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 신석정, ‘들길에 서서’
(나) 산 사이 /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를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 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 김용택, ‘섬진강 15’
31. (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푸른’과 같은 색채어의 반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② ‘산림처럼’, ‘푸른 산처럼’과 같은 비유를 통해 자연물과 인간의 유사성을 제시하고 있다.
③ ‘일이냐’에서 ‘바라보자’의 어조 변화를 통해 지난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하늘을 향하고’나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모습을 통해 현실 대응 방식을 담아내고 있다.
⑤ ‘저문 들길’과 ‘푸른 별’의 명암 대비를 통해 지향하는 대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32. (보기) 를 참고하여 (나)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섬진강을 젖줄 삼아 살아가는 남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과 설움을 드러내 보이는 한편, 그것을 감싸 안고 달래는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①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시인의 응어리진 한을 세상에 고발하고 있군.
② ‘보릿잎’, ‘물풀’ 등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을 감싸 안아 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형상화하였군.
③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섬진강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연민의 정이 드러나 있군.
④ ‘당신’이라는 대상을 내세워 섬진강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군.
⑤ ‘사랑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남도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담아내고 있군.
33.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는 공간이다.
② ㉠은 화자에게 과거 회상의 매개체가 되는 공간이다.
③ ㉡은 화자가 초월적 존재를 만나게 되는 공간이다.
④ ㉡은 화자가 희망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는 공간이다.
⑤ ㉠과 ㉡은 모두 화자가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B]
31~33.
(가) 신석정, ‘들길에 서서’
해제
이 작품의 화자는 저문 들길에 서서 ‘나’의 생활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밝고 건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두 세계를 대립시키고 있는데, 하나는 ‘시적 자아가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진 공간과 시간이고, 뼈에 저리도록 생활이 슬픈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속의 ‘나’는 결코 연약하지 않아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살고 있다. 두 번째 세계는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이 있는 세계’이다. 이 세계는 미래에 다가올 것이기에 고달픈 현재가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주제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구성
• 1~2연: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 3~4연: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 5~6연: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나) 김용택, ‘섬진강 15’
해제이 작품은 연작시 ‘섬진강’의 열다섯 번째 시로, 섬진강 주변에 살고 있는 민중의 한과 그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시적 화자는 섬진강 주변을 돌아보며 그곳에서 상처와 한을 안고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에 젖는다. 그러면서 겨울에 얼었다가 다시 피어나는 풀처럼 맑고 건강한 심성을 지닌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제민중의 삶의 애환과 그들에 대한 애정
구성
• 1~7행: 가난한 민중의 삶
• 8~13행: 민중의 맑고 인정 어린 심성에 대한 믿음
• 14~21행: 민중의 아픔
• 22~26행: 민중에 대한 애정
31. 표현상의 특징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실마리) 지난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
‘일이냐’, ‘바라보자’의 경우, 서술어의 종결 형식이 다를 뿐 슬픈 현실을 굳건히 견디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화자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실마리) 희망적인 정서
의연함을 지닌 ‘산’과 이상적 공간에 존재하는 ‘별’ 등에 ‘푸른’이라는 색채어가 반복적으로 결합되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② (실마리) 자연물과 인간의 유사성
슬픈 현실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화자의 모습을 ‘산림처럼’, ‘푸른 산처럼’과 같은 자연물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④ (실마리) ‘하늘을 향하고’,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이상적 공간인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모습이나, 현실의 공간인 지구를 디디고 사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향한 의지적인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⑤ (실마리) 명암 대비
‘저문 들길’의 어두운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여 밝은 이미지의 ‘별’을 제시하고 있다. 암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화자의 의지적인 태도가 별의 선명성을 통해 부각되고 있다.
3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실마리) 구체적 묘사, 고발
섬진강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그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응어리진 한을 세상에 고발하려는 의도는 드러나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실마리) 감싸 안아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보는 모습이나 물풀의 풀빛 같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 등에서 섬진강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③ (실마리) 연민의 정
강가에서 가만가만히 얼고 있는 풀잎을 보며 아파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민중을 향한 시인의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다.
④ (실마리) ‘당신’
섬진강 주변에 피어 있는 물풀들은 섬진강을 따라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을 비유한 시어라 할 수 있다. ‘풀빛 같은 당신’ 과 같은 표현 등을 통해 시인은 그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⑤ (실마리) 애정
섬진강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향해 ‘그 풀빛 같은 당신 /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을 통해 섬진강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33. 소재의 기능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실마리) 희망
‘겨울 논길’을 걷다 그곳에서 의연히 자라고 있는 보리를 보고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추위를 이겨 낼 것임을 확신하며 ‘따뜻한 피만이 ~ 이 겨울에 믿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실마리) 감동하는 공간
화자는 ‘저문 들길’을 슬픈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② (실마리) 회상의 매개체
‘저문 들길’은 화자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에 해당한다.
③ (실마리) 초월적 존재
‘겨울 논길’은 보리, 물풀과 같은 민중을 만나는 공간에 해당한다.
⑤ (실마리) 타인, 평화로운
‘저문 들길’에서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겨울 논길’에서 화자는 보리와 같은 소박한 존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들을 얼게 하는 ‘겨울 논길’을 평화로운 공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