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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도란도란] 황순원, ‘너와 나만의 시간’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6.08.11|조회수2,267 목록 댓글 0

현대소설 52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저 소릴 좀 듣게.”

주 대위가 누운 채 쇠진한 목 안의 소리로,

폿소릴세.”

김 일등병은 정신이 번쩍 들어 상반신을 일으키며 귀를 기울였다. 과연 먼 우레 소리 같은 포성이 은은히 들려오는 것이다.

어느 편 폽니까?”

아군의 포야. 백오십오 밀리의…….”

이 주 대위의 감별이면 틀림없는 것이다. 그래 얼마나 먼 거리냐고 물으려는데 주 대위 편에서,

그렇지만 너무 멀어, 사십 리는 실히 되겠어.”

그렇다면 아무리 아군의 포라 해도 소용이 없다.

김 일등병은 도로 자리에 누워 버렸다.

주 대위는 지금 자기는 각각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상스레 맑은 정신으로 그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그는 드디어 지금까지 피해 오던 어떤 상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것은 권총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죽을 자기가 진작 자결을 했던들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 게 아닌가. 첫째 현 중위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벼랑에 떨어져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제라도 자결을 해 버려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지친 김 일등병이라 하더라도 혼잣몸이니 어떻게든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는 김 일등병을 향해,

폿소리 나는 방향은 동남쪽이다. 바로 우리가 누워 있는 발쪽 벼랑을 왼쪽으루 돌아 내려가면 된다!”

있는 힘을 다해 명령조로 말했다. 그리고 무거운 손을 움직여 허리에서 권총을 슬그머니 빼었다.

그때, 바로 그때 주 대위의 귀에 은은한 폿소리 사이로 또 다른 하나의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도 의심스러운 듯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저 소리가 무슨 소리지?”

김 일등병이 고개만을 들고 잠시 귀를 기울이듯 하더니,

무슨 소리 말입니까?”

지금은 안 들리는군.”

거기에 그쳤던 소리가 바람을 탄 듯이 다시 들려왔다.

저 소리 말야. 이 머리 쪽에서 들려오는…….”

그래도 김 일등병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 같애.”

개 짖는 소리라는 말에 김 일등병은 지친 몸을 벌떡 일으켜 머리 쪽으로 무릎걸음을 쳐 나갔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가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 등성이를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김 일등병의 귀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누웠던 자리로 도로 뒷걸음질을 쳤다. 주 대위는 김 일등병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자신도 받고 싶었다.

김 일등병이 드러누우며 혼잣소리로,

내일쯤은 까마귀 떼가 더 많이 몰려들겠지. 눈알이 붙어 있는 거두 오늘 밤뿐야.”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권총 소리가 그의 귓전을 때렸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어둠 속에 주 대위가 권총을 이리 겨눈 채 목 속에 잠긴 음성치고는 또렷하게,

날 업어!”/ 하는 것이다.

김 일등병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면서도 하라는 대로 일어나 등을 돌려대는 수밖에 없었다.

, 걸어라!”/ 김 일등병은 자기 오른쪽 귀 뒤에 권총 끝이 와 닿음을 느꼈다.

등성이를 넘어 컴컴한 나무숲으로 들어섰다.

좀 서!”/ 업힌 주 대위가 잠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

왼쪽으루 가!”

(중략)

그제야 김 일등병의 귀에도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점점 개 짖는 소리로 확실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만 한 거리에서인지는 짐작이 안 되었다.

목에서는 단내가 나고, 간신히 옮겨 놓는 걸음은 한껏 깊은 데로 무한정 빠져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렇건만 쉬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귀 뒤에 와 닿은 권총 끝이 더 세게 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뵈는 게 없었다. 어떻게 걸음을 떼어 놓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데 저쪽 어둠 속에 자리 잡은 초가집 같은 검은 그림자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거기서 짖고 있는 개의 모양이 몽롱해진 눈에 어렴풋이 들어왔다고 느낀 순간과 동시에 귀 뒤에 와 밀고 있던 권총 끝이 별안간 물러나면서 업힌 주 대위 몸뚱이가 무겁게 탁 내려앉음을 느꼈다.

