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란 1년 중 기후가 비슷한 시기끼리 몇 개월 단위로 나눠 놓은 것을 말한다. 보통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춘하추동(春夏秋冬)’이라고도 한다.
연중 가장 살기 좋은 때를 말할라치면, 에어컨과 히터를 켜지 않아도 되는 4월과 10월쯤이다. 봄 중에서도 3월은 꽃샘추위가, 5월은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다. 가을 중에서도 9월은 늦더위나 태풍이, 11월은 지역에 따라 계절감이 다르고 날씨 변덕이 심하다.
학교는 1, 2학기로 나뉘니 두계절인 셈이다. 그 가운데에 방학이 있다. 덥고 추운 기후를 온전히 받아들여 잠시 쉬는 때다. 하지만 그냥 푹 쉬면 ‘두계절 교사’이다. ‘준비’와 ‘정리’에 땀을 들이지 않는 교사이다. 시작과 끝, 두 개가 있을 뿐이다. 끊고 맺음이 확실하달 수 있으니 가히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농사꾼과 소비자는 계절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다르다. 소비자는 김장배추를 구매하는 초겨울에 가서야 배추를 대하지만, 농사꾼은 가을도 아닌, 늦여름에 배추 모종을 한다. 또 소비자는 붉은 고추를 가을에 만나지만, 농사꾼은 이른 봄에 고추 모종과 논다. 농사꾼과 소비자 간 두 계절의 차이가 있다. 교사가 농사꾼 마인드를 가질 필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학교로 치면 3월은 봄이다. 그런데 3월 개학을 앞에 둔 2월 쓰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제대로 준비해야 할 계획과 연일 놀아야 한다. 3월부터 7월까지를 한 계절로 쳐 농번기라 친다면 1, 2월은 농한기이다. 한가롭다. 하지만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교사의 역량은 크게 달라진다. 여름 방학은 1학기의 정리로 절반, 2학기 준비로 절반을 써야 한다. 그러니 학교 역시 1년을 두계절로 인식하기보다 최소 4계절로 써야 한다.
흔히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한다고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농사꾼은 ‘봄이 오기 전’에 할 일이 있고, ‘봄’에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름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고, ‘한여름’에도 어김없이 할 일이 있다. ‘가을이 오기 전’, ‘가을’에, ‘가을이 끝날 무렵’에 할 일이 있다. 물론 ‘겨울이 오기 전’에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계절이 주는 그 변화에 따라 작은 일에서부터 굵직한 일까지 수없이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8계절을 사는 인생이 농사꾼이다. 그만큼 ‘준비’와 ‘정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추와 배추를 심는 것은 하루 이틀이면 된다. 아주 굵직한 일인데도 걸리는 시간은 짧다. 대신 심을 밭을 단속하는 일은 매우 힘이 든다. 심는 데는 이틀이지만 심기 전에 묶은 밭을 정리하고 거름을 내고 갈아엎고 고르고 비닐을 씌우고 구멍 뚫고 물을 주고 지주대를 설치하고 등, 일의 양은 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심은 후에는 작물에 웃거름 주기, 풀 매기, 약 치기를 쉬엄쉬엄하면 된다. 학교가 3월 개학하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것과 같다. 각종 교내외 행사, 시험이 사이사이 끼어 있지만 대체로 큰 변화 없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듯이.
수확이 끝나면 다시 일손이 바빠진다. 학교가 학기 말이 되면 바쁜 것과 마찬가지이다. 심은 과정을 고스란히 거꾸로 한다.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는 고추를 뽑아야 하고, 심은 수만큼의 지주대도 뽑아야 한다. 씌운 비닐을 걷어내야 하고, 비닐 위에 박은 ㄷ자 핀도 뽑는다. 뽑아서는 다시 내년에 쓸 수 있도록 깨끗하게 씻어 보관해야 한다. 걷은 비닐도 잘 말려 흙을 털어야 재활용되기 때문에 이 또한 번거롭지만 해야 할 일이다.
봄의 앞뒤, 여름의 앞뒤, 가을과 겨울의 앞뒤가 제각각 쓰임이 있으니 8계절이다. 하나 같이 ‘땀’의 계절이다. 빈틈없이 준비하는 ‘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는 ‘후’가 사계절 앞과 뒤에 자리해야 제대로 작물을 길러내듯, 교사 역시 두계절을 버리고, 사계절, 나아가 8계절을 가져야 한다. 8계절 중 두 번 정도는 ‘진땀’을 흘려야 한다. 그런 다음 개운하게 씻고 상쾌함을 맛봐야 한다. 그래야 1년 농사 잘했다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계절을 느끼고 산다. 하지만 간절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듯, 교사는 수업의 ‘전(준비)’과 ‘후(정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교사로서의 만족도는 달라질 것이다.
(2024.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