“끄응! 자네 말대로 하긴 하는데 이러다 맞아 죽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아이고, 형님은 걱정도 팔자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지가 어쩔 거요. 그리고 우리가 뭘 어쨌다고, 사모를 덮친 건 우리가 아니라 대장인데. 이럴 때 춘약이라도 있었으면 금상첨환데.”

입맛을 다시며 광치는 백산을 안아들었다. 

그로부터 반 시진 후.

전전(錢錢) 맨 안쪽 방에 백산과 설련을 나란히 눕힌 일행은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밖으로 나왔다.

“이젠 둘이 껴안는 일만 남았네.”

안쪽을 흘끗 쳐다보던 일행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술을 먹고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방안 공기가 싸늘해지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 사람은 껴안고 잘 거라는 계산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그들의 예상이 맞았던지 어느 순간 백산과 설련은 서로를 굳게 껴안았다.

“아침까지 지켜보고 싶네. 대장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아래층으로 내려온 광치는 짓궂은 얼굴로 유몽을 보며 말했다.

“나는 아침이 오기 전에 도망갈 테니까 자네가 알아서 해.”

아무래도 불안한 듯 유몽은 위층을 흘끔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백산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대장이 불안해하는 건 과거 때문이 아닙니다. 지키지 못할까 봐, 다시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나서 다가가지 못하는 겁니다. 형님과 제가 대장 사모를 지켜주면 됩니다.”

지금껏 백산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설련의 손에 굳은살 박인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깟 걸로 사랑이란 말을 들먹이기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만은 확실할 터였다.

“밤이 참 좋습니다. 형님 저기 별 좀 보십시오. 막 쏟아질 것 같습니다. 대장은 좋은 꿈을 꿀 겁니다.”

창 밖을 가리키며 광치는 환하게 웃었다.

광치의 말대로 백산은 꿈을 꾸고 있었다.
첫 부인이자 광명안이었던 조천영에게 동정을 주었던 그날의 꿈을.
하지만 백산은 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로 눈앞에 천영의 알몸이 있었다. 봉긋 솟은 가슴과 매끈한 아랫배 그리고…….
일순 숨이 턱 막혔다. 사막에 버려진 양 극심한 갈증이 몰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끄러운 듯 천영은 잠시 앙탈을 부렸다. 그러다가 이내 적극적으로 응해왔다. 손을 들어 그녀의 가슴을 쓸어보았다. 가슴 벅찬 희열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의 가슴으로 입을 가져다대자 화들짝 놀랐는지 그녀는 재빨리 제 가슴을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손을 치웠다.

젖을 찾는 아이처럼 백산은 정신없이 빨았다. 그러자 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며 백산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얼마쯤 가만히 몸을 내맡기고 있던 그녀는 백산의 머리를 꽉 틀어쥔 채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백산의 손이 깊숙한 곳까지 침범했으나 그녀는 막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활처럼 휘며 백산의 어깨에 매달렸다.

그녀의 기꺼운 반응에 고무된 백산은 더욱 정성을 다해 그녀를 달궜다.
그녀는 더 이상 지시를 하지도 않았고, 손을 이끌지도 않았다. 오직 뜨거운 숨결만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백산이 꿈에서 깨어난 건 창문 틈을 파고든 새소리 때문이었다.

“아이고 머리야, 도대체 얼마나 마셨기에. 고급술은 머리가 안 아프다고 하더니 순 거짓말이었어.”

머리가 흔들리는 듯하여 눈을 뜨지 못했다. 아니 간밤 꿈이 너무 좋아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소령의 몸에 빙의한 후, 처음 그녀의 꿈을 꾸었다. 

“그땐 참 좋았는…….”

물컹, 손안 가득 잡히는 뭔가에 백산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다.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손을 움켜쥐었다.

‘허억!’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급하게 삼킨 백산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슬며시 눈을 떴다.
그러다 어둠 속에서 이편을 향하고 있는 커다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너무 놀라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하지만 손 가득 잡혀있는 가슴의 촉감은 더욱 또렷해진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로 얽혀 있는 다리의 감촉까지 선명히 와 닿았다.

