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탄 고추따기와 말리기랍니다.
모종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
풀을 매는 일도 힘들고 동물, 벌레 퇴치도 가슴을 태우는 일이지만
고춧가루까지 되는 과정의 꽃은 역시 따기와 말리기지요.
요즘은 그래서 따는 것까지만 하고 그냥 생고추를 내는 걸 훨씬 선호합니다.
그만큼 까답롭고 또 들어간 노동력에 비해서 경제적 댓가는 적은 편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고추들이 말라가며 내는 달콤 향긋한 냄새와
그 투명함과 가벼움을 느낄 수 있는 건
고추농사를 짓고 말리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축복이지요.
자~~ 이제부터 따고 말리기 함께 해볼까요? ㅎㅎ
이렇게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면 첫물을 언제 딸까~~
이게 숙제가 됩니다.
보통 8월 중순부터 빨간 고추가 열리는데
바로 따지않고 고추가 조금 더 몰캉해지고 새빨개질 때를 기다랍니다.
마을의 어른들은 걱정을 하시지요.
빨리 따주지 않으면 덜 달리니 수확이 적어진다고...
하지만 고추는 스스로 충분히 익어서 빨갛게 될 때 따야 색도 맛도 좋답니다.^^
자, 이제 따기입니다.
첫번째 따는 아이 두호~~
요거 몇년 전이에요. 올해 것도 있지만 두호는 예년 것을 올립니다.
왜냐면 ^^ 너무 구엽쟎아요 ^^
한 3년 되었을까요?
고추 모양이 신기하다고 저를 보여주던 모습... ㅎㅎㅎ
에구~ 이뻐 죽겠어요.
죄송합니다. ^^;;
이번엔 딸들이랍니다. ^^
요건 올해 첫물고추 따는 모습이에요.
왠만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딸들을
얼른 찰칵~~
급히 찍느라 제 손가락 찍히는 것도 몰랐네요. ^^
한 줄을 두명이 마주보며 따갑니다.
여기서도 도란도락 소근소근~~
터울 적은 자매없는 분들 부러우시죠? ㅎㅎ
이야기를 나누며 따니 덜 힘들까요?
그래도 고추따기가 쉽지는 않지요.
농사짓는 대부분의 분들이 따는 일이 힘들어 고추농사 안짓는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제가 따놓은 고추네요.
이렇게 따서 줄 밖에 두면 두호아빠가 차로 옮겨가지요.
저 뒤에서 두호아빠가 고추 따는 모습이 보이지요?
저렇게 따다가 자루가 차면 고랑에서 나와 줄 밖에 두었던 자루들까지 모두 옮긴답니다.
저는 고추는 정말 잘 따는데요 무거운 걸 드는 것은 조심스러워요.
허리가 워낙 좋지가 않아서...
그러니 내가 많이 따고 옮기는 건 두호아빠가 주로 한답니다.^^
아래 사진은 친구들이 놀러와 고추를 따주는 모습이지요.
작년인가 봅니다.
저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에요.
25년만에 셋만의 여행을 하기로 해놓고 저렇게 일만 합니다. ㅠㅜ
작년엔 고추를 많이 심어 따는 일이 만만치 않았는데
친구들과 볍씨학교 친구들이 손길을 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
이렇게 가족과 여럿의 마음이 합해져 따진 고추들~~~ 그래서 더 소중한 고추들...
이건, 작년에 고추를 따다 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의 모습입니다.
작년엔 고추를 많이 심기도 했고 많이 달리기도 했지요.
따다따다 지치면 벌렁 고랑에 누워 하늘을 보기도 자주 하고,
어두워져서 고추가 안보일 때까지 고랑을 누비며 다니기도 여러번이었답니다.
어두워진 하늘에 쪽달이 떴네요.
하늘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 다르지요.
고추밭에서 보는 하늘은 어떤 느낌이었더라~~
늦게까지 따던, 일찍 마쳤건 고추는 어쨌든 이렇게 트럭에 실립니다.
작년까지는 저만 꼭지까지 떼내고 땄었는데
올해는 두호아빠와 두호까지 꼭지를 떼고 따네요.
