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통해 본 창의적 연극 컨셉
-발견과 메타 상상의 유장함
푸른연극마을의 <고백>(오성완 작, 이당금 연출, 2022년 5월 24-28일, 씨어터연바람)은 추리와 호기심 유도 컨셉으로 발견과 메타 상상의 쾌감을 다채롭게 선사한다.
저 알 수 없는 암호 언어, 암호 투성이의 몸짓은 무얼 담고 있는 걸까. 아빠는 왜 오일팔 연극 소재 취재에 몰두하는 내게 평소와는 다른 태도와 반응을 보이는 걸까. 왜 만호반점 아저씨는 80년 5월 15일 그날 짜장면 가격을 고집할까. 연극은 수수께끼 투성이의 인물 속사연 안으로 관객을 인도하기 시작한다.
연극 동아리의 극중극 컨셉,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조우, 소주잔 주절거림과 넋두리, 술 마시는 자의 회상, 동시다발적으로 병행 진행되는 계엄군 아빠의 고백, 이 모두가 상호 날씨줄로 연결, 관객의 추리와 상상을 확장시켜 나간다. 과거를 살아가려는 자, 과거를 감추려는 자, 과거를 파헤치려는 자, 줄다리기 양상은 경쾌함에서 무거움으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재잘거림에서 침묵으로 전환되면서 공연은 다채로운 극적 탄력과 맛깔을 드러낸다.
오일팔 광주 그 현장 답사, 그 참혹 현장의 생생한 숨소리,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한 자가 변하기 시작하는가. 오일팔 마지막 날 밤, 그 칠흑의 어둠으로 얼룩진 참상 현장, 이 모든 게 주인공 영은(오새희 분)의 동아리 연극 만들기로 수렴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아 회복의 시선으로 변용되는 과정, 연극 <고백>은 이를 향한 메타 사유와 상상을 공감력 있게 유도했다는 점에서 우리시대 문화가를 주목케 한다.
창의적인 코러스 활용을 통해 빈 무대는 고백과 폭로의 현장으로, 다채로운 보고와 반응의 우주로 변용된다. 코러스 배우들(송한울, 유은주, 박성순, 차상경 분)은 극중 회상 속 인물의 능청과 실소 놀이를 천연덕스레 빚어낸다. 동시에 동아리 극중극 인물로 변신하면서 결단과 거듭남의 연극성을 유도한다. 코러스 배우들의 매끄러운 변신과 역할 놀이로 질펀한 놀이 색조와 강렬한 긴장 에너지가 우러나온다.
딸의 연극 연습 참관을 통해 무너지는 자, 잔혹 학살에 참여한 자(박상규 분), 그의 놀라운 고백 언어, 분절 음성 하나하나가 핵폭탄 뇌관 터트리기로 이어진다. 분절 음성, 고백 음성 사이로 처절했던 그 참상 현장이 끼어든다. 구두닦이, 버스 안내양 등 가난하지만 때 묻지 않는 만호반점 사람들, 그들의 사랑과 꿈이 건너뛰기 구도로, 순간 컷 이미지로 무대화된다. 죽은 딸을 찾지 못해 미쳐가는 자, 이웃 사랑, 가족 사랑을 향해 죽음의 학살 현장으로 달려가는 자들, 순수 영혼들이 죽어나가는 과정, 계엄군으로서 이를 힘겹게 토해 내는 자, 보고와 현장의 생생함이 가해자의 고백 음성과 교차 충돌한다. 숨겨진 비밀 우주가 순간 몇 배로 확장된다.
거리두기에서 자책하는 자로 무너지는 이정하 아빠, 의뭉스런 감추기로 희비극의 아이러니로 살아야 했던 만호 아저씨, 이 두 인물과 우주 사이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상상 우주를 이끌어낸 오새희의 연극 탐색 열정이 빛을 발한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죽은 자를 불러내 남겨진 자의 회한과 가슴앓이를 드러내는 장면, 오성완 특유의 능청과 익살 연기가 무장 해제와 폭소 쾌감을 자연스레 유도한다. 정체 감추기, 자기 부정, 독주로 고통스러워하며 가슴앓이 우주를 섬세하게 일깨워내는 박상규, 침묵의 극점에서 터져 나온 파편 언어가 강렬한 폭로의 연극성을 빚어간다. 고백과 폭로, 착각과 환각의 두 우주가 교차 충돌하다 마침내 하나로 용해되는 과정, 오성완과 박상규의 걸출한 배우술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 코러스의 집단 연희와 그 역동 에너지가 공연장 전체로 확장된다. 연극은 끝났지만 인물의 가슴앓이 고백은 나의 고백, 너의 고백으로 이어지는가. 나의 사유의 우주는 순간 너의 생각의 우주로 전이 확장된다. 창의적인 시공 분할과 연합 전략으로 내면과 외면의 조우, 발견과 깨달음의 우주가 유장하게 펼쳐졌음은 연극 <고백>의 최대 미덕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