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쟎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르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날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라 치쟎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 막힐 마음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들리라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쟎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르리라.
- 이육사, ‘자야(1)곡’
(주) (1) 자야: 자시(밤 11시~새벽 1시).
(나)
누이야
가을 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 옴을
-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반어적 표현을 활용하여 삶의 진리를 나타내고 있다.
② 화자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애상적 정서가 드러나 있다.
③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해소된 화자의 내면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④ 말을 건네는 형식을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다.
⑤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32. (가)의 각 연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 화자는 고향의 모습이 ‘수만 호 빛’으로 가득 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노랑나비도 오쟎는’ 황폐한 상황임을 제시하고 있다.
② 2연: ‘검은 꿈’이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킨다고 표현하여 화자가 처한 절망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③ 3연: ‘연기’는 2연의 ‘파이프’와 연관되며 시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④ 4연: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현실 속에서도 ‘매운 술’을 마시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⑤ 5연: ‘숨 막힐’, ‘차디찬’ 등의 표현을 통해 화자의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다.
33.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 시는 실제 시인이 동생의 죽음으로 겪은 슬픔과 고통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 시에는 시적 대상이 부정에서 긍정,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행되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따라서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고통을 거쳐 새로운 힘을 얻는다. 죽음 또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재생되는 힘을 가진다.
① 죽은 ‘누이’가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아는가’라고 표현하며 죽음을 삶으로 재생하고 있다.
② 돌로 눌러 죽인 ‘정정한 눈물’이 ‘즈믄 밤의 강’으로 일어선다고 하여 슬픔에 새로운 힘을 부여하고 있다.
③ 강물 깊이 가라앉아 있던 ‘고뇌의 말씀들’이 ‘살아서 반짝여 오’거나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는 것은 부정이 긍정으로 이행하는 모습에 해당한다.
④ 가을 산 그림자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 옴’을 본다는 것은 어둠이 밝음으로 이행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⑤ ‘기러기’가 ‘눈썹 두어 낱’을 부리고 간 강물을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는 행위를 통해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B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B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2회
31. ② 32. ④ 33. ⑤
현대시 31~33.
(가) 이육사, ‘자야곡’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밤을 배경으로 화자는 어느 항구에서 삭막해져 가는 고향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화자는 고향의 모습이 ‘수만 호 빛’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노랑나비도 오쟎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를 정도로 삭막해져 가는 고향을 바라보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지도록 화자는 고향을 찾고 있지만, 그 고향은 이미 화자가 바라는 삶을 실현할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주제) 실향과 현실 인식
흐름 파악하기
* 1연: 고향에 대한 기대와 고향의 현실
* 2~3연: 고향에 대한 그리움
* 4~5연: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 6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심화
(나)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지문 이해하기
(해제) 시인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으로, 화자가 죽은 누이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화자는 가을날 산문에 기대어 누이를 부르며 누이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눈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누이와의 재회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시킨다. ‘살아서 반짝여 오던’, ‘살아서 튀는’ 등의 시구에서 이러한 화자의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죽음에 대한 애상적 정서를 재회에 대한 희망과 기대의 심정으로 발전시키는 시상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
흐름 파악하기
* 1연: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한
* 2연: 죽은 누이와의 재회에 대한 기대와 믿음
* 3연: 죽은 누이와의 재회에 대한 확신
3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답: ②
② 확인: 애상적 정서
(가)에는 고향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아닌 것에 대한, (나)에는 누이의 부재 상황에 대한 애상적 정서가 드러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반어적 표현
(가)의 ‘바람 불고 눈보라 치쟎으면 못 살리라’를 역설적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가), (나) 모두 반어적 표현을 활용하여 삶의 진리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③ 확인: 내면 상태
(가), (나) 모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해소된 화자의 내면 상태가 드러나 있지 않다.
④ 확인: 어투 파악
(나)는 누이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을 활용하여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가)에서는 이러한 형식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
⑤ 확인: 주제 의식
(가), (나)의 주제 의식이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32. 작품의 내용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미래에 대한 희망
‘바람 불고 눈보라 치쟎으면 못 살리라’에서 화자가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단순히 ‘매운 술’을 마신다는 것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나타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고향의 상황
화자가 바라는 고향의 모습과 현실의 고향의 모습이 괴리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② 확인: 화자의 상황
색채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절망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③ 확인: 시상의 연결
‘연기’와 ‘파이프’가 연결되며 화자가 담배를 피우며 고향에 대한 상념에 잠겨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⑤ 확인: 감정의 파악
‘숨 막힐’, ‘차디찬’ 등의 시어를 활용해 화자를 둘러싼 암울하고도 절망적인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다.
33.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냄
‘눈썹 두어 낱’은 누이를 상징하는 시어로, (보기)에 따르면 화자는 누이의 죽음을 슬픔이나 고통으로만 끝내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따라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죽음을 삶으로 재생
죽은 누이에게 말을 건넴으로써 죽음을 삶으로 재생하고 있다.
② 확인: 슬픔에 새로운 힘을 부여
눈물이 다시 일어선다고 표현하여 슬픔에 새로운 힘을 부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③ 확인: 부정이 긍정으로 이행
가라앉아 있던 고뇌의 말씀들이 살아서 반짝여 오는 것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행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④ 확인: 어둠이 밝음으로 이행
가을 산 그림자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다시 보인다는 것은 어둠이 밝음으로 이행하는 모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