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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2015 4월 9일] 3학년 수능 모의고사(A,B형) - 황석영,「한씨연대기」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4.17|조회수2,221 목록 댓글 1

[39 ~ 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한 동무, 특병동에 위급한 환자가 생겼시요. 원장 동무가 직접 나와보구 야단났습네다레.”

여긴 더 위급한 환자가 있소. 수술 중이라 꼼짝할 수가 없소.”

한 교수는 나지막한 의자에 누운 아이의 몸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서 동무도 어디루 갔는지 자리를 비웠시요. 지금 사방으루 찾아댕기멘 법석이래두요.”

끝나면 곧 가갔다고 전하시오.”

다 알아서 하시갔디만……가서 보고를 하디요.”

한영덕 교수가 밖의 왁자지껄하는 소리에 주의를 돌리고 나서 옆에 섰는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간호원과 조수 두 분은 빨리 나가시오.”

간호원이 말했다.

우리가 어케 손써볼 테니 선생님 날래 가보시라요.”

한 교수는 그들의 등을 밀어 내보내고 침착하게 바늘귀에 실을 꿰었다. 재봉실에 보통 바늘이었지만, 별로 손색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거친 음성과 구둣발 소리가 다가왔으나 그는 첫 바늘을 꿰어 실이 팽팽해질 때까지 살포시 잡아당겼다.

[A] [방공호의 통로를 몸 그림자로 가리고서 원장이 성급하게 소리쳤다.

뭘 하구 있는 거요?”

한 교수는 봉합 부분을 잘 살피기 위해 아이의 몸 가까이 무릎을 꿇었다. 방공호 안의 어둠에 눈이 익은 원장이 그 광경을 들여다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혀를 찼다.

까짓, 애들은 또 낳는 거요. 지금 경무원이 기총소사의 관통상을 입구 피를 흘리는데 이런 따위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요?”

한영덕 씨는 침착하게 바늘을 들고 섬세한 솜씨로 장의 천공 부위를 꿰매어나갔는데, 경험 많은 외과 전문의에 못지않은 훌륭한 솜씨였다.

관통상은 압박붕대 처리만 해놓으면, 몇 시간이라두 견딜 수 있습니다.”

지혈겸자를 떼어내고 혈관을 묶는 동안 피가 그 작은 몸에서 샘처럼 솟구쳐 한씨의 손과 방공호 바닥을 적셨다. 원장이 분개한 어조로 말했다.

고발하겠소.”

좀 비켜주시오. 어둡습네다.”

한 교수의 이마에서 땀이 솟아나 볼을 타고 줄지어 흘러내렸다. 그는 마지막 부분의 봉합을 끝내고서 얼굴을 들었다. 호의 통로에서 잔광이 비껴 들어왔다. 싱싱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나무들의 건강한 잎새 사이로 석양이 물발처럼 퍼져 나와 여기저기 누운 환자들의 몸 위를 적시고 있었다. 그는 두 손바닥을 벌려 눈앞에 갖다 댔다. 피가 검게 말라붙은 손톱이며 손가락 틈을 뚫고 햇빛은 여전히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잠적해버린 서학준 교수의 행방도 추궁했으나 한 교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씨는 지하실에 일주일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이층의 깨끗하고 밝은 방에 불리어가서 조사를 받았다. 그 방은 벽이 온통 희게 칠해져 있었고 매일 다른 심문자가 두 사람씩 교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한 교수는 축축한 냉기 속에서 밤을 지낸 다음 아침마다 그 방으로 끌려가면서 자기가 예상 외로 침착한 것에 놀라곤 했다.

[중략 줄거리] 북한에서 처형의 위기를 간신히 넘겨 살아남은 한영덕은 가족을 두고 홀로 월남하여 서학준과 여동생 한영숙과 재회한다. 그는 생계 유지를 위해 박가, 김가와 동업을 하지만 박가의 불법 중절 수술로 갈등을 빚는다. 박가의 불법 수술 도중 환자가 위험해지자 한씨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궁 척출 수술을 해 주고 곧 병원을 그만둔다. 무면허 영업 단속을 받은 박가는 한씨를 의심하며 앙심을 품고 그를 간첩으로 고발하고, 정보대 문관 민상호는 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낸다. 한영숙은 감옥에서 고초를 겪는 한씨를 면회하러 간다.

 

한영덕 씨는 훨씬 늙어 보이는 대신 진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남엔 혈육이라곤 누이동생 하나하구, 친구는 서 선생님밖에 없으니끼니 아무두 믿디 말라요.”

기래. 알갔다.”

오라바니, 휴전이 됐시요. 어제 협정이 끝났대요.”

한영덕 씨는 한참 동안이나 눈두덩을 손끝으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되구 말았구나.”

