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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도란도란] - 오정희, 「유년의 뜰」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6.11.07|조회수614 목록 댓글 0

현대소설 46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홧 아 유 두잉?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임 리딩 어 북, 나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홧즈 유어 프랜드 두잉? 당신의 친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석양이 오빠의 이마와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며 방을 깊숙이 가로질렀다.

내가 기억하는 한의 그 시간은 늘 그랬다.

함석지붕이 흐를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방 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창가에 놓인, 붉은 꽃무늬의 도배지 바른 궤짝 앞에 앉아 꼼짝 않고 소리 높이 영어책을 읽었다.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 갖가지 화장품이 담긴 병들을 만지작거리거나 창을 통해서 멀찍이 보이는 개울의 다리와 신작로, 그리고 더 멀리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국민학교의 창을, 점점이 붉은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으로 어머니와 오빠 사이의, 은밀히 조성되어 가는 팽팽한 공기를 지켜보았다.

캔 유 텔 미 홧 히 이즈 두잉? 오빠가 밭은기침으로 목청을 돋우었다.

파마한 머리칼이 얽히었는지,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빠르게 빗질을 하던 어머니가 손을 멈추고 거울에 바짝 머리를 들이대었다. 흰머리가 뽑혀 나왔다.

벽에 버티어 놓은 거울에, 등지고 앉은 오빠의 몸이 고집스럽게 담겨 있었다. 뽑혀 나온 새치를 손가락 사이에 들고 잠시 들여다보던 어머니가 햇빛을 피하는 시늉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거울을 옮겨 놓고 화장을 계속했다. 나무 궤 위에 쌓아 놓은 우리들의 때 묻은 이부자리가 거울 면에 들이찼다. 오빠의 모습은 사라졌다. 대신 거친 손짓으로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 낡고 눅눅해진 종이가 힘들게 찢겨지는 소리가 났다.

오빠의, 긴장으로 경직된 등이 제풀에 움찔했다.

어머니는 등 뒤의 작은 시위그러나 오빠 나름대로는 필사적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첩으로 탁탁 얼굴을 두들기고 가늘고 둥글게 눈썹을 그렸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오빠를 번갈아 보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호기심과 찬탄으로 거울 속에서 점차 나팔꽃처럼 보얗게 피어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해 왔다는 등신대(等身大)의 거울은 이 방에서 유일하게 흠 없이 온전하고 훌륭한 물건이었다. 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남루해져 가는 우리들의 가운데서 거울은, 어머니가 매일 닦는 탓도 있지만, 나날이 새롭게 번쩍이며 한구석에 버티고 있었다. 그 이물감 때문에 우리의 눈에는 실체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건지도 몰랐다.

거울 속에는 언제나 좁은 방 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중략)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오빠의 모습은 환히 보였다. 어머니가 일하고 있는 밥집의 건너편, 하루살이 떼가 빛을 따라 바람개비처럼 어지러이 돌고 있는 전봇대에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서서 이 모든 거리의 풍경을 경멸하듯 바라보며 오빠는 붕대 감은 손에 하모니카를 들고 다만 외롭게 혀를 떨며 하모니카를 불었다.

언니도 머지않아 나이 찬 처녀들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이 거리를 지나게 될 것이다. 오빠가 아무리 무섭게 단속을 한다 해도, 그 무엇으로도 언니의 밤 외출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도 자라면 역시 그럴 것이다. 굵은 벨트로 배꼽이 튀어나올 때까지 허리를 죄고 천천히 이 거리를 배회하게 되리라.

밤이 깊어지고 조심스럽게 불빛 그늘에 몸을 숨겼던 언니는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며 저자 거리를 떠났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 인적 없는 다리를 건널라치면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소리 고요히 들리고 앞산의 깜깜한 숲에서 부어헝 부어헝, 들쥐를 찾아 부엉이가 울었다. 집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 언니는 갑자기 다급해지는 마음에 숨이 턱에 찼다. 발 빠른 오빠가 이미 돌아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내 손을 꼭 쥔 손바닥에 축축이 땀이 찼다.

황급히 들어와 숨을 가다듬고 자는 체하노라면 한발 늦게 돌아온 오빠는 사천왕(四天王)처럼 문에 버티어 서서 냄새라도 맡을 듯 코를 벌름이며 말했다.

또 나갔었지, 또 나갔었지?

언니는 도무지 못 알아듣는 시늉을 하며 잠에 취한 소리로 우물쭈물 대답했다.

아냐, 내가 언제…… 어쨌다고 그래.

언니의 대꾸는 가냘프고 자신이 없었다.

- 오정희, ‘유년의 뜰

 

1. 윗글을 서술하기 위한 작가의 구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특정 공간의 특징을 표현해 보자.

현재 시제를 사용하여 갈등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보자.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제시해 보자.

서술자를 등장인물로 설정하여 사건의 현장성을 높여 보자.

상징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방 안의 분위기와 상황을 드러내 보자.

 

2. 에 담긴 오빠의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엄마가 없어도 내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보여 줄 거야.

우리 미래는 이곳을 벗어나는 길밖에 없음을 엄마에게 알려 줄 거야.

엄마가 밖에 나가는 것을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이렇게라도 알려 줄 거야.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엄마가 힘낼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줄 거야.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내 모습을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줄 거야.

