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A][㉠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B][㉣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화자의 내면을 고백하는 어조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상징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③ 일부 시행을 명사로 끝을 맺어 시적 여운을 주고 있다.
④ 명암의 선명한 대조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⑤ 도치의 방식으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화자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02 <보기>의 설명을 참고할 때, ㉮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선생님 : 이 작품의 1연과 8연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문장이 순서만 바뀌어 표현되고 있습니다. 1연과 8연을 보면 창을 경계로 하여 창밖과 창 안이 나뉩니다. 이때 창밖은 외부 세계를, 창 안은 화자의 내면세계를 나타낸다고 볼 경우에 ㉮화자가 1연과 8연의 시행의 배열을 바꾼 이유를 [A]와 [B]에 나타난 화자의 인식 및 태도와 관련지어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① 1연에 제시된 공간을 [A]에서 구체화하고, 8연에 제시된 공간을 [B]에서 구체화하기 위해서
② 1연과 8연의 내용은 같지만 순서를 다르게 하여 [A]와 [B]에서 화자가 처한 현실의 비극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③ 1연의 다음인 [A]에서는 화자의 과거의 삶을 제시하고, 8연의 다음인 [B]에서는 화자의 현재의 삶을 제시하기 위해서
④ 1연에 제시된 상황을 8연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A]와 [B]에서 현실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⑤ 1연의 다음인 [A]에서는 화자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나타내고, 8연 다음인 [B]에서는 외부 현실에 대한 화자의 대응 자세를 나타내기 위해서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한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느끼는 괴로움이 나타난다.
② ㉡: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시어가 사용되고 있다.
③ ㉢: 대조적 의미를 지닌 시구를 통해 시를 쓰는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④ ㉣: 화자가 원하는 세상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민족 전체의 각성을 통해 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나타난다.
⑤ ㉤: 새로운 출발을 위해 현실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가 화해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03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01 ⑤ 02 ⑤ 03 ④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 을 살아가고자 하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 다. 화자는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지 못한 시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지난 삶을 반성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좌 절하거나 굴복하는 대신 화자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립하고자 하 는 결의를 보이며 시상을 마무리 짓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 는 좌절과 번민 그리고 무력감을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시인의 사명감을 자각하는 모 습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뇌와 자아 성찰
1연: 어두운 현실 상황
2~4연: 무기력한 현재의 삶에 대한 회의
5~7연: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부끄러움
8~10연: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01 표현상 특징 파악 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인 10연에는 도치법이 사용되고 있지 않다.
① 자신의 삶을 성찰한 후 부정적 현실에 대한 대응 태도를 고 백적인 어조로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② ‘등불’, ‘어둠’, ‘아츰(아침)’과 같은 상징적인 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③ 1연의 ‘남의 나라’, 9연의 ‘최후의 나’, 10연의 ‘최초의 악수’는 명사로 끝을 맺는 부분인데, 이를 통해 시적 여운을 부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④ 어둠의 이미지의 시어(‘어둠’)와 밝음의 이미지의 시어(‘등불’)가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⑤
1연에서는 창밖의 모습에서 창 안의 모습으로 시선이 이동되고 있으며, 8연에서는 이와 반대로 창 안의 모습에서 창밖의 모습으로 시선이 이동되고 있다. 1연과 8연 이후에 전개되는 시상의 흐름과 관련지어 볼 때, 1연 이후에는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거나 현재의 삶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는 등 외 부로부터 내면으로의 시선의 이동과 일치하는 흐름을 보인다. 반면 8연 이후에는 일제 강점하의 현실에 대응하는 화자의 태도가 제시되어 내면으로부터 외부로의 시선의 이동과 일치하는 흐름을 보인다.
① 1연과 8연에서는 시·공간이 모두 제시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A]나 [B]에서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다.
② [A]에서는 현실에 무기력한 화자의 괴로움과 무기력한 삶 에 대한 반성, 어릴 때 동무들의 죽음 등이 드러나므로 현실의 비극성이 부각된다고 할 수 있으나, [B]에서는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므로 현실의 비극성이 부각된다고 할 수 없다.
③ [A]에는 화자의 과거의 삶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B]에서 화자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삶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다짐이라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
④ [A]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B]에서는 현실에 대한 의지적 태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A]와 [B]에서 화자가 현실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03 구절의 의미 파악 ④
시대처럼 아침이 온다는 표현에는 조국 광복의 날이 올 것에 대한 화자의 확신이 담겨 있다. 이러한 광복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모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다 하더라도, 그래서 어둠을 조금밖에 못 내몰게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커다 란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 보다는 민족 전체의 각성을 통해 광복이 온다는 설명은 적절 하지 않다.
① 천명은 하늘이 부여해 준 운명인데, 시인으로서의 천명을 ‘슬픈’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의 부정적 현실을 변화시킬 실질적 힘을 가지지 못한 무력감에 대한 화자의 괴로움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을 사는 화자의 모습을 반영해 주는 시어로 ‘가라앉음’의 뜻을 가지고 있는 ‘침전’이 사용되고 있다.
③ ‘인생은 살기 어렵다’라는 구절과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이라는 구절이 서로 대조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화자 의 모습을 알 수 있다.
⑤ 손을 내미는 ‘나’는 화자가 추구하는 ‘본질적 자아’로 볼 수 있으며, 본질적 자아가 내미는 손을 잡는 또 다른 ‘나’는 화자의 지금 모습인 ‘현실적 자아’로 볼 수 있다. 이 두 자아가 화해를 하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