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숫집 찾아가는 다리 위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숫집 아이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어른처럼 곡을 했다
-이용악, ‘다리 위에서’
(나)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 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나희덕, ‘땅끝’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여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③ 계절적 배경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④ 어순의 도치를 통해 시적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가 처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3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용악 시인의 집안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수대에 걸쳐 밀수와 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 왔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낯선 타향에서 참담한 최후를 맞이했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가족에게 두려움과 공포와 같은 내적 상처를 안겨 주었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그는 어릴 적부터 힘들게 일을 해야 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간접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① ‘바람이 거센 밤’은 화자와 그의 가족에게 몰아닥친 힘겨운 현실을 의미하는군.
②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던 누나에 대한 기억은 화자에게 가족의 내적 상처를 불러일으키는군.
③ ‘다리 위’에서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담담하게 돌아보고 있군.
④ ‘국숫집 아이’라는 표현에는 어린 시절에 겪은 일들로 인해 힘겨워했던 화자의 삶이 압축되어 있군.
⑤ ‘아버지의 제삿날’은 화자가 고된 일에서 벗어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되어 있군.
33. (나)에 대한 해석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의 ‘노을’을 보기 위해 ‘그네’를 타는 행위는 2연에서 ‘땅끝’을 찾는 행위로 변주되면서 ‘아름다움’을 동경했던 화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② 1연의 ‘어둠’과 2연의 ‘파도’가 불러온 화자의 두려움은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던 ‘그넷줄’과 화자의 ‘뒷걸음질’로 형상화되고 있다.
③ 3연의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과 4연의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에는 화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자책감과 부끄러움이 담겨 있다.
④ 3연의 ‘살기 위해서는 이제 /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은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에 대한 화자의 현실 인식으로 볼 수 있다.
⑤ 4연의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에서 인식의 전환을 통해 화자가 얻게 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B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B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6회
현대시 31~33.
(가) 이용악, ‘다리 위에서’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난과 두려움 속에서 힘들게 살았던 화자가 성인이 되어 국숫집으로 향하는 다리 위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주제)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
흐름 파악하기
* 1연: 과거-어린 시절 누이에 대해 회상함.
* 2연: 현재-국숫집 가는 다리 위에서 과거를 회상함.
* 3연: 과거-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함.
(나) 나희덕, ‘땅끝’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땅끝’을 소재로 하여 좌절과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실제 지명을 의미하기도 하는 ‘땅끝’은,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극한 상황을 의미한다. 화자는 ‘땅끝’에서 절망하지 않고, 위태로움 속에 오히려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역설적 인식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주제)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역설적 극복
흐름 파악하기
* 1연: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오름.
* 2연: 험한 세상에서 느끼는 절망감
* 3연: 땅끝에 대한 현실적 인식
* 4연: 절망의 끝에서 깨달은 삶의 아름다움
3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감각적 이미지
(가)에서는 ‘장명등’, ‘별 많은 밤’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와 ‘풀벌레 우는’과 같은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아버지를 잃은 절망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나)에서는 ‘노을’, ‘어둠’, ‘파도’와 같은 시각적 이미지와 ‘삐걱삐걱’과 같은 청각적 이미지, ‘젖어 있다’와 같은 촉각적 이미지를 통해 희망과 절망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유사한 어구 반복
(나)에서는 ‘~ 것이’를 반복하여 운율감을 형성하며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에서는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여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
③ 확인: 계절적 배경
(가)의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에서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이 가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나)에서는 계절적 배경이 드러나 있지 않다.
④ 확인: 어순의 도치
(나)에서는 4연의 ‘이상하기도 하지 ~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에서 어순의 도치를 통해 시적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에서는 어순의 도치가 나타나 있지 않다.
⑤ 확인: 역설적 표현
(나)에서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라는 역설적 표현이 나타나지만, 화자가 처한 상황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가)에는 역설적 표현이 나타나 있지 않다.
3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아버지의 제삿날’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 어른처럼 곡을 했다’에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어린 화자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고달픔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아버지의 제삿날’은 화자에게 고된 일에서 벗어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라, 아버지의 부재, 곧 죽음을 확인하는 가장 절망적인 시간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바람이 거센 밤’
어둠을 밝히는 장명등이 바람에 자주 꺼지는 밤은 화자의 가족이 힘겹게 사는 시간을 의미한다.
② 확인: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은 화자의 가족에게 두려움과 공포와 같은 내적 상처를 안겨 주었다. 따라서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에서 누나가 느낀 두려움과 공포는 화자에게 가족의 내적 상처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확인: ‘다리 위’
화자가 ‘국숫집’을 찾아가는 ‘다리 위’에서 문득 ‘국숫집 아이’였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여기서 ‘다리 위’는 과거를 회상하는 매개체이다.
④ 확인: ‘국숫집 아이’
‘국숫집’은 화자의 가족이 생계를 위해 고단한 생활을 해야 했던 공간이다. ‘국숫집 아이’라는 표현에는 그러한 화자의 힘겨웠던 삶이 압축되어 있다.
33. 구절의 의미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자책감과 부끄러움
3연의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과 4연의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에는 삶의 절망적인 순간에서 깨닫게 된 ‘땅의 끝’에 대한 인식이 나타나 있다. 즉 삶이란 항상 ‘땅의 끝’을 품고 있어서, 우리가 찾아 나서지 않아도 우리는 수시로 ‘땅의 끝’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자책감이나 부끄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노을, 그네, 땅끝’
1연에서 ‘노을’을 보기 위해 ‘그네’를 타는 행위나 2연에서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간 행위에는 공통으로 대상에 대한 화자의 동경이 담겨 있다.
② 확인: ‘어둠, 파도, 삐걱삐걱, 그넷줄, 뒷걸음질’
‘어둠’과 ‘파도’는 이상의 좌절이나 삶을 위협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로 인한 두려움을 1연에서는 ‘삐걱삐걱’ 떨고 있는 ‘그넷줄’로, 2연에서는 막바지에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④ 확인: ‘살기 위해서는 이제 /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
2연에서 화자가 ‘아름다움’에 취해 찾아간 ‘땅끝’은 이상과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3, 4연에서 ‘땅끝’은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으로 형상화되면서, 화자는 ‘살기 위해서는 이제 / 뒷걸음질만이 허락된’다고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⑤ 확인: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4연에서 화자는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이라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서 화자는 절망하지 않고, 인식의 전환을 통해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