가슴을 틀어쥐고, 다리를 꼰 채 한 몸처럼 붙어있는 설련과 자신은 둘 다 알몸이었다.
꿈이라 여겼던 광경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정신이 아득해져,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이 상태로 있을 순 없기에 굳게 마음을 먹고 눈을 떴다. 나직했지만 가쁜 숨을 내쉬며 그녀는, 당혹한 얼굴로 이편을 보고 있었다.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 중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설련이었다.

“죄송해요. 술이 너무 과했나 봐요.”

아직 흥분을 추스르지 못한 그녀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 깔았다. 처음 그에게 입술을 빼앗겼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꿈인 줄 알았다. 꿈속에서 그와 함께 알몸으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꿈은 자신이 아닌 그가 꾸고 있었다. 오래된 과거의 꿈을. 그를 뿌리치고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의 손길에 주체할 수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달아오르는 몸을 어쩌지 못하고 신음을 내질렀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강한 쾌감을 얻기 위해 그를 유도하곤 했다.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몸은 여전히 긴장된 상태였고, 그의 손끝이 스치기라도 한다면 이내 신음을 지르고 말 것이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저기 다리 좀…….”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몸을 빼내지 못했다. 백산의 두 다리가 자신의 오른 다리를 꽉 조여버린 탓이었다.

‘하악!’

설련은 터져나오는 신음을 재빨리 삼켰다. 계속하여 그를 보고 있으면 덮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말았다.
백산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네가 나가면 가슴으로 찬바람이 들어올 것 같아서.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안될까?”

차분한 백산의 목소리에 설련은 가만히 눈을 떴다. 문득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상태라는 생각에 용기가 났다. 오히려 창피한 사람은 그일 것이다. 여든 살이나 먹은 사람이 아닌가.

“덮치지만 않으면 가만히 있을게요.”

여유를 되찾은 설련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이가 몇인데 덮치나.”

“그런데 언제까지 가슴을 쥐고 있을 건데요?”

“아이고, 내가 그랬나.”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재빨리 손을 뗐다. 일순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눈 안으로 확 밀려왔다. 

‘이런!’

백산은 내심 당혹한 비명을 질렀다. 아래쪽으로 피가 몰리며 몸이 달아오른 것이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백산은 엉덩이를 뒤로 빼내려고 힘을 썼다. 하지만 그는 엉덩이를 뺄 수가 없었다.
이번엔 설련의 다리가 꽉 잡고 놔주질 않았던 것이다.

“다리 좀…….”

“저도 추운 건 싫어요.”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느낌에 설련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의 다리를 놔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꿈이 아닌 실제 자신의 가슴을 보며 흥분하는 백산의 변화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스스로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정혼자였던 위지소령이 아닌 타인에게 알몸을 보인 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산의 시선이 부담스럽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추위하고는 상관없잖아. 창피한 거라고.”

울 듯한 얼굴로 백산은 말했다. 당혹스럽기도 했고 창피했다. 꿈일 때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은 맨 정신. 더구나 여든이란 나이가 아닌가. 그녀를 편하게 해주려는 생각에 그대로 있어 달라고 했다. 더하여 사심 없이 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몸은 반응을 보이고 만 것이다. 꿈에서처럼.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르 황…….”

별 효과도 없는 천자문을 외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조금 전 보았던 설련의 가슴은 더욱 또렷해질 뿐이었다. 

“우린 간밤에 이보다 더한 상황을 겪었어요. 그리고, 그건 창피한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거라고요.”

다시 몸이 달아오르는지 설련은 나직한 신음을 뱉어내며 백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완전한 관계를 제외하면 두 사람은 모든 행위를 다했고 그 잔재는 여전히 온몸에 남아있다.

“그러지 말고 팔 좀 줘요.”

“끄응! 나도 모르겠다. 그놈의 술이 웬수지.”

나직한 신음을 뱉어내며, 혹여 몸이 닿을까 봐 엉거주춤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훗! 그런데 원래 술은 그렇게 독한 거예요?”

“술, 처음이었어?”

“네.”

