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A]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B]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C]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D]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E]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최두석, ｢성에꽃｣ -
(나)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 고재종, ｢첫사랑｣ -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 영탄적 어조를 통하여 화자의 고조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②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대상을 참신하게 표현하고 있다.
③ 음성 상징어를 반복하여 대상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④ 반어적 표현을 활용하여 시어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⑤ 명령형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32. [A]~[E]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계절적 배경과 관련지어 차창에 핀 성에꽃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② [B]: 서민들의 입김과 숨결이 만나 이루어진 성에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③ [C]: 서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성에꽃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있다.
④ [D]: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성에꽃을 지우는 태도를 통해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E]: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33.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 작품은 눈과 나뭇가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눈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지라도 나뭇가지에 눈꽃을 피우기 위해 인내하고 헌신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첫사랑인 눈꽃을 피워 내고, 봄이 되면 나뭇가지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낸다. 이를 통해 인내와 헌신으로 피워 낸 사랑의 고귀함을 전달하고 있다.
①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은 눈이 눈꽃을 피우기 위해 겪는 시련으로 볼 수 있다.
②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는 나뭇가지에 대한 눈의 헌신적 태도로 볼 수 있다.
③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은 나뭇가지의 노력을 통해 피어난 봄꽃의 기쁨으로 볼 수 있다.
④ ‘한 번 덴 자리’는 눈이 녹은 자리이자 봄꽃이 피는 자리라는 점에서 고귀한 사랑의 바탕으로 볼 수 있다.
⑤ ‘아름다운 상처’는 끝없는 인내와 헌신 끝에 얻은 사랑의 결실인 봄꽃으로 볼 수 있다.
31 ① 32 ④ 33 ③
[31~33] 현대시
<출전> 최두석, ｢성에꽃｣ / 고재종, ｢첫사랑｣
개관: 최두석의 ｢성에꽃｣은 새벽 시내버스의 창가에 피어난 성에꽃을 통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다. 성에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으면서도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
고재종의 ｢첫사랑｣은 눈이 나뭇가지에 눈꽃을 피우는 모습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인내와 헌신을 통해 이루어낸 사랑의 고귀함을 전달하고 있다.
31. [출제의도] 표현상의 공통점 파악하기
(가)에서는 ‘막막한 한숨이던가’, ‘정열의 숨결이던가’, ‘친구여’ 등에서 영탄적 어조가 드러나고, (나)에서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황홀 보아라’ 등에서 영탄적 어조가 나타나 있다. 두 작품 모두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고조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오답풀이] ② 공감각적 심상은 (가), (나) 모두 사용되지 않았다. ③ 음성 상징어는 (나)의 ‘싸그락 싸그락’(의성어), ‘난분분 난분분’(의태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반어적 표현은 (가)와 (나) 모두 사용되지 않았다. (가)는 ‘차가운 아름다움’에, (나)는 ‘아름다운 상처’에 역설적 표현이 사용되었다. ⑤ (나)에 ‘보아라’처럼 명령형 표현이 사용은 되었으나 화자의 의지가 아니라 정서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32. [출제의도] 시의 내용 이해하기
화자가 성에꽃을 정성스레 지우는 것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을 지녔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한 행위이다. 따라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풀이] ① ‘엄동 혹한일수록’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성에꽃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② ‘어제 이 버스를 탔던 /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만나 이루어낸 성에꽃에서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③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에서 서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며, ‘전람회에 온 듯’ 다니며 ‘차가운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⑤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에서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33. [출제의도] 시구의 의미 이해하기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눈의 노력으로 피워 낸 눈꽃이며 그 눈꽃에 대한 화자의 반응(기쁨)을 의미한다. 화자가 눈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답풀이] ① 눈이 눈꽃을 피우기 위해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한다고 제시되어 있으므로, <보기>의 눈이 눈꽃을 피우기 위해 인내하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②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는 <보기>에서 눈이 눈꽃을 피우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④ ‘한 번 덴 자리’는 눈꽃이 녹은 자리이며 봄꽃이 피어나는 자리이므로 고귀한 사랑의 바탕으로 볼 수 있다. ⑤ ‘아름다운 상처’는 봄이 되어 가지가 눈꽃이 녹은 자리에 피워 낸 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기>의 봄이 되면 나뭇가지가 피워내는 아름다운 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