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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담론

레디 메이드(Ready-made)와 핸드메이드(handmade)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21.03.09|조회수264 목록 댓글 0

레디 메이드(Ready-made)와 핸드메이드(handmade)

 

한때 ‘Made in USA’는 부러움 그 자체였던 시절이 있었다. 의식주를 지금의 diy(Do it yourself, ‘네 자신이 직접 만들어라’)하던 시대에서 ‘미제는 좋은 것’ 그 이상이었다. 더군다나 ‘메이커’라는 말이 나온 뒤로는 ‘가내수공업’은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재료인데도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것이 손수 만든 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았으니 ‘정성’이나 ‘솜씨’로는 상대할 수 없게 되었다. ‘개성’이 ‘유행’에 밀리고 ‘장인 정신’쯤은 ‘광고’ 앞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대형마트’는 ‘구멍가게’를 몰아내고 ‘글로벌’은 ‘로컬’쯤은 무시하고도 남았다. 저축보다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되고 말았다. ‘진→선→미’에서 ‘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시대가 가고 ‘미’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발전’이라고 인식하고 세상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라때’라는 말이 마치 ‘갑질’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 ‘과거’를 거울삼아 ‘온고지신’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과거에 답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기성품’에 신물이 났나? ‘레디메이드’보다는 ‘핸드메이드’가 더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되려고 한다. ‘돌고 도는 세상’을 실감하게 한다. 요즘은 ‘Made in Korea’가 반갑다. 여기에는 ‘Made in China’에 대한 상대적 우월 의식이 깔려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도 한때는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Made in China’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을 것이니, ‘취급하는(취급당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어떤 취급을 받는가(어떤 취급을 하는가)’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산’은 이제 낯선 푯말이 아니다. ‘외국산’이 나쁜 것이 아니라 ‘둔갑’하여 부당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제는 ‘국내산’ 중에서도 다시 지역 특산품 이름을 달고 나오니 고르기가 한층 더 까다롭기도 할 것이다. 물론 취급하는 물건이 귀하거나 비싸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리하는데 힘들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취급하는 것이 ‘made by me’였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가져온, 이미 ‘손질이 끝난 자료’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수업에 활용하지는 말자는 의미이다. 취급하는 물건의 ‘생산자’가 자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레디 메이드(Ready-made)보다는 핸드메이드(handmade)가 낫겠다. 그런데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치매 걸린 부모를 직접 모시기 어려워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레디 메이드’라면 ‘배달 음식’을 즐기지 않고 ‘집밥’을 차려 식사를 하는 것이 ‘핸드메이드’이다. 그런 부모님으로부터 여전히 반찬이 배달되고 있다면 그 또한 레디 메이드일 것이니, 결국 후대로 가서는 핸드메이드 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되고 말 것이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얽매여 수업하는 것이 레디 메이드라면 재구성을 통해 ‘얼’을 담아 수업하는 것이 핸드메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made by me가 핸드메이드’이다. 달리 말하면 자급자족이다. 주인으로 사는 지혜이고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결과를 자신만 쓰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널리 ‘공유’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리폼(Reform)’이라는 말이 있다. 낡고 오래된 것을 손질하여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혁신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새롭게 꾸며 놓는 것, 꾸미기, 새롭게 단장하기 따위를 가리키는 것이니 제법 손이 많이 간다. 핸드메이드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되어서 단이 모두 닳은 청바지를 잘라서 반바지로 입는 것도 리폼이라고 볼 수 있다. 재활용하여 새로운 창작물이 된 결과물이 된 것이다. 또한 가방의 손잡이가 떨어져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똑같은 손잡이를 찾을 수 없으니 대부분은 버리는데, 온라인에서 다른 손잡이 한 쌍을 구매하여 수선한 결과물도 리폼인 셈이다.

 

‘리모델링’이라는 말도 있다. 리폼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오래된 구조나 건물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으로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은 비슷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디자인을 새로운 방법으로 재구성하는 것인데, 집의 기본적인 구조물들은 건들지 않고 집주인의 의도를 살려 ‘유일한 내부’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리폼은 부분적인 형태나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라면, 리모델링은 전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니 규모 면에서는 리모델링이 훨씬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새 길을 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운전대는 학생이 잡는 것이고, 교사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 된다. 간혹 블랙박스처럼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보여주는 존재이다. 교사는 리폼에 들어가는 재료 구입이나 리모델링에 필요한 피드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것, 품이 덜 드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1회용이 간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설거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리수거와 같은 뒤처리 역시 만만치 않다.

 

교사의 일생은 ‘반복’의 연속이다. 재활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바에야 매번 주문해 쓰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양식을 정하고, 자기만의 빅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만은 손쉽게 드나드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다면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오늘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은 새로움이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되살려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되살릴 것이 많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 고물상의 어느 창고에 놓여 있는 자료가 아니라 마치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처럼 대접받고 있어야 한다. 녹슬지 않도록 기름칠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때 제대로 역할을 하고 생을 마감한 자료라 할지라도 손때 묻은 것이라면 한쪽에 귀히 보관해 두는 것도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 있는 대접은 아닐지.

 

‘레디메이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의 요구에 따라 하나의 부속품처럼 사용되는 기성품과 같은 존재를 상징한다. 일생을 교사로 사는 관점에서 보면 ‘안타까운 인생’으로 사는 꼴이다. 그보다는 ‘핸드메이드로 사는 길’이 자신의 이름을 ‘고유명사’로 남기고 가는 길은 아닐까?

 

 

2021. 3. 9. 구렛나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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