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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시

이용악, ‘낡은집’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7.02.15|조회수1,979 목록 댓글 0

현대시 24

 

[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B]<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 나의 싸리말 동무*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 밤 /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

 

갓주지 이야기와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고양이 울어 울어 / 종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 살 되던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다니던 겨울

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데론지 사라지고 이튿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욱만 눈 위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캐령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사*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C]<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꽃 피는 철이 와도 가도뒤 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 이용악, ‘낡은집

*은동곳: 은으로 만든 동곳. 동곳은 상투를 튼 뒤에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물건.

*산호관자: 산호로 만든 관자. 관자는 망건에 달아 망건 줄을 꿰는 작은 고리.

*무곡: 이익을 보려고 곡식을 몰아서 사들임.

*둥글소: 황소의 방언, (콩을 싣고 다니다가) 허리가 둥글게 된 늙은 소.

*싸리말 동무: 싸리비를 말처럼 타고 함께 다닌 친구.

*짓두광주리: 반짇고리.

*저릎등: 뜨물에 버무린 좁쌀 겨를 겨릅대에 입혀서 만들었던 등.

*아라사: 러시아.

 

1. 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설의적 표현을 통해 청자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계절적 변화를 통해 극적 분위기의 반전을 이루고 있다.

도치의 방식으로 시상을 마무리함으로써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서사적 요소의 도입을 통해 구체적 상황을 제시하여 정서적 공감을 강화하고 있다.

반어적 표현을 활용하여 대상을 풍자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2. 윗글의 [A]~[C]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 화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와 직접 경험한 일이 섞여 있다.

[A]: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B]: 대화체의 문장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B]: 시적 화자와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의 관계를 알 수 있다.

[C]: 평화롭고 아름답던 과거와 피폐한 현재의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의 의미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시에 담긴 이야기는 털보네라는 한정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민족 전체의 공통된 현실 문제로 확대된다. 야반도주한 털보네는 한반도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희생된 조선 농민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그리고 그들이 남겨 놓은 낡은 집은 민족 공동체가 와해되어 버린 훼손된 세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한 가족의 파멸을 통하여 일제 강점기의 참담한 민족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① ㉠왕거미가 줄을 친다는 것은, 사람이 살지 않는 흉가와 같이 피폐했던 우리 민족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겠지.

② ㉡무곡둥글소로 표현한 삶이 모두 없어진 지 오래라는 것은, 열심히 살려고 했으나 빈곤을 벗어날 수 없었던 우리 민중의 삶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아.

③ ㉢찻길이 놓이기 전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로 표현한 것은, 찻길이 놓인 이후의 모습과 대비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 같아.

④ ㉣털보의 눈도 일층 붉더란다.’는 것은, 가족과의 이별 상황에 직면한 인물의 비애감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겠지.

⑤ ㉤북쪽을 향한 발자욱눈 위에 떨고 있었다.’는 것은, 힘든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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