끝날 시간이 다 되었으나, 한 여사는 꼭 전해야 할 말을 간직해두고 있었다. 정보대에서 고문하면서, 시인했던 사실을 재판 때에 부정하면 다시 정보대로 돌려보내어 처음부터 조사를 새로 할 거라는 식의 협박을 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었다. 알려야겠는데 간수가 면회일지에다 두 사람의 대화를 적고 있었다. 그 여자는 기록을 피하고 싶었다. 간수가 일지를 덮고 나서 문을 열었고, 한영덕 씨가 따라 일어섰을 때 한 여사가 그들의 등뒤에다 대고 말했다.

오라바니, 정보대서 한번 넘어왔으문 다신 보내지 못한대요. 걱정 말고 안 한 건 하지 않았다구 끝까지 우기시라요.”

한씨는 붉게 충혈된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 그 여자는 법원에다 진정서를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도 서명을 해주지 않았다. 한씨의 친구들은 거의 하나같이 다른 일은 몰라도 그런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발뺌했다. 하는 수 없이 한 여사 자신과 서학준 소령, 고동수 박사, 세 사람의 이름으로 진정서를 올렸는데도 중도에서 탈락됐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재판은 자꾸 연기되었다가 한씨가 법원으로 넘어간 후에도 4개월이 지나서야 그 사건은 일단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한씨는 새로운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자궁 척출에 관한 사건이었다. 한씨가 환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뒷수습으로 수술했던 일이었다. 정보대에서는 투서한 비밀을 보장해주겠다며 박가, 김가, 이가에게서 돈을 많이 뜯어낸 모양이었다. 사소한 감정으로 한씨를 찍어 넣었던 그들은 손해를 예상외로 많이 입게 되자에라 내친김이다. 한영덕이 죽어버려라 하며 사건을 들쑤셔냈던 거였다. 검사 측에서도 수개월씩 가두었던 자를 생판 무죄로 내보내느니 면목을 세워야 했으므로, 재수사를 해서 의료법으로 입건을 했었다. 서학준 씨도, 한 여사도 한영덕 씨의 실수였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자들이 뒤집어씌운 것을 한씨는 밝혀내기도 지쳤을 것이며, 또한 그 일만큼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었다고 그는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천직에 대한 회한이었을지도 몰랐다.

언도 결과는 환자의 위탁이나 승낙 없이 낙태 중 치상시킨 죄에 해당되는 1년의 징역과 3년의 자격정지였다. 한씨 주변 사람들은 판결이 표면상으로는 의료법을 적용했으나 사실은 정치적 인상이 짙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여사가 재판정을 나오다가 민상호와 박가, 김가, 이가의 네 사람이 나란히 어울려 가는 뒤를 쫓아가 길을 막았다. 그 여자는 창백하게 질려서 어깨까지 떨었었다.

우리 오라바니가 들으시문 섭섭해할 거디만, 만약에 오라바니가 아니구 내 남편이댔으문 너이는 이 자리에서 내 손에 칼 맞구 죽었을 거다.”

민상호가 웃으면서 한영숙 씨의 어깨를 잡아 한쪽으로 비켜 세우고 대꾸했다.

, 참으라우. 다 참아둬야 살인죄두 면할 거 아니가.”

너이 뼈를 갈아 한강물에다…… 아니 기러문 한이 맺헤서 안 되갔다. 이댐에 내 고향 대동강에 개져다가 훌훌 뿌리갔다.”

한 여사의 볼 위로 눈물이 줄지어 흘러내렸다.

-황석영, 한씨연대기-

 

39.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특정 인물의 시선에서 사건을 서술하여 가치관의 변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서술자가 인물의 내면과 사건의 정황을 직접 서술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을 병렬적으로 서술하여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장면에 따라 서술자를 교체하여 사건 해석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인물의 독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여 서술함으로써 사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있다.

 

40.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간호원과 조수를 배려하는 한영덕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② ㉡: 자신에게 닥칠 상황에 대한 한영덕의 두려움이 드러나 있다.

③ ㉢: 한영덕을 걱정하는 한 여사의 당부가 드러나 있다.

④ ㉣: 민상호와 박가, 김가, 이가에 대한 한 여사의 분노가 드러나 있다.

⑤ ㉤: 한 여사에 대한 민상호의 빈정거림이 드러나 있다.

 

4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3]

<보기>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억압을 서로 다른 두 공간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공간에서 인물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보여 준다. 주인공은 각 사회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켜 내려 하지만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충돌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시련을 겪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갈등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준다.

 

 

공간A(북한)

 

 

공간B(남한)

 

 

 

 

 

 

 

 

 

 

 

 

 

 

 

 

 

 

 

 

 

사회

 

 

개인

 

사회

 

 

개인

 

공간A에서 인물에게 특병동환자를 우선 치료하라고 요구하는 행위와, 공간B에서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을 일삼는 행위는 각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억압을 보여주고 있군.

