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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음악다방>을 통해 본 창의적 연극 컨셉

작성자시골선비|작성시간26.06.14|조회수27 목록 댓글 0

<금복음악다방>을 통해 본 창의적 연극 컨셉

-착란의 연극성, 기다림의 아름다움

 

 

착란 놀이로 승부를 거는 연극이 있다. 감춤과 드러냄 사이로 착란이 고개를 들고 말을 걸어온다. 겉은 웃지만 속에는 아픔이 숨어있다. 허공을 향해 헛것으로 반응하는 자, 착란의 이면에 애절함이 숨어 있다. 오일팔 트라우마, 좌절된 사랑, 착란 안으로 숨어든 기다림, 그 정체가 궁금하다.

 

극단 Y의 연극 <금복음악다방>(박규상 작, 최영화 연출, 문예정터 갤러리 씨어터)에선 감춤과 기다림, 그 줄다리기 미장센이 다채로운 연극성을 자아낸다.

 

기다림은 숨김 코드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움은 편지 낭송으로 서정성과 심미성을 유도한다. 서정의 극점에서 그리움이 말을 건다. 착란은 그리움의 또 다른 언어다. 편지는 추억을 소환한다. 추억, 그 회상의 정점에서 조우의 환상이 펼쳐진다. 만남을 사모하는 자, 애절함의 정감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힘, 낭송 시어가 흡인력을 발한다. 떨림 안에서 나의 진동은 너의 공명을 유도한다. 언어가 다하는 곳에 선율이 시작된다. 착란 경계를 넘어 또 다른 그리움이 말을 건넨다.

 

폐업 위기에 처한 음악다방,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 어둠과 혼돈의 한계선에서 방황하는 자, 무슨 사연일까. 말의 호흡이 끊긴다. 끊어진 언어 호흡으로의 변주, 이를 육화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찾아내기와 감추기 코드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착란 증세 뒤로 애절함이 숨는다. 관객은 이 숨바꼭질 놀이로 감춰진 메타 의미를 하나 둘 훔치기 시작한다.

 

연극은 게임이고 놀이다. 음악다방시절의 추억, 나의 신청곡은 언제일까. 나의 손 편지 낭송은 언제, 어떻게 펼쳐질까. 기다리는 자, 뽐내는 자, 음악 디제이 강민(송정우 분)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나만의 손 편지 쪽지, 감미로운 낭송 멘트, 수다로 환호하는 자(조혜수, 진소연 분), 칠공팔공 청춘 팝음악 다방의 활력과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 나온다.

 

디제이 강민(송정우 분)과 선주(조혜수 분)가 꿈꾸어 온 사랑은 오일팔을 만나면서 처절하게 무너진다. 잔혹스런 오일팔 참상, 공연은 스피디한 영상 서사로 건너뛰기를 시도한다. 핑크 플로이드 영상 음악이 학살 영상과 만나 섬뜩함과 그로테스크함을 자아낸다.

 

공연 무대는 현실과 과거의 교차, 충돌로 이루어져 있다. 허름한 음악다방, 손님은 오지 않고 각종 고지서만 날라든다. 집세 내기도 힘든 와중에도 차마담(윤미란 분)은 동생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붓는다. 헝클어진 상처를 보는 자와 보지 못한 자, 밀린 집세 현실과 동생 살리기 열망, 이들의 숨죽임과 비켜가기가 애절함의 정서를 다채롭게 건드린다.

 

인간의 사물화는 희극성을 조장한다. 인간이 단세포 사물로 변신한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과장된 의협 행동이 바람 빠진 좀생이 풍선으로 전락한다. 사랑 게임은 코미디 유희와 동화적 상상을 자극한다. 물이 하늘로 치솟는다. 물 컵이 탁자로 돌진하면서 주방장의 광기를 전달한다. 건물주(김주열 분)의 성희롱 갑질, 이를 막아내려는 주방장(정순기 분)의 의협 행동이 과장 희화된다. 차마담(윤미란 분)을 사모한 주방장 봉준과 건달(이현기 분)의 육탄전이 익살의 재미를 자아낸다.