이러면 말릴 때 꼭지부근에 희아리 생기는 것을 조금은 방지할 수 있답니다.
대신 따낼 때 조심스레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답니다.
이렇게 싣고 온 고추는 모두 골라야 한답니다.
이 때 제일 괴로운 건 온갖 날벌레들...
눈앞에서 쉴 새없이 정신을 빼는 깔따구와 모기, 파리, 날파리 ㅠㅜ
그래도 골라야지요. ㅎㅎ
아직 익지않은 고추, 상처가 나거나 상한 고추는 모두 골라내야 해요.
안 그러면 후숙시킬 동안 곯아서 옆에 멀쩡한 고추까지 상하니까요.
또 많이 익은 고추와 너무 생생한 고추도 따로 분류를 합니다.
아주 몰캉한 것들은 바로 널어도 되구요.
생생한 고추들은 약 3~4일간 그늘에서 후숙을 시킵니다.
생생한 고추를 널면 반발이 크답니다.
아직 많이 품고 있던 수분을 채 내보내지 못해 곯고, 제대로 마르지 못해요.
스스로 기운을 빼고 수분을 토해내서 "나는 마를 준비가 됐다~"하고 허락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벌써 약간 쭈글쭈글한 고추들이 많답니다.
이래야 잘 마르기도 하고 색깔도 곱지요.
이르게 따서 말리면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지만
고추의 붉은 색이 나오질 않는답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제일 걸리는 점이지요.
고추를 소량짓는 분들은 나무에서 그냥 달린 채 말리기도 한다는 군요. ^^
그런 분들이 부러워요.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할 거야요!
자~ 이제부터는 말리기입니다.
아침 이슬이 거치면 온가족이 나와 고추를 넙니다.
가운데 보이는 게 두호네요.
이렇게 매일매일 널지요.
작년에 날이 좋아 그래도 참 즐겁게 일했답니다.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았구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두호아빠와 둘이서 하려니
비가 쏟아질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그 땐 울기도 많이 울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답니다.
여긴 집에 올라오는 길~
여기도 어김없이 고추에게 점령당합니다.
영서가 고추를 널고 있네요.
우리집에서 영서의 초상권이 가장 비싸답니다.ㅠㅜ
왠만해서는 사진에 얼굴을 내주지않는 영서~
ㅎㅎ 요건 큰 딸 영주구만요~
작년 모습이에요. 신이 났네요. ^^
올해는 앞머리를 길러 훌쩍 뒤로 넘기니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
이마를 내놓고는 이뻐졌다는 이야기 많이 듣는답니다. ^^
고추를 널어놓고 또 몸을 푸는 영주~
고추를 이렇게 널어놓고 나면
어디다가 막 자랑을 하고 싶어진답니다.
우리 고추들 보세요 너무 이쁘지요? 하구요.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답니다.
작년엔 대체로 날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하루에 두세번씩 쏟아지는 비 때문에 골탕을 먹었지요.
잠깐이긴 한데 맞힐 수는 없는 비
이럴 땐 온 식구 뛰어나와 고추를 옮깁니다.
누군가 '비다' 하면 우당탕쿵탕! 하던 일 모두 멈추고 마당으로 뛰어나와 고추를 걷지요.
아래 사진은 고추를 모두 옮긴 뒤, 고추망과 은박매트까지 모두 거둬들이는 모습입니다.
온가족이 빨리 움직여야하지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빨리 하지 않으면 매트까지 젖어서
해가 날 때도 빨리 널 수가 없답니다.
바닥은 네 겹을 까는데 맨 바닥에는 부직포, 다음에 비닐,
그 위에는 은박매트 그리고 고추망을 얹고 고추를 말립니다
비닐은 고정을 시켜 걷지 못하니 비가 오고나서
고추를 널 때는 물기를 모두 닦아줘야한답니다. - - ;; - - ;;
옮기는 장소는 일단, 마루가 그 첫번째 장소
그 두번째 장소는 이렇게 처마 밑이 된답니다.
하루에 두세번씩 비가 온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널었다, 옮겼다만 하다 볼 일 다 본답니다.
이 날도 그랬던 날이네요.
