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김광섭, 「생의 감각」 / 나희덕, 「속리산에서」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A][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B][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C][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荒野)에 갔다.]
[D][나는 무너지는 뚝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데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나)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특정한 공간과 관련된 소재가 화자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② 자신이 처한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와 노력이 드러나 있다.
③ 상승 이미지와 하강 이미지의 대비를 통해 심화된 화자의 정서가 나타나 있다.
④ 화자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이겨 내려는 화자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생의 감각」은 고혈압으로 쓰러져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극적으로 다시 깨어나게 된 시인이 소생의 순간에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그는 의식을 잃었다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고 인식하는 주체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함께 생명을 향한 강한 의지를 회복하게 된다.
① [A]에서는 청각적인 심상과 시각적인 심상을 통해 소생의 순간을 인상적으로 제시하였군.
② [B]에서는 대구적인 표현을 통해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인식되고 있는 경험을 제시하였군.
③ [C]에서는 자연물에 상징성을 부여하여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게 된 화자의 절망적인 모습을 나타내었군.
④ [D]에서는 화자와 대비되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강인한 생명의 의지를 부각하였군.
⑤ [C]와 [D]에서는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인식 주체인 ‘나’가 ‘세계’와의 교감을 통해 느끼게 된 생명의 경이로움을 드러내었군.
03 <보기>를 참고하여 (나)의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① ㉠은 ‘나’가 ‘속리산’에 오르기 이전에 ‘산 아래’에서 가졌던 인식에 해당된다.
② ㉡은 ‘속리산’이 지닌 특징으로 ‘나’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③ ㉢은 ‘나’가 ‘속리산’에 와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④ ㉣은 ‘나’가 ‘산 아래’에서 보낸 날들로, ‘나’가 ‘속리산’에 와서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
⑤ ㉤은 ‘속리산’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으로, ‘산 아래’에서 ‘나’가 가지고 있던 높이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13 김광섭, 「생의 감각」
나희덕, 「속리산에서」 본
01 ① 02 ⑤ 03 ④
가 김광섭, 「생의 감각」
이 시는 참담한 투병 생활 끝에 발견하게 된 생의 감각과 생명의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는 내용상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병마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새로운 생의 감각을 발견하게 된 과거(3, 4연)와 다시 깨어난 후에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느끼는 현재 삶에 대한 인식(1, 2연)이 시간의 역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절망 끝에서 발견한 생의 감각
1연 : 새롭고 경이롭게 느껴지는 사물들
2연 : ‘나’와 대상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3연 : 절망에 빠진 극한 체험의 회상
4연 : 절망 끝에서 발견한 생의 감각
나 나희덕, 「속리산에서」
이 시는 화자가 속리산을 오르면서 얻게 된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이며,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화자에게 준다. 그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화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경쟁에서 벗어난 삶의 새로운 의미
1~3행 : 순한 길을 열어 보여 준 속리산
4~7행 : 가도 가도 제자리 같은 평평한 속리산의 길
8~20행 : 속리산이 ‘나’에게 준 새로운 삶의 의미
01 두 작품 사이의 공통점 파악 ①
(가)에서는 화자가 ‘무너지는 뚝’에서 채송화의 무데기를 통해, (나)에서는 화자가 ‘속리산’에서 ‘순하디순한 길’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② 자신이 처한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노력은 (가)와 (나) 모두에서 찾을 수 없다.
③ 상승 이미지와 하강 이미지의 대비를 (나)에서는 찾을 수 없다.
④ (가)와 (나) 모두 화자가 공간적 배경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⑤ (가)와 (나) 모두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찾기 어렵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 ⑤
[D]에서 화자가 ‘채송화’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볼 수 있으나, [C]와 [D]에서 반어적인 표현은 찾을 수 없다.
① [A]에서는 ‘종이 울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와 같은 청각적 심상과 ‘새벽 별이 반짝이고’와 같은 시각적인 심상을 통해 화자가 소생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② [B]에서는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다 ‘나’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대구적인 표현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③ [C]에서는 ‘하늘이 무너졌다.’, ‘푸른빛은 장마에`~`황야에 갔다.’ 등의 상징적 표현을 통해 병마에 쓰러진 화자의 모습을 나타냈으며,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를 통해 화자의 절망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④ [D]에서는 ‘무너지는 뚝’과 ‘채송화가 무데기로 피어서’와 같이 대비되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강인한 생명의 의지를 부각하였다.
03 시구의 의미 파악 ④
㉣은 ‘나’가 ‘산 아래’에서 보낸 날들에 해당하지만, ‘나’가 ‘속리산’에 와서 그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 아니라 반성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① ㉠은 ‘나’가 ‘속리산’에 오르기 이전에 가졌던 인식으로 성취욕과 경쟁의식에 물들어 있던 ‘나’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② ㉡은 ‘속리산’이 지닌 특징으로 ‘속리산’이 이것을 ‘열어 보였다’는 것은 이것과 대비된 삶을 살아온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은 ‘나’가 산 아래에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으로, ‘속리산’에 와서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⑤ ㉤은 ‘속리산’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으로, 이 산이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라는 화자의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