“어이그, 내가 미쳐. 처음 먹는 술을 그렇게 대책 없이 퍼부으면 어쩌란 말이야!”

“그건 백 공자도 마찬가지잖아요. 이기지도 못한 술을……, 주사도 심한 것 같고.”

“설마 내가 옷을 벗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누구겠어요. 여긴 우리 둘밖에 없는데. 저는 절대 아니라고요.”

“어라? 생사람 잡네. 노망이 났으면 몰라도 난 절대 아냐. 네가 예쁘긴 하지만 나이가 팔십이라고.”

“피이! 입으로는 맨날 팔십이래. 그런 사람이 처녀 몸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요. 주무르기만 했으면 말도 안 해. 온몸에 침까지 잔뜩…….”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화들짝 놀란 설련은 재빨리 말끝을 흐렸다.

“끄응! 그건 말이지, 내가.”

“됐어요. 이미 지난 일인데. 그러니까 우린 더 이상 어색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설련은 활짝 웃었다. 얼굴을 붉히며 안절부절못하는 백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상쾌해졌다.

“어라? 설련 너 볼에 보조개 있었네?”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설련의 볼우물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괜히 관심 있는 척하긴.”

설련은 슬쩍 눈을 흘겼다.

“아앙? 환하게 웃을 때만 나타나는 거구나. 그동안 별로 웃을 일이 없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고. 앞으론 그렇게 웃어야 한다.”

“글쎄요. 웃을 일이 얼마나 있으려나 모르겠네.”

하지만 또다시 설련은 환하게 웃었다. 백산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따스한 기운이 치밀어 올라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말했던 단순한 행복이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뭔지 모르지만 마음속이 꽉 찬 듯한 느낌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웃을 일? 그거야 만들면 되지. 이렇게 말이야.”

하고 백산은 팔 베개를 해주던 팔을 풀어내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안 돼요, 나 간지럼 많이 탄단 말이에요. 풋! 호호호! 호호호! 그만, 그만 하세요.”

몸을 비비꼬며 웃음을 터뜨리던 설련은 백산의 손을 뿌리치며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이 설련을 간지럼 태웠단 말지요. 백 공자도 한번 당해 보세요.”

두 다리로 백산의 하체를 조이며 양손을 이용하여 백산의 겨드랑이를 사정없이 간지렷다. 가슴이 짓눌리고, 아래쪽 백산의 발기한 상징이 몸을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헹! 나는 간지럼을 타지 않는 체질이란……. 훗! 하하하! 하하하! 그만, 제발 그만해.”

간지럼을 타지 않는 체질이란 건 과거의 몸을 뿐이었다.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설련의 몸을 꽉 껴안아 버렸다.

“하-아!”
“하-아! 그런데 우리 어떻게 나가지?”

깊게 숨을 몰아쉰 백산은 설련을 보며 물었다. 술 취한 다음부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광치나 유몽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음! 백 공자는 저기 창문으로 도망치면 되잖아요. 전 나중에 나가면 되고.”

“우리가 죄졌나? 왜 도망을 쳐!”

“허세 부리지 마세요. 도망칠 거면서…….”

“아냐, 문으로 당당하게 나갈 거야. 걱정하지 마.”

“정말요? 그런데 창문은 왜 자꾸 흘끔거려요?”

자꾸만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설련은 짓궂게 물었다.

“정말이라니까! 날 못 믿는 거야?” 

“믿어요, 제가 백 공자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어요. 참! 공현에 야시장 생겼다고 하던데.”

“야시장? 그러니까 심야 영업하는 그런 시장을 말하는 거야?”

“네, 천붕회 기간동안만 서는 시장이라고 하던데요?”

“시장이라? 나는 별론데……. 좋다 까짓 것 인심한번 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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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작성자적송 | 작성시간 26.06.20 감사히 즐독합니다...
  • 작성자둥굴둥굴 | 작성시간 26.06.20 감사합니다
  • 작성자덕산 | 작성시간 26.06.20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어른 | 작성시간 26.06.22 new 감사히 잘 봅니다
  • 작성자요랑대로 | 작성시간 26.06.22 new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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