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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현진건, 「운수 좋은 날」'[2014 7030 Final 실전 모의고사 A형[실전 모의고사 1회]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1.01|조회수2,664 목록 댓글 0

[38~4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김 첨지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혔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 보았건만, 못 사 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 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 살배기)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 80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 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 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 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 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 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쿠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 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

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겼다.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6월의 샘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

하고 모깃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래도 김 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따,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 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오?”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인천 차가 열한 점에 있고, 그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

라고 중얼거린다.

“150전만 줍시오.”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 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안으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1, 2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150전은 너무 과한데 .”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이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 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날에는 좀 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A][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구른다는 것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 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언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다.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 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러우? 기차 놓치겠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 첨지는 인력거 채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 .”

하고 김 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 갈수록 김 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 새 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38. 윗글의 사건을 일어난 순서대로 정리할 때, 다음 중 가장 앞에 올 것은?

김 첨지가 품삯으로 팔십 전을 받는다.

김 첨지의 아내가 설렁탕을 먹고 싶다고 한다.

김 첨지의 아내가 일하러 나가는 그를 붙잡는다.

김 첨지가 앞집 마나님의 요청을 받고 일하러 간다.

김 첨지가 어린 손님을 태우고 남대문을 향해 출발한다.

 

39.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장면에 따라 서술자를 달리하여 새로운 사건을 도입하고 있다.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의 긴박감을 점차 고조시키고 있다.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여 그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40.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많은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김 첨지의 다리가 가벼워지고 있다.

집에 가까워지자 아내의 만류를 뿌리친 일을 떠올리는 김 첨지의 다리가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귀에 울리는 아내의 말과 개똥이의 곡성은 김 첨지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그를 주춤하게 하고 있다.

부르짖는 손님의 말은 길 위에 멈춰 서 있는 김 첨지가 현실로 돌아와 인력거를 움직이도록 이끌고 있다.

집에서 차차 멀어질수록 김 첨지는 빨리 아내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2014 7030 Final 실전 모의고사 A형

[실전 모의고사 1회]

 

[38~40] 현진건, 운수 좋은 날

해제: 이 소설은 1920년대 인력거꾼으로 일하는 하층민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인력거꾼의 하루 일과 속에서 주인공 김 첨지의 불안 심리를 그려 냄으로써 그에게 닥칠 비극을 극대화하고 있다. 제시된 부분은 모처럼 많은 돈을 벌게 되는 상황과 그와 더불어 자꾸만 커져 가는 아내에 대한 걱정이 교차하고 있는 장면이다.

주제: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고발

전체 줄거리: 인력거꾼인 김 첨지는 오랜만에 많은 돈을 벌게 되자 앓아누워 있는 아내가 바라던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그러나 손님을 태우고 다니면서도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던 아내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김 첨지는 선술집에서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신다. 병든 아내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친구와 헤어져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 김 첨지는 괴괴한 적막감을 느낀다. 결국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김 첨지는 돈을 많이 벌어 운수 좋은 날에 아내를 잃고 오열한다.

 

38. 작품의 내용 파악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사건 발생 순서 정리

김 첨지의 아내는 병을 앓고 있는데,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 오늘 앞집 마나님한테서 김 첨지를 부르러 오자 김 첨지는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한 손님을 더 어느 학교까지 태워 준 뒤 총 80전을 품삯으로 벌고, 학교 문 앞에서 어린 손님을 태우고 남대문으로 출발한다. 따라서 가장 앞에 올 사건은 이다.

 

39. 서술상 특징 파악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김 첨지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다.

이 글의 서술자는 김 첨지의 입장에서 인물의 심리 및 상황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가 드러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객관적 묘사

이 글의 서술자는 김 첨지의 입장에서 인물의 심리 및 상황 등을 서술하고 있으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확인: 인물들 간의 갈등

이 글에서 김 첨지가 아내와 갈등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김 첨지의 회상에 근거한 것이므로 인물들 간의 갈등보다는 인물의 내적 갈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확인: 서술자의 변화 유무

이 글에서는 장면에 따라서 서술자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확인: 빈번한 장면 전환

이 글에서는 김 첨지가 손님을 태워다 주고, 다시 손님을 태우고 남대문으로 향하는 장면 속에 김 첨지가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던 과거 사건이 삽입되어 있다. 이는 인물 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것일 뿐이며, 사건의 긴박감을 점차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기는 어렵다.

 

40. 인물의 심리 파악

:1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집과의 거리감과 빨라지는 발걸음

김 첨지는 집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이 나 발걸음을 빠르게 놀리고 있다. 이는 아픈 아내로 인한 근심이나 걱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심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큰 액수의 돈과 발걸음

150전이라는 큰 액수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빗길에도 불구하고 어린 손님을 태우고 남대문을 향하는 김 첨지의 발걸음이 가뿐해지고 있다.

확인: 아내를 떠올리자 무거워지는 발걸음

집에 가까워지자 김 첨지의 발걸음이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이는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온 일을 떠올리고 있는 김 첨지의 무거운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확인: 아내와 아이에 대한 불안감

김 첨지의 귀를 울리는,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는 아내의 말과 마치 들리는 듯한, 엉엉 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은 집안에 대한 김 첨지의 염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인: 현실로의 회귀

왜 이러우? 기차 놓치겠구먼.”이라고 외치는 어린 손님의 말은 김 첨지로 하여금 현실로 돌아오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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