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찻집에 / 정정훈 시인
그 찻집에
흘러가는 세월의 속도는
낡은 시계보다 더 느리게 흐르고,
나무의자 틈 사이에
깃들어 앉은 먼지들은
살아온 날들의 한숨처럼 쌓여간다.
주전자 입김을 타고 오른 김은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품은 채
천장으로 천천히 피어오르고,
쓰디쓴 차 한 잔 앞에 앉으면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처마 끝을 적시는 빗소리와
낡은 풍경의 종소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요란하여,
잊고 지낸 기억들을 불러내고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던 외로움까지
가만히 흔들어 놓는다.
그 찻집에
나는 한 잔의 차보다 더 오래 머물러
세월이 남긴 향기를 마신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