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모모
저자 : 미하엘 엔데 지음 / 한미희 옮김
출판사 : 비룡소
이 책은 미하엘 엔데의 1973년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1999년에 처음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2005년에는 무려 47쇄를 찍을 만큼 매우 인기 있는 책이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초등학생, 청소년을 위한 동화이다. 그러나 이 책은 미하엘 엔데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도 그것이 담고 있는 철학의 깊이 때문이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1978년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노래, 김만준의 [모모]라는 노래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으며, 이 책과 노래의 이미지가 서로 겹쳐치는 느낌을 받았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만준의 노래 ‘모모’는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어린 모모(모하메드)를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미하엘 엔데가 우리에게 주고 싶어 했던 메시지가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라는 내용, 즉 시간의 객관성보다는 시간은 주관적 삶의 내용으로 채워진다는 주장 때문이리라.
미하엘 엔데의 주인공 모모 역시 볼품없는 말라깽이 소녀에 불과하다. 고대원형극장의 한모퉁이에서 사는 어린 노숙자이지만, 무소유에서 비롯되는 한없는 자유와 상상력, 그리고 애정을 갖고 마을 사람들의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상담이란 단지 사람들이 갖는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다. 모모와 같이 있을 때는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내부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확인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 역시 그들의 상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진짜 ‘놀이’를 하곤 한다.
그런데 모모가 살고 있는 세상에 회색신사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을 내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삶을 허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곤 시간을 저축하라고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소름끼치는 일을 계획한다. 바로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하라고 속인 뒤에 그들의 시간을 뺏는 것이다. 모모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회색신사의 감언이설에 속아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그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거나 웃을 시간이 없다. 앵무새에게 먹이를 줄 시간도 없고, 어머니를 돌 볼 시간이 없어서 양로원에 맡겨버리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서 보육원에 맡겨버린다. 단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들은 무엇인가에 ?i기면서, 그들이 무엇을 추구하는 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조급하게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모모는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 바로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며 시간을 저축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내일보다 오늘의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모는 호라 박사의 도움으로 친구인 거북 카이오페이아와 함께 회색신사들 일당과 싸워 다시 그들의 시간을 찾아주게 된다.
미하엘 엔데가 1970년대에 바라본 산업사회는 우중충한 회색신사의 냉기에 가득찬 잿빛 세상이었나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시간관리, 동작연구 등이 진행되었던...
그런데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아주 가끔씩 ‘모모’를 만나게 된다. ‘어느날 난 낙엽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마음을 보면서..’, 왜 그리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되돌아 보게한다. 현실은 모모의 승리로 끝난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그 어린 소녀를 만날 때마다 나의 삶은 그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