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최일남, 「노새 두 마리」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러나 동네의 모습이 이처럼 달라지기는 했어도 구동네와 새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일은 없었다.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식으로 새동네 사람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누가 다가오는 것을 거절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들어옴으로 해서 구동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는데 아무도 그걸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아버지도 배달 일이 늘어나서 속으로는 새동네가 생긴 것을 은근히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였지만 식구들 앞에 서조차 맞대 놓고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노새는 온 동네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짤랑짤랑 이 골목 저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아니 그것은 새동네 쪽에 서 더욱 그랬다. 원래의 우리 동네에서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자기들은 아이들의 싯누런 똥이 든 요강 따위를 예사롭게 수챗구멍 같은 데 버리면서도 어쩌다 우리 노새가 짐을 부리는 골목 한쪽에서 오줌을 찍 깔기면,
“왜 하필이면 여기서 싸, 어이구, 저 지린내, 말을 부리려면 오줌통이라도 갖고 다닐 일이지, 이게 뭐야. 동네가 뭐 공동변손가.”
어쩌구 하면서 아낙네들은 코를 찡 풀어 노새 앞에다 팽개쳤다. 말과 노새의 구별도 잘못 하는 주제에, 아무 데서나 가래침을 퉤퉤 뱉는 주제에 우리 노새를 보고 눈을 찢어지게 흘겼다. 그러나 새동네에서는 단연 달랐다. 여간해서 말을 잘 않는 아주머니들도 우리 노새를 보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개중에는,
“아이, 귀여워, 오랜만에 보는 노샌데.” / 하기도 하고, “어머, 지금도 노새가 있었네.” / 하기도 하고,
“아니, 이게 노새 아니에요? 아주 이쁘게 생겼네.” / 하기도 하고,
“오머 오머, 이게 망아지는 아니고…… 네? 노새라구요? 아 노새가 이렇게 생겼구나아.” 하면서 모가지에 매달린 방울을 한번 만져 보려다가 노새가 고개를 젓는 바람에 찔끔 놀라기도 했다. 비단 연탄 배달을 간 집에서만이 아니라 이 근처의 길을 가던 사람들도 우리 노새를 힐끗 쳐다본 순간 분명히 다소 놀라는 기색으로 다시 한번 거들떠보곤 했다. 대야를 옆에 끼고 볼이 빨갛게 익은 채 목욕 갔다 오던 아주머니도 부드러운 눈길로 노새를 바라보고, 다정하게 나들이를 가려고 막 대문을 나서던 내외분도 우리 노새가 짤랑짤랑 지나가면 ‘고것……’ 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지켜보고, 파 한 단 사가지고 잰걸음으로 쫄쫄거리고 가던 식모 아가씨도 잠시 발을 멈추고 노새를 바라보았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연탄 배달을 하던 노새의 고삐가 풀려 노새는 달아나고, 아버지와 나는 노새를 찾아다닌다.
동물원을 나왔을 때 이미 거리는 밤이었다. 이번엔 집 쪽으로 걸었다. ㉠그럴 수밖에 우리는 더 갈 데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동네가 저만치 보였을 때 아버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대폿집에서 발을 멈추었다. 힐끗 나를 돌아보고 나서 다짜고짜 나를 술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런 일도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술집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왁왁 떠들어 대고 있었다. 돼지고기를 굽는 냄새, 찌개 냄새, 김치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사람들은 우리를 의아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으나 이내 시선을 거두고 자기들의 얘기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그 냄새들을 힘껏 마셨다. 쓰러질 것 같았다. ㉡아버지는 소주 한 병과 안주를 시키더니 안주는 내 쪽으로 밀어 주고 술만 거푸 마셔 댔다. 아버지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저러다가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 고만 드세요. 몸에 해로워요.”
“으응.”
대답하면서도 아버지는 술잔을 놓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주를 계속 주워 먹었으므로 어느 정도 시장기를 면한 나는 비로소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A][“이제부터 내가 노새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별수 있니? 그놈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내가 노새가 되는 거지.”
기분 좋게 취한 듯한 아버지는 놀라는 나를 보고 히힝 한번 웃었다. 나는 어쩐지 그런 아버지가 무섭지만은 않았다. 그러면 형들이나 나는 노새 새끼고, 어머니는 암노새고, 할머니는 어미 노새가 되는 것일까? 나도 아버지를 따라 히히힝 웃었다. 어른들은 이래서 술집에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안주만 집어 먹었는데도 술 취한 사람마냥 턱없이 즐거웠다. 노새 가족― 노새 가족은 우리 말고는 이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아버지와 내가 집에 당도했을 때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우리를 본 어머니가 허둥지둥 달려나와 매달렸다.
“이걸 어쩌우, 글쎄 경찰서에서 당신을 오래요. 그놈의 노새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가게 물건들을 박살을 냈대요. 이걸 어쩌지.”
“노새는 찾았대?”
“찾거나 그러면 괜찮게요? 노새는 간데온데없고 사람들만 다치고 하니까, 누구네 노새가 그랬는지 수소문 끝에 우리 집으로 순경이 찾아왔지 뭐유.”
