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늙은 대학생 김 씨, 세무서 직원 이 씨와 전직 교사인 박 씨는 버스를 타고 군하리의 혼삿집으로 가고 있다. 밤늦게 혼삿집을 다녀온 세 남자는 만취하고, 박 씨와 이 씨는 낮에 버스에서 만났던 작부의 술집으로 간다. 한편 김 씨는 홀로 여인숙에 남고, 여인숙에서 일하는 소년이 김 씨가 누운 방에 들어와 램프 불을 켜 준다.
소년이 침구를 안고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을 편다. 일어설 때 보니 가슴에 훈장이 달려 있다. 그는 그를 가까이 불러서 그 훈장을 들여다본다. 둥근 바탕에 가로로 5학년 2반이라 씌어 있고 그것을 가로질러서 세로로 반장이라 씌어 있다. 조잡한 비닐 제품이다.
“너 공부 잘하는구나.”
“예. 접때두 일등 했어요.”
아, 이건 뻔뻔스럽구나, 못생기고 남루한 옷을 입은 주제에.
[A][“여기가 너희 집이니?”
“아녜요, 여긴 이모부 댁이에요. 저이 집은요, 월출리예요. 여기서 삼십 리나 들어가요.”
가난한 대학생. 덜커덩거리는 밤의 전차. 피곤한 승객들. 목쉰 경적소리. 종점에 닿으면 전차는 앞뒤 아가리를 벌리고 사람들을 뱉어 낸다.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초라한 길가 상점들의 희미한 불빛들이 그들을 건져 낸다. 그들은 고개들을 가슴에 묻고 조금씩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 은밀히 하나씩 둘씩 골목들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가난한 대학생 앞에 대문이 나타난다. 그는 그 앞에 선다.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망설인다. 아, 이럴 때 꽝꽝 두드릴 수 있는 대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는 주먹을 편다. 편 손바닥으로 대문을 어루만지듯 흔든다. 또 흔든다. 고무신짝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식모의 고무신짝은 겸손하게 소리를 낸다. 그는 안심한다. 안심이 배 속으로 쑥 가라앉는다.]
“학굔 여기서 다니니?”
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심지를 줄인 남폿불이 눈앞에서 가물거리고 있을 뿐 소년은 보이지 않는다. 방바닥이 뜨뜻하다. 술이 점점 더 취해 오른다. 그는 옷을 입은 채 허리를 굽히고 손발을 이부자리 밑으로 쑤셔 넣는다. 넥타이를 풀어야지. 그러면서 그는 눈을 감는다.
“일등을 했다구? 좋은 일이다. 열심히 공부해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영국, 불란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나랏돈이나 남의 돈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돈 없는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흔한 것이 장학금이다. 머리와 노력만 있으면 된다. 부지런히 공부해라, 부지런히. 자신을 가지고.”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알아들을 수도 없다. 그는 입을 다물고 흥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자 그의 머릿속에는 몽롱한 가운데에 하나의 천재가 열등생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너는 아마도 너희 학교의 천재일 테지. 중학교에 가선 수재가 되고, 고등학교에 가선 우등생이 된다. 대학에 가선 보통이다가 차츰 열등생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온다. 결국 이 열등생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고생해 온 셈이다. 차라리 천재이었을 때 삼십 리 산골짝으로 들어가서 땔나무꾼이 되었던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천재라고 하는 화려한 단어가 결국 촌놈들의 무식한 소견에서 나온 허사였음이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못 된다. 그들은 천재가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열등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다. 누구나가 다 템스 강에 불을 처지를 수야 없는 일이다. 허옇게 색이 바랜 짧은 바지를 입고 읍내까지 몇십 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중학생. 많은 동정과 약간의 찬탄. 이모집이나 고모집이 아니면 삼촌이나 사촌네 집을 전전하면서 고픈 배를 졸라매고 낡고 무거운 구식의 커다란 가죽가방을 옆구리에다 끼고 다가오는 학기의 등록금을 골똘히 생각하며 밤늦게 도서관으로부터 돌아오는 핏기 없는 대학생. 그러다 보면 천재는 간 곳이 없고, 비굴하고 피곤하고 오만한 낙오자가 남는다. 그는 출세할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떠한 것도 주임교수의 인정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외국에 가는 기회는 단 하나도 그의 시도를 받지 않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따라서 그가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많은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만 적중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적중하느냐 않느냐가 아니라 적중하건 안 하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데에 있다. 적중하건 안 하건 간에 그는 그가 처음 출발할 때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곳으로부터 사뭇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와 있음을 깨닫는다. 아-되찾을 수 없는 것의 상실임이여!