공간A에서 아이를 치료하는 행위와 공간B에서 자궁 척출수술을 한 행위는 모두 인물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군.

공간A에서 인물이 일주일 동안 지하실에 갇히게 된 것은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가치관이 충돌한 결과로 볼 수 있군.

공간B에서 인물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양심적인 의료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은 것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보여 주는군.

공간B에서 인물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개인이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군.

 

42. [A]<보기>의 희곡으로 각색하기 위해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두 사람이 수술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원장이 들어온다.)

원장 한 동무! (수술하던 한영덕과 간호원 흠칫 놀란다.) 특병동에 위급한 환자를 놔두고 여기서 뭐하는 거요?

한영덕 여기에 더 위급한 환자가 있습네다. 수술 중이라 꼼짝할 수 없습네다.

원장 (화를 억제하며 수술대로 와서 지시봉으로 환자 얼굴을 가린 천을 들춰 보고) 까짓, 애들은 또 낳는 거요. 지금 특병동에는 경무원이 기총소사로 관통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데 이따위 일에 시간을 낭비하깁니까?

한영덕 낭비가 아닙네다. 관통상은 압박붕대 처리만 해 놓으면 몇 시간이라도 견딜 수 있습네다.

원장 한 동무, 고발하겠소.

한영덕 어둡습니다. 비켜 주시구레.

(원장, 입을 굳게 다물고 나간다.)

한영덕 (핀셋으로 파편을 집어 들고) 파편을 꺼냈소. 이 무쇳조각. 누구래 어디서 만들어 낸 거인지…….

(조명, 어두워진다. 포격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원장이 퇴장하는 모습과 표정을 추가하여 원장의 심리를 부각시키자.

조명의 변화와 음향효과를 활용하여 전쟁 중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자.

상징적인 소재와 그에 관한 대사를 삽입하여 전쟁의 비극성을 부각시키자.

원장의 행동을 나타내는 지시문을 추가하여 인물의 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무대 밖의 사건을 전달함으로써 인물 간의 갈등을 고조시키자.

 

도움 자료

39 40 ②  41 42

 

[39~42] <출전> 황석영,한씨연대기

 

39. [출제의도] 서술상 특징 파악하기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한영덕이나 한영숙의 내면을 직접 서술하고 있으며, 한영덕이 재판을 받게 된 정황 등을 직접 서술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므로 적절한 진술이다.

인물의 가치관의 변화는 드러나 있지 않다. 북한과 남한에서 있었던 일을 제시했으나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을 병렬적으로 서술했다고 볼 수 없다. 서술자의 교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인물의 독백을 통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 서술이 나타나지 않는다.

 

40. [출제의도] 구절의 서사 전개상 기능 파악하기

거친 음성과 구둣발 소리가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수술을 하는 장면을 통해, 한영덕이 자신에게 닥칠 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자신 때문에 간호원과 조수를 위험에 처하지 않게 배려하는 한영덕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한 여사는 한영덕이 정보대의 협박 때문에 거짓 자백을 할까 걱정하며 그러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한여사가 한영덕의 일로 민상호와 박가, 김가, 이가에게 분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상호가 한 여사의 말에 대해 빈정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1. [출제의도] 종합적 감상의 적절성 파악하기

<보기>의 구조도는 공간A인 북한에서 공간B인 남한으로 이동하면서 개인인 한영덕이 각 사회에서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갈등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남한에서 한영덕이 자궁 척출수술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것은 바로 자신의 천직에 대한 회한이었을지도 몰랐다.’라는 부분으로 미루어 의사로서 느끼는 양심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가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에서 특병동 환자인 경무원을 먼저 치료하라고 요구하는 것에서 북한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억압을, 남한의 정보대에서 한영덕이 죄가 없는데도 투서를 받아들이고 그를 협박하는 것에서는 남한의 반공 이데올로기의 억압이 드러난다. 북한에서 한영덕이 아이를 먼저 치료하는 것은 특병동 환자보다 아이가 더 위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남한에서 한영덕이 자궁 척출수술을 한 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였으므로 의사로서 생명을 중시하는 한영덕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한영덕이 위급한 환자를 먼저 살폈다는 이유로 지하실에 갇히게 된 것은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 충돌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남한에서 한영덕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궁 척출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42. [출제의도] 장르 비교하기

[A]와 달리 <보기>에서는 간호원이 등장하지만 이를 통해 무대 밖의 사건을 전달하지 않았으며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원장, 입을 굳게 다물고 나간다.’를 통해 원장의 심리를 부각시켰음을 알 수 있다. 조명, 어두워진다. 포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에서 전쟁 중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편과 그에 대한 대사를 삽입하여 전쟁의 비극성을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술대로 와서 지시봉으로 환자 얼굴을 가린 천을 들춰 보고를 통해 원장의 부정적 모습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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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릭스 영양 | 작성시간 15.06.03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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