부지런히 온 식구가 옮겨놓고 나니 글쎄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듯 환해져버렸지요.ㅠㅜ
하늘님이 우릴 훈련시키는 모양이야요 ㅠㅜ
그래도 막 펼쳐널었을 때 빗방울 떨어지는 것보다야 훨~ 낫지만...
그래서 올해는 지붕이 열리는 비닐집을 마련하고 있어요.
이것도 참 사연 많게 진행됐지요.
저는 늘 지붕이 열리는 비닐집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아님, 철로처럼 된 레일이 있어서 비가 올 때
그 레일을 따라 지붕이 샥 덮이는...
들고 뛰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ㅠㅜ
헌데, 표고버섯 하는 곳에서 그런 비닐집을 두호아빠가 본 거에요.
그래서 올해 그걸 하기로 했는데....
이곳이 바람이 너무 많아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최종 결론이 났어요.
어찌나 서운하던지...
그러다 다시 용기를 냈어요. 대비책을 든든히 세우고 해보자~~
그래서 계획보다 늦게 지붕열리는 비닐을 마련하게 되었지요 ^^
그냥 비닐집에 말리면 빨리 말리기도 하고 편하지만
해와 바람에 고추를 말려오던 저희로선 그건 아니다 생각했어요.
한낮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요.
또 전반적으로 습할 땐 팽이가 앉는데 그게 흰 팽이가 아니라 검은 팽이라 영 짐짐했거든요.
양쪽 창문, 앞 뒤 문, 위 지붕이 모두 열리는 비닐집이라면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닐집 한 동만 실험하기로 했지요.
이곳 분천이 워낙 바람이 세거든요.
우선 한동을 성공적으로 하고 나면 나머지 한동도 해볼까 합니다.
에구~~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어찌되었든 이렇게 널어놓은 고추들은 해가 아주 좋은 날이 계속되면 20일 길게는 40일 정도까지 걸려 마릅니다.
날이 길어질수록 희아리도 많이 생기고 그럼 다듬는 시간도 두세곱절이 걸리지요.
윗사진은 마른고추를 골라내고 있는 사진이네요.
널어놓은 고추는 자주 뒤집어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고추 안의 수분이 한쪽으로 쏠려 희아리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엎어진 면과 해를 본 면의 고추 색깔이 다르게 말라버리지요.
고추를 뒤집으면서 이렇게 곱게 마른 고추들은 골라냅니다.
한꺼번에 뿅 말라주면 좋은데 그런 법은 없지요. ㅠㅜ
자식 키우기와 똑 같아요. 같은 부모 같은 환경에서도 다 다르듯
같은 날, 같은 방법으로 따서 말려도 마르는 속도는 조금씩 다 다르답니다.
헤헤 보이세요? 이 빨강! 이 투명함! 이 가벼움!
제가 핸드폰으로 찍어서 아주 가까이 찍으면 사진이 흐리게 나와버려요.
그래서 고추의 맑고 투명한 모습을 가까이 보여드릴 수 없는게 아쉽습니다.
올해는 기필코 아이들에게 디카로 가벼이 마른 고추를 찍어달라고 해야겠어요.
아가 같던 작은 고추가 푸르고 단단한 고추가 되었다가 이제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며 붉게 물들어가지요.
그 때까지 고추는 마치 젊은이의 근육처럼 단단하답니다.
그런던 고추가 볕에 널어놓으면 몰캉몰캉해져요. 곯는 것이 아닐까 싶게 몰캉거리지요.
발효중이라고 하더군요.(여기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지만)
이땐 마치 자식을 둔 어미의 젖가슴처럼 부드러워집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점차 투명해지면서 가벼워지지요.
이제 빨강은 그냥 빨갛다는 느낌만으론 설명할 수 없답니다.
마치 지혜로운 노인이 숨을 내 쉴 때마다 생의 미련, 아쉬움을 모두 뱉아내는 것처럼
자신의 몸 안에 있던 물기를 모두 뱉어내려 애쓰는 고추노인 같지요.
아기고추도 이쁘고 싱싱한 푸른 고추도 멋지지만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고추는 바로 단계의 고추랍니다.