- 황순원, ‘너와 나만의 시간

 

1. 윗글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상징적 자연물을 활용하여 인물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대화를 통해 긴장감과 기대감을 높이며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

짧은 문장의 나열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단절을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주인공이 서술자로서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

역전적 시간 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풀어 가고 있다.

 

2. 윗글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현 중위는 원래 주 대위와 일행이었다.

주 대위는 혼자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김 일등병주 대위는 아군 진지를 찾아가고 있다.

주 대위는 자결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다.

김 일등병주 대위를 살리기 위해 주 대위를 업고 인가로 갔다.

 

3. 개 짖는 소리의 서사적 기능으로 적절한 것은?

비극으로 치닫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극적인 계기가 된다.

현실의 비극을 잊게 해 주는 몽환적 장치의 기능을 한다.

생존 본능으로 인해 인물의 성격을 이기적으로 급변하게 만든다.

인물 간의 외적 갈등을 인물의 내적 갈등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갈등 관계에 있던 인물들을 극적으로 화해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혹시 가까운 데 아군의 진지가 있나 하는 기대에서 나온 행동이다.

② ㉡: 아군 진지까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소용없다는 실망감에서 나온 행동이다.

③ ㉢: 아군 진지까지 김 일등병혼자 가도록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다.

④ ㉣: ‘김일등병을 인가가 있는 곳까지 인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다.

⑤ ㉤: 결국 인가가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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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너와 나만의 시간

http://blog.naver.com/studyplan12801/220749215576

http://blog.naver.com/oksam88/130167907097

 

해제 이 작품은 6·25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죽음의 위협 앞에 선 주 대위, 현 중위, 김 일등병 세 사람의 심리와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세 사람은 당연히 생명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는데, 주 대위는 부상을 입어 스스로 걸을 수 없는 상태이다. 김 일등병과 번갈아 가며 주 대위를 업던 현 중위는, 주 대위 스스로가 자결하기를 바란다. 당연히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주 대위는 자결을 하지 않는다. 현 중위는 주 대위를 업고 가면서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을 버리고 이탈한다. 주 대위의 판단, 현 중위의 행동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이해되는 일이다. 삶과 생명에 대한 애착은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죽음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열을 이탈한 현 중위는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져 죽고, 주 대위와 김 일등병도 살아날 가망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주 대위가 자결을 함으로써 김 일등병이라도 살려야겠다고 생각할 때 주 대위는 어렴풋이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 소리를 들은 주 대위는 이전과는 다른 행동과 말투로 김 일등병을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인가까지 인도한다. 작가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치밀한 묘사, 객관적인 서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 내고 있다.

주제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발휘되는 삶의 의지

전체 줄거리 주 대위, 현 중위, 김 일등병은 전쟁 중에 낙오하여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며칠째 헤매고 있다. 이들 중 주 대위는 허벅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부상자로 다른 두 사람이 교대로 업고 무작정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현 중위는 주 대위 허리에 찬 권총을 바라보는 행동을 통해 주 대위가 자살하도록 암묵적인 압력을 주지만 주 대위는 애써 모른 척한다. 그러던 중 결국 현 중위는 혼자 떠나 버리고 주 대위와 김 일등병 둘만 남게 된다. 김 일등병이 혼자 주 대위를 업고 길을 떠나지만 한여름의 더위와 기아 때문에 많은 거리를 이동하지는 못한다. 주 대위는 서너 달 전 부산에서 만났던 한 여인을 떠올리며 타인을 위한 희생은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혼자 떠났던 현 중위의 시신이 능선 낭떠러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운마저 빠진다. 그러나 멀리서 들리는 대포 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들리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주 대위는 의욕을 상실한 김 일등병을 위협하여 인가가 있는 곳에 도착하지만 자신은 숨을 거두고 만다.

