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17
[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A][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위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조지훈, ‘산상의 노래’
* 시월상달: ‘시월’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뜻에서 온 말이다.
1. 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음성 상징어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② 구체적 지명을 통해 향토적 정서를 환기하고 있다.
③ 감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해서 시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④ 역설적 표현을 통해 대상에 대한 상반된 감정을 부각하고 있다.
⑤ 의문형 진술을 활용하여 화자의 행동에 청자가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2.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시들은 핏줄’은 아침을 기다리며 쇠약해진 화자의 심신을 나타내고 있어.
② ‘눈감아도 오히려 / 꽃다운 하늘이거니’에서 아침을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화자의 감격이 드러나고 있어.
③ ‘샛별’은 아침이 오자 ‘숨’어야 하는 존재로 지난 시간에 화자와 대립하던 대상을 나타내고 있어.
④ ‘오래 잊었던 피리’를 ‘더듬’을 수 있는 아침은 밤이 오기 전에 누리던 것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임을 알려 주고 있어.
⑤ ‘사슴과 토끼’가 양식인 ‘싸릿순’을 사양해도 좋을 만큼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통해 화자의 기쁨을 강조하고 있어.
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 작품에서 화자는 밤에서 아침까지 산마루에 서 있다. 그런데 화자가 보내는 밤부터 아침까지의 시간은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또 화자가 서 있는 산마루의 수직적 방향성과 산마루에 서 있는 화자의 모습은 역사적 격변기를 살면서 화자가 지향한 고고한 정신세계와 광복 후 조국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선구자적 태도를 보여 준다.
① ‘높으디 높은’은 화자가 서 있는 산마루가 지닌 수직적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어.
② ‘고목’에 ‘기대어’ 울고 있는 모습은 ‘긴 밤’을 보내는 화자의 자세와 염원을 보여 주고 있어.
③ 화자가 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조국의 광복이라는 역사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④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는 모습은 일제와 타협하지 않는 화자의 고고한 태도를 비유하고 있어.
⑤ 여전히 ‘홀로 서서’ ‘기다리며 노래하는’ 모습은 광복 후 밝은 미래를 꿈꾸는 화자의 선구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어.
=
조지훈, ‘산상의 노래’
http://blog.daum.net/acupofcaffe/3222757
http://blog.naver.com/ongsimjang/220308795476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광복을 맞이한 화자의 기쁨을 산마루에서 아침을 맞는 상황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긴 밤’과 ‘아침’을 대조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으며, 감각적 시어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화자의 기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산마루에서 광복을 간구하며 일제 강점기의 ‘긴 밤’을 보내고 있다. 2~6연에서는 아침인 광복을 맞이한 화자의 기쁨이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 7연은 1연과 대응되는데 화자는 광복 후 조국의 밝은 미래를 소망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도 산마루에서 고고하고 정결한 자세로 서 있는 화자의 모습에서 시인의 지사적 태도를 볼 수 있다.
(주제) 광복의 기쁨과 조국의 밝은 미래에 대한 염원
흐름 파악하기
* 1연: 일제 강점기에 광복을 간구하는 화자
* 2~6연: 광복을 맞은 화자의 기쁨
* 7연: 광복 후 조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는 화자
1. 표현상 특징 파악(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감각적인 이미지를 사용
‘종소리’에서 청각적 이미지가, ‘향기로운’에서 후각적 이미지가, ‘피리의 / 가락을 더듬노니’에서 공감각적 이미지가 나타나 산마루에서 맞는 아침과 시적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음성 상징어를 반복
수미 상관의 구성을 통해 운율적 안정감을 꾀하고 있으나, 음성 상징어의 반복은 나타나지 않는다.
② 확인: 구체적 지명
공간적 배경은 ‘산마루’로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 산인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④ 확인: 역설적 표현
‘긴 밤’과 ‘아침’의 대조적 시어를 통해 화자의 슬픔과 기쁨을 노래하고 있지만, 역설적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⑤ 확인 1: 의문형 진술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의 의문형 진술을 통해 광복과 광복 이후 조국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화자의 정서가 드러나고 있다.
확인 2: 청자가 동참
화자의 울고 있는 행동이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노래하는 행동에 청자가 함께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2. 구절의 의미 파악(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샛별’
화자는 아침을 맞아 자기 영혼의 촛불이었던 ‘샛별’에게 ‘숨’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샛별’은 ‘어둠’ 속에 날개를 떨던 존재로 일제 강점기 화자의 양심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자와 대립하는 대상이라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시들은 핏줄’
‘시들은 핏줄’은 아침을 막 맞이한 화자의 심신으로, 밤을 보내면서 쇠약해진 모습을 나타낸다. 화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햇살’을 맞아 점차 ‘피가 돌’고 생기를 띠며 회복하고 있다.
② 확인: ‘눈감아도 오히려 / 꽃다운 하늘이거니’
‘눈감아도’는 죽는다는 표현으로, 화자는 죽음의 순간을 맞더라도 광복을 맞은 조국의 하늘은 꽃처럼 아름다울 것이라는 감격스러운 심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④ 확인: ‘오래 잊었던 피리’
‘오래 잊었던’에서 ‘피리’는 화자가 밤을 보내기 전에 불던 대상임을 알 수 있고, 아침을 맞아 이를 ‘더듬’는다는 표현에서 아침이라는 시간이 밤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는 시간임을 나타내고 있다.
⑤ 확인: ‘싸릿순’을 사양
‘사슴과 토끼’에게 ‘싸릿순을 사양하라’는 것은 ‘사슴과 토끼’가 아침을 맞이한 즐거움이 양식인 ‘싸릿순’을 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화자 역시 아침을 맞이한 기쁨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3. 감상의 적절성 평가(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일제와 타협하지 않는 화자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는 시간은 아침으로, 이미 광복을 맞이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것은 일제와 타협하지 않는 화자의 모습이 아니라, 광복 후 조국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산마루가 지닌 수직적 방향성
보기에서 화자가 서 있는 ‘산마루’의 공간적 의미는 수직적 방향성을 통한 화자의 고고한 정신세계를 나타낸다. ‘높으디 높은’은 산마루의 높이를 강조하여 수직적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② 확인: 화자의 자세와 염원
높은 산마루에서 화자는 ‘기대어’ 서서 ‘홀로’ ‘울어 왔’다. 이는 일제에 타협하지 않고, 조국의 광복을 소원하며 견딘 화자의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③ 확인: 광복이라는 역사적 상황
보기에서 밤과 아침의 시간이 일상에서의 하룻밤과 다른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였다. 따라서 산에서 맞는 ‘아침’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광복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⑤ 확인: 화자의 선구자적 태도
바라던 광복을 맞아서 화자는 ‘산마루’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홀로 서서 /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보기에서 화자가 기다리는 대상이 광복 후 조국의 밝은 미래임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화자의 선구자적 태도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