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제] 현대시

'서정주,「화사」 / 최승호,「북어」'[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2.25|조회수2,363 목록 댓글 0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혓바닥]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꽃대님: 고운 색과 무늬가 있는 천으로 만든 대님. 대님은 한복 바지의 발목을 졸라매는 끈을 말함. 

 

01. [보기]~가운데 윗글의 , 와 가까운 것끼리 연결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사람마다 말을 하는 형태에는 다양한 유형과 방법이 있다. 능숙하여 막힘이 없는 말솜씨를 의미하는 달변(達辯), 더듬거리는 서툰 말솜씨를 의미하는 눌변(訥辯), 그리고 말을 하지 않는 침묵(沈默)도 일종의 말하기 유형이다. 달변은 사람을 설득하는 매력이 있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와 진실이 빠진 말하기라면 그것은 욕설이나 거짓말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눌변이 달변을 이긴다.’말은 어눌하더라도 진실을 호소력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된다. 또한 침묵은 금이다.’에서처럼 침묵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부당함을 묵인하는 경우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02. [보기]의 설명을 참고하여 ()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시에서 핵심적 이미지가 되는 화사는 꽃뱀을 뜻한다. 흔히 뱀은 징그러운 생김새와 꿈틀거림으로 인해 ()’을 상징하는 존재로 생각되지만 이 시에서는 한편으로는 꽃처럼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양면성의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이 시에는 구약 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유혹의 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도 나타나 있으며, 동시에 뱀은 화려하고 관능적인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다.

아름다운 배암징그러운 몸뚱어리로 표현하는 것을 통해 화자가 대상을 모순적 존재로 인식함을 알 수 있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에서는 화자가 대상에 대해 가진 혐오가 드러나는 것 같아.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과 같은 표현에서 화자가 대상을 관능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을 통해 화자는 세상을 정화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대상을 인식하고 있음이 느껴져.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에서는 화자가 대상을 유혹적이고 관능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느껴져.

 

03. ()에 대한 이해와 감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밤의 식료품 가게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공간의 이동에 따른 대상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군.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에서는 열심히 하루하루 일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은 진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겠군.

불쌍하다고 생각하는은 과거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화자의 연민을 나타낸 것이겠군.

거봐, 너도 북어지는 화자가 비판하고 있던 대상이 비판의 주체로 반전되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것이겠군.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서정주,화사최승호,북어

01 02 03

 

가 서정주,화사

해제 ㅣ「화사는 서정주의 첫 시집인화사집의 표제작으로 꽃 뱀에 대한 매혹과 혐오라는 상반된 감정을 통해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본능적 욕망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뱀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상징하는 저주스러운 동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관능 적이고 아름다운 욕망을 표상하고 있는 동물이다. 시 속에서 화자는 화사로 상징되는 순네의 관능적 매혹에 탐닉하기도 하고, 본능적 충동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보이기도 한다.

주제 인간의 원죄 의식과 원초적 생명력에 대한 갈구

구성

1꽃뱀의 아름답고 징그러운 양면성

2화사의 구체적 형상과 성격

3화사에 대한 화자의 증오

4~5꽃뱀에 대한 화자의 공격성과 관능적인 존재인 꽃뱀

6소유하고 싶은 꽃뱀의 아름다운 빛

7관능과 생명력의 고조

 

나 최승호,북어

해제 이 시는 꼬챙이에 꿰여 구멍가게 선반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말라 가는 북어처럼, 현대인들의 삶이 한없이 작고 딱딱하게 오그라들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전반부에서는 꼬챙이에 꿰여 있는 북어의 모습을 묘사하다가, 거기에서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후반부에서 화자는 그 현대인들에 대해 연민을 느끼다 가 순간적으로 그 북어의 모습이 자신의 초상인 것처럼 느낀다. 곧 시적 화자를 포함한 우리 시대의 인간들은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이고, ‘막대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인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동원하여 추상적 주제를 시각적 이미지로 구체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주제 비판 정신과 삶의 지향점을 잃은 현대인에 대한 비판

구성

1~8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북어의 모습

9~19북어의 모습을 통한 무기력한 현대인 비판

20~23비판의 대상이 된 화자

 

01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쓰인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특징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이다. 동일한 소재가 작품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관련지어 감상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는 공통적으로 의 속성을 의미하는 시어로, ()혓바닥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의 혓바닥을 의미하고 ()자갈처럼 죄다 딱딱해진 혀의 의미를 지닌 다. [보기]는 말을 하는 형태에 대한 다양한 유형과 방법을 제시한 글로, 크게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나눈다면 전자를 달변과 눌변으로, 후자를 긍정적 침묵과 부정적 침묵으로 나눌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능숙하여 막힘이 없는달변에 가까우며, 그중에서도 이브를 꼬여 내는부정적인 행위로 그리고 있으므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진실이 빠진부정적 의미의 달변과 의미상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자갈처럼 딱딱한 혀말의 변비증’, ‘무덤 속의 벙어리의 의미와 연결되고 있으므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부당함을 묵인하는 침묵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02 작품의 내용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대님은 남자의 한복 바지의 발목을 졸라매는 끈으로 꽃대님은 고운 색과 무늬가 있는 대님을 의미한다. 이는 화사의 외적 형상이 대님과 유사한 데서 착안한 것으로 화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에 해당한다. ‘세상을 정화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는 화사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화자가 대상을 모순적 존재로 인식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등의 부분에서 대상에 대한 화자의 증오와 적개심이 느껴지는데, 이는 [보기]에서의 유혹의 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저놈의 뒤를 따르는행위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관능적인 숨가쁨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며, 이는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과 같이 말줄임표와 반복을 통해 그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을 관능적으로 보는 화자의 시각을 알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은 유혹적이고 관능적인 존재인 화사와 연결해서 인식할 수 있다.

 

03 구절의 의미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거봐, 너도 북어지는 마치 화자가 환청을 듣는 것처럼, 비판의 대상이었던 북어가 비판의 주체가 되어 화자를 비판하는 장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무비판적이고 무기력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화자 자신의 성찰을 극적 반전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밤의 식료품 가게가 시적 배경이긴 하지만 공간이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대상(북어)이 변화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는 죽어서 하루하루 말라 가는 북어의 모습이 마치 주체적 비판 능력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이다. 열심히 하루하루 일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은 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지가 없는 무기력한 현대인의 태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부당한 권력에 대해 사람들이 저항한다는 것은 북어의 상징성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불쌍하다고 생각하는것은 비판 의식 없이 삶의 방향이나 목표를 상실한 현대인에 대한 연민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현대인들이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