 

01 작품에 대한 내재적 접근 정답

이 작품은 김 일등병주 대위라는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긴장감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말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지에 대한 대화와 주 대위김 일등병에게 권총을 겨누며 걷기를 요구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이 작품에는 상징적인 자연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개짖는 소리를 상징적 자연물로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인물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근처에 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짧은 문장들을 쓰고는 있으나 자아와 세계의 단절을 보여 주고 있지 않다. 짧은 문장을 통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인물의 머릿속 생각이나 긴장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김 일등병주 대위이다. 가 등장하지 않으므로 서술자는 이야기 바깥에 존재한다.

이 작품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즉 역전적 시간 구성이 아닌 순행적 시간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02 작중 상황의 추리 정답

김 일등병주 대위를 업고 인가로 간 것은 주 대위김일등병에게 총을 겨누며 강요했기 때문이다. ‘김일등병은 인가 가까이에 갈 때까지 개 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 대위김 일등병을 살리기 위해 김 일등병에게 총을 겨누며 인가로 가게 한 것이다.

주 대위가 자신이 진작 자결했으면 현 중위가 밤길을 서두르다가 죽지 않았을는지 모른다고 한 점으로 보아 원래는 셋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 대위가 자신이 죽으면 김 일등병이 혼잣몸이니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있다고 한 점, ‘주 대위가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곳까지 가기 위해 김 일등병에게 자신을 업으라고 한 점으로 보아 옳은 진술이다.

주 대위가 폿소리가 들린다고 하자 김 일등병이 보인 반응, ‘김일등병이 그 곳까지의 거리를 물어 보려 했던 점, 자신이 죽으면 김 일등병이라도 아군 진지까지 도달할 가망이 없지 않다고 한 점으로 보아 주 대위일행은 아군 진지를 찾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대위가 폿소리를 듣고 자결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03 소재의 서사적 기능 파악 정답

아군 진지는 멀고, 살아날 가망은 별로 없어, ‘주대위김일등병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자결을 결심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비극적 상황에서 들려온 개 짖는 소리는 주 대위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고 새로운 결단으로 이끄는 극적인 계기가 되어 준다.

개 짖는 소리는 환청이 아니라 주 대위가 실제로 들은 소리이기 때문에 몽환이나 환상적 장치로 볼 수 없다.

주 대위김 일등병에게 총을 들이대며 자신을 업고 가라고 한 것은 자신의 이기적인 생존 욕망 때문이 아니라 자포자기에 빠진 김 일등병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개 짖는 소리이전을 인물 간의 외적 갈등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주 대위가 자결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내적 갈등에 가까웠다. ‘개 짖는 소리이후 주대위는 의도적으로 김일등병과 갈등 관계를 만들지만 그 또한 진짜 갈등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개 짖는 소리이전에도 두 인물은 갈등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주대위의 희생을 극적인 화해라 설명할 수도 없다.

 

04 인물의 심리·정서 추리 정답

김 일등병이 걸음을 간신히 옮겨 놓는 행동은 주 대위를 업고 인가 근처까지 오느라 지쳤기 때문이다. ‘김일등병은 며칠을 부상당한 주 대위를 업고 이동했으며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고나서 개 짖는 소리를 들은 주대위가 권총을 겨누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나는 데까지 주대위를 업고 왔다. 따라서 은 결국 인가가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① ㉠폿소리가 들린다는 주 대위의 말 때문에 한 행동이다. 폿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근처에 군대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아군의 것인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이 궁금한 것이다.

② ㉡은 기대를 했던 폿소리가 사십 리나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주 대위의 말에 실망한 김 일등병의 행동이다.

이 장면에서 아군의 폿소리는 너무 멀리에서 나기 때문에 김 일등병주 대위를 업고는 그곳까지 갈 수 없었다. 따라서 주 대위가 자결을 함으로써 김 일등병의 부담을 덜어 주어 김 일등병이라도 아군 진지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다.

김 일등병은 개 짖는 소리를 듣지 못한 까닭에 다시 자리에 누워 눈알이 붙어 있는 거두 오늘 밤뿐야.’라면서 삶을 거의 포기하기에 이른다. 개 짖는 소리를 들어서 멀지 않은 곳에 인가가 있다고 생각한 주 대위김 일등병을 살리고 싶어 한다. 이는 주 대위는 김 일등병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었다.’는 구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주 대위김 일등병을 인가가 있는 곳까지 인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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