[중략 줄거리] 한편 술집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술집 여자는 김 씨가 대학생이라는 말을 유심히 듣는다. 여자는 방을 나와 여인숙으로 김 씨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다시 불 켜진 방 앞으로 간다. 그리고 방문을 연다.
김 씨는 네 다리를 이불 밑에 쑤셔 넣은 채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옆으로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여자는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낮에 본 사람이 분명하다. 대학생! 그녀는 살포시 김 씨의 어깨를 밀어서 바로 눕힌다. 넥타이가 목에 켕기는지 턱을 좌우로 흔든다. 츳, 츳, 옷두 벗지 않구. 가엾어라. 그녀는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넥타이를 풀고, 이불을 젖혀서 바지를 벗기고, 와이셔츠를 벗기고, 요를 바로 펴고 …. 김 씨가 꿈틀하더니 일어날 듯하다가 다시 요 밑으로 파고든다. 여자는 화가 난다. 그의 팔다리를 요 밑에서 빼어 내고 그를 안아서 간신히 요 위에 눕힌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 준다. 베개를 바로 베 주고 그대로 엎드려서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대학생!
남폿불이 피시식 소리를 낸다. 그녀는 일어나서 방바닥에 널려 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벽에다 건다. 남포는 호야가 시커멓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위에서부터 남포 호야 속으로 살며시 바람을 불어 넣는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 논 발자국을 하얗게 지우면서.
-서정인, 「강」-
40.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 씨는 집을 떠나 먼 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소년을 보며 셋방에 살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② 김 씨가 소년에게 건네는 충고는 김 씨 자신의 실제 학업 경험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③ 김 씨는 자신의 과거사와 소년의 미래를 동일시하여 바라보고 있다.
④ 김 씨는 과거 천재로 여겨졌었으나 노력의 부족으로 낙오하였다.
⑤ 김 씨는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해 실망과 회의를 느끼고 있다.
41.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어순이 도치된 문장을 사용하여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②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③ 등장인물의 과거 처지와 심리를 알 수 있는 대표적 일화가 제시되었다.
④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인물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⑤ 명사로 종결되는 문장들을 사용하여 인물이 겪게 될 사건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4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작품에서 늙은 대학생 김 씨를 통해 드러나는 일상의 모습은 비관적이다. 김 씨는 우여곡절과 우울한 체험을 거치며 꿈을 상실하고 초라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또 다른 등장인물의 태도와 작가의 배경·사물 묘사를 통해, 작가가 이러한 삶의 비애를 따뜻한 시선으로 위로하며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① 소년의 ‘훈장’과 ‘남루한 옷’은 비관적인 김 씨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소년의 삶이 장차 한계에 마주칠 것임을 예견하게 하는 물건이겠군.
② ‘대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흔드는 김 씨의 행동은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치를 보는 행동으로, 김 씨의 곤궁한 일상을 드러내고 있군.
③ ‘처음 출발할 때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곳으로부터 사뭇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와 있음을 깨닫는’ 것은 꿈을 상실하고 초라한 현실을 마주한 것이로군.
④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잠든 김 씨의 모습은 김 씨의 피곤하고 지친 일상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며, 이에 대한 여자의 태도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거야.
⑤ ‘호야가 시커’먼 남포, 눈이 쌓이는 풍경에 대한 묘사 등은 김 씨와 여자의 초라하고 고단한 현실과 두 사람의 힘겨운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겠군.