 

3. 작품의 맥락을 고려할 때, 의 기능에 해당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연결한다.

인물과 인물 간의 화해를 매개한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암시한다.

소통을 위한 노력과 좌절을 비유한다.

욕망의 공간과 억압의 공간을 경계 짓는다.

 

4. ~, <보기>의 설명에 해당하는 것은?

<보기>

소설의 서술 방식 중에는 서술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잠시 유보하고 등장인물의 말을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진술함으로써 등장인물의 반응을 주요 서술 대상으로 부각하는 방법이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

오정희, 유년의 뜰

http://blog.naver.com/36hjs/150169803410

http://blog.naver.com/kyorai/120057279039

http://blog.naver.com/acupofcaffe/220017757186

http://blog.naver.com/kls12/110163321045

 

해제 이 작품은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일곱 살 소녀가 겪어야 했던 왜곡된 성장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외출, 오빠의 분노 등으로 상징되는 가난과 외로움, 애정과 미움, 기다림과 두려움 등을 공존시킴으로써 그리움, 외로움보다 더 절실한 갈증과 허기로 기억되는 상처 가득한 유년의 뜰을 제시하고 있다.

주제 6·25 전쟁을 겪는 한 소녀의 성장을 위한 고통

전체 줄거리 는 일곱 살로 노랑눈이라고 불린다. 아버지가 전쟁터에 강제 징집되어 나가고 아버지가 없는 피란살이가 길어지면서 읍내로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의 외박은 갈수록 잦아진다. 이러한 어머니의 행실에 반발하는 오빠는 까닭 없이 언니에게 무서운 매질을 가하며 행패를 부린다. 한편 멍청이에 뚱보 취급을 받는 는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자신과 가족이 변한 것처럼 아버지도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며, 상실감을 메울 수 없을 것임을 예감한다. 학교에 입학한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오지만 반갑기보다는 서러움으로 눈물만 흘린다.

 

01 작품에 대한 내재적 접근 정답

‘~늘 그랬다.’, ‘~지켜 보았다.’, ‘~담겨 있었다.’등 전체적으로 과거형 시제를 사용하여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무 궤 위에 쌓아 놓은 우리들의 때 묻은 이부자리가 거울 면에 들이찼다.’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남루해져 가는 우리들의 가운데서 거울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거울을 활용해 피란 온 가족이 살고 있는 방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다.

함석지붕이 흐를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방 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 ‘점점이 붉은 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배경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의~’,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등에서 볼 수 있듯이 1인칭 주인공인 가 직접 겪은 일을 서술하고 있다.

거울과 같은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여성적 존재로서의 어머니의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고 가난한 삶의 현실을 투영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02 구절의 문맥적 의미 파악 정답

등지고 앉은 오빠의 몸이 고집스럽게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등 뒤의 작은 시위 그러나 오빠 나름대로는 필사적인~’과 밥집 건너편에서 엄마를 지켜보며 읍내 거리를 경멸하는 오빠의 모습을 통해서 오빠는 엄마가 읍내로 일하러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오빠는 화장하는 엄마 앞에서 영어책을 읽음으로써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저녁 햇빛이 칼처럼 방 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 꼼짝 않고 소리 높이 영어책을 읽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오빠의 행동은 엄마의 외출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 가족의 미래를 위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지고 앉은 오빠의 몸이 고집스럽게 담겨 있었다.’, ‘등 뒤의 작은 시위등에서 볼 수 있듯이 오빠는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영어책을 읽는 오빠의 모습이 엄마를 위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어머니가 일하는 밥집의 건너편에서 볼 수 있듯이 아버지가 없는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인물은 어머니이다. 따라서 오빠가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03 소재의 서사적 역할 파악 정답

다리는 마을과 읍내에 있는 저자 거리를 경계 짓는 역할을 한다. ‘저자거리는 밝고 사람들이 술렁이는 공간으로서 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일하러 지나는 곳이며, 오빠의 협박을 두려워하면서도 언니가 외출하며 지나는 곳이다. 반면 마을은 고요한 공간으로 사천왕 같은 오빠가 엄마와 언니를 감시하는 공간이다.

어린 서술자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열하고 있을 뿐이지, 이 글에 제시된 사건과 연결할 만한 과거의 사건을 따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화장을 하고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와 그것을 싫어하는 오빠의 갈등이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 거리를 배회하는 언니와 이를 감시하는 오빠의 갈등은 드러나 있지만, 그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은 나타나 있지 않다.

다리는 번화한 저자 거리와 고요한 숲이 있는 마을을 경계 짓는 소재일 뿐,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다리는 이질적인 두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소통을 위한 노력’, ‘좌절과는 거리가 멀다.

 

04 서술 시점상의 특성 파악 정답

는 오빠의 질문에 언니가 잠꼬대 형식으로 답하는 내용이지만 인용 부호를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등장인물의 발화와 서술자의 진술이 겹치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에서 알 수 있듯이 서술의 주체가 서술자임을 알 수 있다.

언니도 머지않아 ~ 지나게 될 것이다.’는 언니에 대한 서술자의 판단이 드러난 부분이다.

‘~ 이 거리를 배회하게 되리라.’는 서술자 또한 결국 언니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예상을 서술한 부분이다.

오빠는 ~ 코를 벌름이며 말했다.’는 언니를 감시하는 오빠의 모습을 서술자의 입장에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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