오늘 낮에 지서에서 나온 사람이 우리 노새가 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도로 무슨 법이라나 하는 법으로 아버지를 잡아넣어야겠다고 이르고 갔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술이 확 깨는 듯 그 자리에 선 채 한동안 눈만 데룩데룩 굴리고 서 있더니 힝 하고 코를 풀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스적스적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아버지’ 하고 뒤를 따랐으나 아버지는 돌아보지도 않고 어두운 골목길을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또 한 마리의 노새가 집을 나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무엇인가가 뒤통수를 때리는 것을 느꼈다. 아, 우리 같은 노새는 어차피 이렇게 비행기가 붕붕거리고, 헬리콥터가 앵앵거리고, 자동차가 빵빵거리고, 자전거가 쌩쌩거리는 대처에서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남편이 택시 운전사인 칠수 어머니가 하던 말,
㉤“최소한도 자동차는 굴려야지 지금이 어느 땐데 노새를 부려.”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동안이고 나는 금방 아버지를 쫓았다. 또 한 마리의 노새를 찾아 캄캄한 골목길을 마구 뛰었다.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들의 행위를 과장하여 풍자성을 높이고 있다.
② 인물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③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④ 작중 인물이 서술자로 등장하여 작품 속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⑤ 인물의 외양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인물들을 현실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공간은 때로 사회·경제적 계층을 반영하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통일된 구역이더라도 그 안에서의 공간 구획을 통해 계층의 분리가 드러난다. 계층이 차이 나는 집단은 통합의 노력이 없다면, 세대를 넘어 계속적으로 분리된 채 서로 다른 인식과 생활 방식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 또한 1970년대 개발로 인한 공간의 구획 문제를 다루고 있다.
① ‘구동네와 새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일은 없었’던 것은 서로 분리된 채 살아가는 집단의 모습을 드러낸다.
② ‘원래의 우리 동네에서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노새를 새동네에서는 ‘다소 놀라는 기색으로 다시 한번 거들떠보곤’ 했던 것은 구동네와 새동네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③ ‘코를 찡 풀어 노새 앞에다 팽개’치는 구동네와 ‘식모 아가씨’를 부리는 새동네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④ ‘우리 같은 노새’는 ‘대처에서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아버지의 계층이 대를 이어 반복될 것임을 보여 준다.
⑤ ‘노새’가 ‘동네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짤랑짤랑 이 골목 저 골목을 헤집고 다’닌 것은 ‘구동네’와 ‘새동네’의 통합 가능성을 보여 준다.
03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준다.
② ‘노새’가 가족의 생계와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③ 작품의 제목이 ‘노새 두 마리’인 이유를 드러낸다.
④ ‘나’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⑤ ‘아버지’가 노새가 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0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노새를 찾기 위해 동네의 모든 곳을 돌아다녔음이 드러난다.
② ㉡: 노새를 찾지 못해 아버지가 걱정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③ ㉢: 술집에서 ‘나’가 예상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자 놀라워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④ ㉣: 예기치 못한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가 충격을 받았음이 드러난다.
⑤ ㉤: 노새가 시대 상황에 뒤처진 운송 수단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08 최일남, 「노새 두 마리」
01 ④ 02 ⑤ 03 ④ 04 ③
이 작품은 산업화로 인한 변화와 그 소외를 ‘노새’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는 노새는 산업화로 인해 정신적 뿌리를 상실했지만 가장의 책임을 다하려는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즉 ‘노새’는 이 시대를 힘겹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노새’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배경에는 도시화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소시민들의 고달픔과 소외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소외된 가족의 삶
전체 줄거리 고향을 등지고 도시 변두리에 자리 잡은 우리 가족은 노새를 운송 수단으로 하여 배달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노새 배달이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자 많은 주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연탄 배달을 하던 마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노새는 달아난다. 노새가 달아나자 도시에 정착하고자 했던 가족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아버지와 나는 밤이 되도록 노새를 찾아 헤매지만 찾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노새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가게의 물건을 박살 내, 순경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집을 나선다. 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노새의 모습을 본다.
01 서술상 특징 및 효과 파악 ④
작중 인물이자 서술자인 ‘나’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① 인물들의 행위를 통해 풍자성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② 주인공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드러나 있지 않다.
③ 장면이 빈번하게 전환되고 있지 않다.
⑤ 인물의 외양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으나 노새에 비유했기 때문에 현실감 있게 형상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⑤
노새가 ‘동네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짤랑짤랑 이 골목 저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는 것에서 ‘구동네’와 ‘새동네’의 통합 가능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① ‘구동네와 새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일은 없었’던 것은 계층이 차이 나는 집단이 서로 분리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낸다.
② 구동네와 새동네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로 인해 새동네 사람들은 노새를 보고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③ ‘코를 찡 풀어 노새 앞에다 팽개’치는 구동네와 ‘식모 아가씨’를 부리는 새동네의 모습은 생활 방식이 대조적인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④ ‘우리 같은 노새’는 ‘대처에서는 발붙이기 어려운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아버지 세대의 계층이 대를 이어 반복될 것임을 나타내는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03 작품의 내용 파악 ④
‘나’와 ‘아버지’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갈등이 해소된다고 할 수 없다.
① ‘나도 아버지를 따라 히히힝 웃었다.’를 통해 ‘나’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준다.
②, ⑤ ‘그놈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내가 노새가 되는 거지.’를 통해 ‘노새’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으며, 아버지가 현
상황을 인정하고 있음이 드러난다.③ ‘이제부터 내가 노새다.’라는 아버지의 말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노새 두 마리’인 이유가 드러난다.
04 구절의 의미 파악 ③
‘나’는 술집에서 노새를 잃어버린 상황을 잠시 잊고 즐거워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이러한 생각이 깨어졌다고 했으므로 ‘나’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① 노새를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동네의 모든 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집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② 노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버지는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거푸 마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술이 확 깨는 듯’을 통해 아버지의 충격을 드러내고 있다.
⑤ 요즘에는 자동차가 적합한 운송 수단이라는 것은 노새가 시대 상황에 뒤처진 운송 수단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