2014 7030 Final 실전 모의고사 A형
[실전 모의고사 4회]
[40~42] 서정인, 「강」
해제: 이 소설은 1968년 발표된 단편 소설로 1960년대의 어느 겨울을 배경으로 현실에 좌절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60년대의 겨울 어느 날 전직 교사 박 씨와 세무서 직원 이 씨, 늙은 대학생 김 씨 등이 ‘군하리’라는 시골의 결혼 잔칫집을 찾아가는 여로를 따라가며 버스 안의 정경과 결혼식이 끝난 후 술자리의 풍경 등을 그리며 소시민적 삶과 비애를 보여 준다. 이 글에 수록된 부분은 대학생 김 씨의 심리를 통해 가난하고 초라한 현실 앞에 순수한 꿈들이 상실되는 쓸쓸한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과 등장인물인 ‘술집 여자’가 잠든 김 씨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불을 덮어 주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작가가 현실 속에 패배한 사람들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연민을 확인할 수 있다.
주제: 초라한 현실 속에 변질되고 퇴락하는 삶의 모습과 그에 대한 연민
전체 줄거리: 전직 교사 박 씨는 서서히 자신감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세무서 주사 이 씨는 속물근성이 다분한 소시민적 인물이며, 늙은 대학생 김 씨는 가난으로 좌절하고 자신감을 잃어 가는 우울한 인물이다. 이들 셋은 ‘군하리’라는 시골의 혼삿집에 가는 길이다. 버스에서 박 씨는 옆에 앉은 여자와 금방 친해지고, 김 씨는 깊은 상념에 잠긴다. 세 남자와 여자는 같은 곳에서 내리고, 여자는 술집으로 사라진다. 결혼식이 끝난 후 이 씨와 박 씨는 버스에서 만났던 여자를 찾아 술집으로 가고, 김 씨는 여인숙으로 들어선다. 여인숙에서 일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김 씨는 가난과의 싸움 끝에 낙오해 버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술집 여자와 수작을 하던 이 씨는 그녀에게 대학생 김 씨를 데려오라고 한다. 여관으로 김 씨를 찾아온 여자는 곯아떨어진 김 씨를 이불 위에 바로 눕혀 주고 불을 끈다.
40. 작품의 내용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노력의 부족으로 낙오하였다.
어릴 적 주변인에게 천재라 불리던 김 씨의 낙오는 현실적 가난으로 인한 것이다. ‘그들은 천재가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열등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다.’라는 서술에서 미루어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먼 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소년
여인숙에서 일하는 소년에게 그곳이 소년의 집인지 묻는 김 씨의 질문에 대한 소년의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확인 2: 셋방에 살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
소년의 대답을 듣고 김 씨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가난한 대학생인 김 씨가 밤늦게 돌아와 주인집 문을 꽝꽝 두드리지 못하고 어루만지듯 흔드는 회상 장면을 통해 그가 셋방에서 눈치를 보며 어렵게 살았음을 알 수 있다.
② 확인: 김 씨 자신의 실제 학업 경험과는 상반되는 것
김 씨의 과거 회상을 통해 김 씨가 가난에 시달리며 공부했음을 알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돈 걱정 없이 얼마든지 유학을 갈 수 있다는 김 씨의 충고는 김 씨 자신의 경험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③ 확인: 자신의 과거사와 소년의 미래를 동일시
소년에게 충고를 한 후 김 씨의 머릿속에는 ‘천재가 열등생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떠오른다. 이 부분은 김 씨가 소년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서술되지만, 실은 김 씨가 자신의 과거사를 회상하는 것이다.
⑤ 확인: 현재 생활에 대해 실망과 회의
‘적중하건 안 하건 간에~되찾을 수 없는 것의 상실임이여!’를 통해 알 수 있다.
41.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과거 처지와 심리를 알 수 있는 대표적 일화가 제시
A는 김 씨가 소년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주인집의 눈치를 보느라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어루만지듯’ 흔들어야 했던 일화를 통해 가난하고 곤궁했던 김 씨의 처지와 김 씨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어순이 도치된 문장
A에서는 ‘그는 그 앞에 선다.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망설인다.’처럼 짧은 문장을 사용한 서술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를 어순이 도치된 문장으로 볼 수는 없다.
확인 2: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서술어를 생략하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A에서는 해당 부분을 찾을 수 없다.