 

편지 낭송을 통한 서정 코드가 무대에 참신한 풍요와 상상력을 선사한다. 재개발과 폐업 위기, 모든 게 끝난 것인가. 기다림은 끝내 무산되는가. 30년 넘게 운영한 대학가의 음악다방의 운명, 폐업 소식은 방송 문화가의 핫 이슈다. 폐업을 파티로 바꾸자는 엉뚱한 제안이 대박을 터트린다. 이곳 음악다방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자들, 이곳 뮤직 선율을 통해 싱그러움과 낭만을 구가했던 자들, 이들을 향한 초대 전략이 히트를 친다.

 

마지막 파티, 초대 받은 손님들의 즉흥 역할 놀이가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관객 참여, 어색함과 어수룩함이 배어 나온다. 미숙하고 정제되지 못한 육체 언어 연기, 어색함을 억제할수록 미숙함이 드러난다. 감춤과 폭로를 향한 역할 놀이, 관객은 순간 조롱과 조소 대상으로 전락한다.

 

역할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생음악 놀이 퍼포먼스다. 음악다방이 그리워 파크골프를 제쳐두고 달려왔다는 어느 남성 관객이 <이름 모를 소녀>를 열창한다. 관객이 처한 지금 이곳의 현실이 놀이극 무대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초대 가수 배창희의 <마지막 편지> 선율이 못 다한 사랑의 애잔함을 비유적으로 일깨워준다. 음악다방 사람들의 사랑 사연이 편지 낭송과 현장 생음악 선율로 변주된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공연장 문을 열고 나오면서 사유의 상상력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딸, 그 사이에서 바삐 움직이는 배우(조혜수 분)가 있다. 죽은 자에서 산자로의 인물 변신, 죽은 선주가 강민(송정우 분)과 만나는 상봉 환상, 민주를 향해 선주라 부르며 다가가는 자, 착란은 환상과 실제를 중첩시킨다. 착란은 그리움을 잉태시키며 그 극점에서 역할 넘나들기를 유도한다. 관객은 동일 배우의 역할 변환을 통해 분신 유희와 그 메타 의미를 이중으로 조망한다.

 

민주를 통해 죽은 선주를 보는 환상, 편지 언어 낭송이 선율과 만나면서 착란과 그리움은 어느 순간 한 몸이 된다. 환상과 소망이 버무려지면서 관객은 다채로운 상상과 사유 쾌감을 맛보기 시작한다.

 

뮤직 박스에서 읽어나가는 죽은 자의 편지, 가슴 깊숙이에 숨겨 놓은 사랑 흔적을 살려낸다. 둘만의 사랑이 익어간 곳, 이곳 뮤직 박스에서 나누었던 그 숨소리, 소망과 환상의 버무림, 그 시작과 종결이 선율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로 합쳐진다. 둘만의 오붓함, 둘만의 따스한 교감 우주, 이제 가슴에서 떼어내 다시 떠나보내야 할 순간인가. 선율은 한 줄기 빛을 선사하며 나를 너에게서 자유하게 하고 너를 내게서 해방시켜준다. 상대의 홀로 있음 마저 존중해 주는 것, 사랑의 본질을 이제야 알아차렸는가. 시낭송 퍼포먼스는 나의 본질, 너의 현존을 다채롭게 조망 성찰케 한다.

 

기다리는 자, 착란에서 말더듬으로, 일그러짐에서 정상의 반응으로 오가는 진동의 연극성,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송정우의 치열한 몸말 탐색 정신은 우리시대 공연문화사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박규상의 극언어, 창의적 최영화 연출을컨셉 만나 상상과 놀이 서사의 풍요를 맛보게 한다. 신파의 겉싸개로 시작된 코미디 연애 놀이코드가 경쾌함을 자아낸다. 예술은, 선율은 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황폐함이 밀려드는 순간에도 그들은 음악다방을 떠날 줄 모른다.

 

무거운 주제 사이로 경쾌한 희극성을 맛깔스레 유도한 사랑놀이 전략(정순기, 윤미란 분), 죽은 자를 향한 허망한 기다림, 생사의 경계를 뛰어넘는 편지 낭송의 유장함(송정우, 조혜수 분), 선율이 이들만의 순수 사랑, 그 그윽함과 서정우주를 하나로 합쳐 흘러가게 했음은 연극 <금복음악다방>의 주요 품격이자 미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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