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 정정훈 시인
세월 속에 털고 또 털어도
먼지처럼 가라앉지 않는 마음 하나,
잊었다고 생각한 이름들은
밤이 오면 창문에 서린 김처럼
희미하게 되살아난다.
낮에는 바람에 흩어진 줄 알았는데
어둠은 기억의 발자국을 모아
가만히 내 앞에 내려놓는다.
왜 이럴까.
강물은 흘러가는데
마음은 어느 모퉁이에서
아직도 그날의 빛을 주워 담고 있다.
미련이라 부르기엔 너무 오래되었고
그리움이라 부르기엔 너무 깊어진 것들.
그래서일까,
붉은 노을이 산 너머로 기울 때면
놓아야 할 것들을 품고서도
끝내 따뜻해지는 가슴.
이제 안다.
사람은 잊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품는 법을 배우며
늙어가는 것임을.
남은 숨이 바람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미워했던 날들도 사랑하며,
왜 이럴까 묻던 마음마저
조용히 껴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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