② 확인: 대화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심화
A에서 김 씨와 소년의 대화는 김 씨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지만, 소년과의 대화가 김 씨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씨의 갈등은 가난한 현실과 그로 인해 변질되는 자신의 삶으로 인한 것이다.
④ 확인 1: 일인칭 관찰자 시점
김 씨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김 씨 자신의 모습이 ‘가난한 대학생’으로 객관화되어 서술되고 있긴 하지만, ‘아, 이럴 때 꽝꽝 두드릴 수 있는 대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나 ‘그는 안심한다. 안심이 배 속으로 쑥 가라앉는다.’와 같이 내면 심리가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를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확인 2: 인물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
김 씨와 소년의 대화에서 소년의 처지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소년의 현재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어지는 장면은 김 씨의 회상 장면으로, 김 씨의 현재 상황에 대한 묘사로 볼 수 없다.
⑤ 확인 1: 명사로 종결되는 문장들
A의 ‘가난한 대학생. ~ 목쉰 경적소리.’등에서 명사로 종결되는 문장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인 2: 인물이 겪게 될 사건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A는 김 씨가 자신이 겪은 경험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인물이 겪게 될 사건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A에서 명사로 종결되는 문장은 늦은 밤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4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1: ‘호야가 시커’먼 남포, 힘겨운 미래를 암시
호야가 시커먼 남포는 불을 켠 채 잠든 김 씨의 방에 걸려 있던 것이다. 남포가 시커멓게 된 것은 시간적 배경이 늦은 밤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소재이지만, 이를 여자와 김 씨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확인 2: 눈이 쌓이는 풍경에 대한 묘사, 힘겨운 미래를 암시
(보기)에 따르면 ‘발자국을 하얗게 지우’며 ‘소복소복 쌓이는’ 눈은 김 씨를 이불에 눕혀 주는 여자의 태도와 함께 삶의 비애를 연민하는 작가의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 사람의 힘겨운 미래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1: ‘훈장’, ‘남루한 옷’
소년의 가슴에 달린 훈장은 소년에게 자랑스러운 물건이지만 비닐로 만들어진 조잡한 물건이다. 소년이 입고 있는 ‘남루한 옷’은 소년의 가난함을 드러내고 있다.
확인 2: 소년의 삶이 장차 한계에 마주칠 것임을 예견
‘훈장’과 ‘남루한 옷’은 가난과 싸우며 좌절한 김 씨가 소년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 된다. ‘아, 이건 뻔뻔스럽구나, 못생기고 남루한 옷을 입은 주제에.’라는 김 씨의 서술에서 김 씨의 비관적 시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② 확인 1: 남의 집에 얹혀살며 눈치를 보는 행동
대문을 꽝꽝 두드리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듯 흔드는 김 씨의 과거 행동, 식모의 고무신짝 소리에 안심하는 심리 묘사 등은 가난한 김 씨가 셋방에 살며 주인집의 눈치를 보는 행동이다.
확인 2: 김 씨의 곤궁한 일상을 드러내고 있군.
주인집의 눈치를 보며 문을 흔드는 김 씨의 모습과 ‘허옇게 색이 바랜 짧은 바지’, ‘낡고 무거운 구식의 커다란 가죽가방’ 등은 김 씨의 곤궁한 일상과 가난을 드러내는 것이다.
③ 확인 1: 꿈을 상실
김 씨는 어릴 때는 천재로 여겨졌지만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한 끝에 문득 열등생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확인 2: 초라한 현실을 마주한 것
그는 가난이라는 우울한 체험을 거치며 꿈을 상실하고 초라한 현실을 마주한다. 김 씨는 어릴 적의 꿈에 대해 ‘되찾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상실감을 느낀다.
④ 확인 1: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잠든 김 씨의 모습, 피곤하고 지친 일상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
넥타이에 목이 졸린 채 등을 굽히고 불편하게 잠든 김 씨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김 씨의 고단한 일생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확인 2: 여자의 태도, 작가의 주제 의식 반영
(보기)에 따르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삶의 비애를 위로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든 김 씨를 보살피는 여자의 태도는 이러한 작가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