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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시

[2015 10월 13일] 3학년 모의고사(A) - 김현승, ‘시의 맛’ / 이성복,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11.12|조회수582 목록 댓글 1

[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멋진 날들을 놓아 두고

시를 쓴다.

고궁엔 벚꽃,

그늘엔 괴인 ,

멋진 날들을 그대로 두고

시를 쓴다.

 

내가 시를 쓸 때

이 땅은 나의 적은 섬,

별들은 오히려 큰 나라.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

시를 쓴다.

종아리가 곧은 나의 사람

태평로 이()가 프라스틱 지붕 아래서

온종일 기다리게 두고,

나는 호올로 시를 쓴다.

 

아무도 모를 마음의 빈 들

허물어진 돌 가에 앉아,

썩은 모게 껍질에다 코라도 부비며

내가 시를 쓸 때,

나는 세계의 집 잃은 아이

나는 이 세상의 참된 어버이.

 

내가 시를 쓸 땐

멋진 너희들의 사랑엔

강원도풍(江原道風)의 어둔 눈이 나리고,

내 영혼의 벗들인 말들은

까아만 비로도* 방석에 누운

아프리카산() 최근의 보석처럼

눈을 뜬다.

빛나는 눈을 뜬다.

- 김현승, 시의 맛-

 

*비로도: 옷감의 한 종류인 벨벳.

 

()

며칠 전 나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에서 바다에 사는 해달의 행태를 보면서, 몸의 언어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그럴듯한 은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에 사백 회가량이나 물질을 하는 어미 해달은, 잠수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을 물 위에 발랑 뒤집어 눕혀 놓고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사 분이라 한다. 글 쓰는 사람에게 어미 해달과 아기 해달은 한 몸이다. 그는 겉똑똑이 머리를 잠재워 두고 몸속 깊은 곳을 들락거리며 쉼 없이 연상의 물질을 해 대는 것이다.

해달이 먹이로 좋아하는 것은 조개류이다. 해달은 해변에서 주워 온 돌을 자기 배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다 조개를 내리쳐 살을 꺼내 먹는데, 해달의 등뼈와 갈비뼈는 그 충격을 견뎌 낼 만큼 견고하다. 재미있는 것은 해달이 조개의 빈 껍데기를 배 위에 놓고 접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조개껍데기는 언어가 아닐까. 언어는 글 쓰는 사람 자신의 몸 위에서 갈라지고 부서지며, 딱딱한 일상의 외피를 벗고 나서야 비로소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속살을 걷어 낸 한 언어의 껍질은 다른 언어의 속살을 담는 받침이 되는 것이다.

해달은 바다 밑에 뿌리를 두고 수십 미터 웃자란 해초 다발에 몸을 감고 잔다. 그것은 밤새 높은 파도에 떠밀려 가거나, 해변이나 바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몸의 언어로 하는 글쓰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 글쓰기가 욕조를 타고 대서양 건너는 일과 같다고 했지만, 언어라는 연약한 물풀에 몸을 감고 밤새 뒤척이며 날 밝기를 기다리는 것. 내가 본 프로에서 어미 해달은 폭풍이 몰아치던 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물질도 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만 남아 떨고 있었다. 글 쓰는 사람이여, 당신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는가.

- 이성복,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31.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수미상관의 방식으로 주제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시구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행위를 부각하고 있다.

상승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청자를 설정하여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현실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32. <보기>를 참고하여 (),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는 문학 행위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는 화자가 일상적인 행복을 포기하고 선택한 시 쓰기 과정을 보여 주고 있고, ()는 동물의 행동에 빗대어 작가의 지난(至難)한 문학적 글쓰기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에서 벚꽃’, ‘’, ‘나의 사람은 일상적인 행복에 해당하는 것이겠군.

()에서 화자가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시를 쓴다.’는 것에서 문학 행위에 대한 화자의 의지적 태도를 읽어 낼 수 있겠군.

()에서 집 잃은 아이는 시를 쓰기 위해 방황했던 과거 삶에 대한 화자의 회한을 나타내는 것이겠군.

()에서 몸속 깊은 곳을 들락거리며 쉼 없이 연상의 물질을 하는 것은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겠군.

()에서 언어라는 연약한 물풀에 몸을 감고 밤새 뒤척이는 모습은 문학의 언어에 대한 작가의 고뇌를 드러내는 것이겠군.

 

33. ()()와 연결해서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해달이 조개를 내리쳐’ ‘부드러운 속살을 얻는 것과 같이, 은 시인이 노력 끝에 예술적 가치를 얻게 됨을 의미한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애쓰는 어미 해달의 모습과 같이, 은 독자를 위해 가져야 할 시인의 희생정신을 의미한다.

욕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일과 같이, 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인의 무모함을 의미한다.

아기 해달을 물 위에 발랑 뒤집어 눕혀 놓은 어미 해달처럼, 은 시인에게 다른 작품을 모방하지 않으려는 도덕성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폭풍이 몰아치던 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간 어미 해달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은 시인이 문학의 언어를 선택할 때 시대정신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31

32

33

 

[31~33] (현대시 복합) () 김현승, ‘시의 맛’ / () 이성복,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김현승, ‘시의 맛

화자인 시인이 일상의 구체적인 행복을 포기하고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 문학적 가치를 얻을 수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 이성복,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과 의미를 동물의 행동에 비유한 글이다. 일상의 언어와 다른, 문학의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31. [출제의도] 작품의 표현상 특징을 파악한다.

시를 쓴다’, ‘시를 쓸 때의 반복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화자는 시를 쓰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32. [출제의도] 두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한다.

<보기>(), ()를 작가의 문학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에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방황했던 과거 삶이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고, 회한의 정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33. [출제의도] 시구의 의미를 적용하여 감상한다.

()에서 해달이 조개의 살을 꺼내 먹는 행위에 빗대어, ‘글 쓰는 사람딱딱한 일상의 외피를벗겨내야 부드러운 속살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인이 얻게 된 예술적 가치를 의미하는 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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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릭스 영양 | 작성시간 16.01.20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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