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城)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 우리들 태초(太初)의 생명(生命)의 아름다운 분신(分身)으로 여기 태어나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히 피어오르는 한 떨기 영혼이여
③ 시대 배경을 드러내는 시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④ 대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⑤ 특정한 대상을 인간적 속성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하고 있다.
32. <보기>를 참고하여 (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바위’는 영원에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풍설’을 견뎌온 존재이다.
② ‘구름이 떠가는 언덕’은 화자가 ‘태초’로부터 이어지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 공간이다.
③ ‘나’는 ‘풀잎’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는 존재로, ‘우리들’이라는 말을 통해 ‘풀잎’과의 동질감을 드러낸다.
④ ‘얼굴을 마조 대고 나직히 웃으며 얘기하노니’는 ‘나’가 여린 존재인 ‘풀잎’과 교감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⑤ ‘한 떨기 영혼’은 ‘나’가 소멸될 운명을 벗어나 영원의 세계를 지향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33. (나)를 [A]~[D]로 나누어 이해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 화자는 나무가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며 시상을 열고 있다.
② [B]에서 화자는 [A]에서의 나무의 모습을, ‘별빛’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③ [C]에서 화자는 나무가 ‘고달픈 삶’이나 ‘구질구질한 나날’을 당당히 감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④ [C]에서 화자는 나무가 ‘몸을 덮는 눈’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⑤ [D]에서 화자는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을 통해 나무의 처지에 공감하는 존재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도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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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3] (현대시) 조지훈, 「풀잎 단장(斷章)」, 신경림, 「나목」
조지훈의 「풀잎 단장(斷章)」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잎’을 통해 삶에 대한 깨달음과 생명의 신비를 노래한 작품이다. ‘풀잎’은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순간을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며 스스로를 정화할 줄 아는 존재이다. 화자는 이러한 ‘풀잎’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교감하며, 생명에 대한 신비를 느끼고 경외감을 표출한다. 신경림의 「나목」은 잎을 모두 떨구고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는 ‘나목’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목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고통과 이를 이겨내려는 모습,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슬픔은 곧 인간의 삶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화자는 ‘나목’의 울음에 같이 울어주는 존재를 제시하여 이러한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31. [출제의도] 작품 간의 공통점을 파악한다.
(가)에서 ‘풀잎’은 ‘우리들’로 지칭되거나, ‘고달픈 얼굴을 마조 대고 나직히 웃으며 얘기하’는 인간적 속성을 지닌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한 떨기 영혼’으로 비유되며, 생명의 신비를 가진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나)에서 ‘나무’들은 ‘알몸’의 모습을 지닌 존재이며, ‘터진 살갗’과 ‘뒤틀린 허리’를 가지고 있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인격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나뭇가지는 ‘손’이나 ‘팔’로 비유되기도 하고, 나무들은 사람처럼 ‘서로 부둥켜안’는 존재로도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가)와 (나)의 공통점은 ⑤이다.
[오답풀이] ① (가), (나) 모두 묻고 답하는 특징은 나타나지 않는다. ④ (가)에서 화자의 시선이 ‘무너진 성터’에서 ‘바위’로, 다시 ‘구름’과 ‘풀’로, 그리고 ‘나’로, 다시 ‘풀잎’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른 시선 이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의 경우 대상에 대한 화자의 뚜렷한 인식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시선 이동도 찾기 어렵다.
32. [출제의도]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시를 이해한다.
‘나’와 ‘풀잎’ 모두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나’는 ‘풀잎’의 모습에서 ‘나’와 ‘풀잎’ 모두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풀잎’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풀잎’에서 느낀 생명의 신비와 감동을 ‘한 떨기 영혼’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답풀이] ① 1행의 ‘오랜 세월을 풍설에 깎여 온 바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화자는 ‘언덕’에서 ‘무너진 성터’와 ‘오랜 세월’ ‘풍설에 깎여온 바위’를 보며 영원에 가까운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고 있다. ③ ‘나’ ‘또한’ ‘바람결에 흔들리노라’와 ‘우리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둘 사이의 동질성이 드러나고 있다. ④ 화자가 마치 인격적 대상을 대하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 모습에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3. [출제의도] 시상 전개 과정에 따라 시를 이해한다.
④ [C]에서 ‘나무’는 한 밤에 내리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는 존재이다. ‘시원스레’라는 시어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흔쾌히’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눈’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을 것임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답풀이] ① [A]는 발가벗은 ‘나무’(나목)의 모습을 제시한 것으로, 화자는 이러한 모습에 주목하여 시상을 열고 있다. ② [A]의 ‘하늘을 향해’ ‘팔’을 내뻗는 모습은 [B]에서 ‘별빛’을 받아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므로, 이를 스스로를 정화하려는 것이라고 한 해석은 타당하다. ③ [C]의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를 통해 화자는 ‘나무’가 고달픈 삶을 당당하게 감내할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⑤ [D]에서 ‘나무’가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같이 우는 사람’은 나무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연민과 공감의 마음을 가진 존재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