미련도, 아쉬움도, 생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급할 것 없다는 듯
투명해지는 고추...
가벼워지는 고추...
참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른 고추를 거둬내는 일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비가 오면 달려나가야 하고
아침마다 널고 뒤집고 고르고...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지금도 고추를 이렇게 말릴 수 있는 건
고추가 우리에게 주는 그 모습 때문인 것 같아요.
에고~~ 또 길어졌어요.
고추말리기는 역시 할 말이 많네요.....
오늘 아침 사진입니다.
두호아빠가 지붕이 열리는 비닐집을 손보는 사이
해가 쨍한 아침 올라오는 길에 고추를 널었습니다.
우선 비닐을 깔고 그 위에 까만망을 또 깔았지요.
그리고 고추를 널고 있습니다.(아래 사진)
지붕이 환히 열리는 비닐집이 완성되면 그 안으로 넣어주어야지요.
그럼 고추들에게도 정말 자기 집이 생기는 거네요.^^
지붕이 열리는 비닐집 하나만으로는 안될 것 같으니
어떤 놈들은 물론 밖에서 놀아야겠지만요. ^^
가장 어렵고 가장 속도 상하는,
하지만 가장 기쁘고 감동적인 시간인 고추말리기.
그 시간이 저희에게 왔어요.
작년 가을 고추를 따면서, 징징거리지 말고 고추말리기를 약속했더랬지요.
올해는 행복하게 즐겁게 고추말리기를 꿈꿉니다.
그래서 말리는 우리도 받는 분도 드시는 분들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고추말리기의 꿈!
휴~~~
이렇게 긴 글 봐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꾸벅~ 인사드립니다.
함께 심고 매고 따고 말리고 다듬고 빻고는 못할지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먹거리가 더 맛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면 기쁨이 두 배가 될 거예요. ^^
고맙습니다!
두호네고춧가루 바로가기 http;cafe.daum.net/duho333/9eZl/732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통일꾼 작성시간 10.09.01 정말반갑다 요즘 너네집 구경하느라 너무재미있다. 글쓰는게 처음이야 머리에서는 할말이 많은데 힘들다.요즘시간이좀있어서 옆에서 막네가 답답하다고 자기가 쳐준다고 난리다. 나 박정희야 나중에 또쓸께 밥차려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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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산골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9.01 아~~~~~~~~~~~~~~~
정희야! 종채형하고는 몇 번 통화했지만 너는 처음이다!
얼마 전에 옥선, 경희 다녀갔다.
올 뻔!했다면서...
부천의 옛 용사들이 모처럼 뭉칠 기회였는데...
요즘 많이 안 바쁘면 한 번 다녀가~
어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보고싶다!
자주 와라~~ 자주 와~~~ -
작성자하늬바람 작성시간 10.09.02 와~ 투명하게 말린 고추가 놀랍네요. 깨끗하다 못해 이쁘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아요. ㅎ
몇 년전에 아시는 분의 댁에 고추따러 간 적이 있었는데요.
처음 30분은 재미있게 땄습니다.
처음 따보는 고추라.. 재잘재잘거리면서..
30분 지나자 허리 다리 무릎 안 아픈데 없고, 입에서는 끙끙거리는 소리 절로 나고..
엄청 힘든 일이라는 알았습니다.
늘 수고로운 일을 하시면서 즐겁게 하시는 듯 합니다.
부모님을 늘 도와주는 아이들의 모습도 좋아보입니다.
지나가는 태풍에 별 피해는 없으셨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산골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9.02
ㅎㅎ 밭일이 힘들다 하지요. 특히 고추따기 힘들다고요.
자세가 어정쩡하게 되서 더 힘들구요.
헌데, 저는 말리기가 제일 어렵게 느껴져요.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오래 기다려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요.
뒷 일도 많구요. ^^
그래도 요즘은 이 모든 것이 참 복된 것이다 생각해요.
별일이 있어요.
지붕이 열리는 비닐집에 지붕비닐이 부~우~웅 날아갔어요.
바람이 잔잔해지면 다시 봐야지요.
탓할 곳이 없어요. 미리 찬찬히 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