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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문제-3]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6.11.11|조회수2,494 목록 댓글 0

[9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교사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제군, 지난 1년 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모두 열심히들 공부해 주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시간만은 입학 시험과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몇 권의 책을 뒤적여 보다가 제군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 일단 내가 묻는 형식을 취하겠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가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 한 학생이 일어섰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 교사가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 다른 학생이 물었다.

교사는 말했다.

"한 아이는 깨끗한 얼굴, 한 아이는 더러운 얼굴을 하고 굴뚝에서 내려왔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얼굴의 아이를 보고 자기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깨끗한 얼굴을 한 아이는 상대방의 더러운 얼굴을 보고 자기도 더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생들이 놀람의 소리를 냈다. 그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한 번만 더 묻겠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똑같은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한 학생이 얼른 일어나 대답했다.

"저희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기다렸다.

교사는 말했다.

"그 답은 틀렸다." / "왜 그렇습니까?"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을 테니까 잘 들어주기 바란다. 두 아이는 함께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이 깨끗한데 다른 한 아이의 얼굴은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교사는 분필을 들고 돌아섰다. 그는 칠판 위에다(뫼비우스의 띠)라고 썼다.

"제군이 이미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입학 시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 바란다. 면에는 안과 겉이 있다. 예를 들자. 종이는 앞뒤 양면을 갖고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는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역시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즉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이 제군이 교과서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 이다. 여기서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을 생각해 보자."

 

<중략 부분의 내용> 앉은뱅이와 꼽추, 몸도 성하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집이 무너져 버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그들은 살 집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 집마저 잃어버린 그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기름통까지 준비하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적극적임에 반해 꼽추는 검을 낸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한 부동산 업자를 만나 집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동산 업자의 거짓말에 화가 난 앉은뱅이는 그를 차에 태운 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잔인한 살인을 하게 된 앉은뱅이, 그와 함께 복수를 음모한 꼽추이지만, 그는 그런 앉은뱅이가 무서워진다. 앉은뱅이는 강냉이 가계를 사서 생활할 계획을 세우고 꼽추는 약장수를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그는 앉은뱅이의 복수심이 무서워 떠나겠다고 한다. 둘은 헤어지고 혼자 남은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린다.

 

교사는 두 손을 교탁 위에 얹었다. 그는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끝으로 내부와 외부가 따로 없는 입체는 없는지 생각해 보자. 내부와 외부를 경계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뫼비우스의 띠에 많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굴뚝 이야기나 하고,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차렷!" / 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경례!"

교사는 상체를 굽혀 답례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교실에서 나갔다. 겨울 해는 이미 기울어 교실 안이 어두워왔다.

-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9. <보기>와 같은 접근 방식을 통해 이 글을 비평한 것을 고르시오.

<보기>

작품을 작품에 한하여 논의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하나의 완결체로 보아, 구조, 형식 등을 감상이나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연구 방법의 전제가 되는 것은, 문학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족적(自足的)인 존재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문학 외적인 사항들은 문학 작품의 올바른 평가와 이해를 그르친다고 본다.

 

소설의 구조는 현실의 구조에서 유추한 것으로, 이 글은 산업화 시기의 소외된 도시 철거민들의 삶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의 본질적 기능은 주제를 통한 깨달음의 제시라 할 수 있는데, 이 글 역시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눈을 뜨게 해 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소설의 주제를 제시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이 글은 수학 교사의 상징적인 이야기를 작품의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시켜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소설의 이야기 전개에는 작가의 체험이나 관점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이 글에서도 평소 소외 계층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있던 작가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소설의 재미는 갈등 구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이 글은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빈부 계층 간의 대립이 심화되던 1970년대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 만하다.

 

10. 이 글이 수학 교사가 <보기>와 같이 자기의 의도를 직접 말한다고 했을 때, <보기>(    ) 부분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보기>

아직도 굴뚝 이야기와 뫼비우스의 띠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의도는  (                           )

 

세계나 대상에 대한 본질적 인식은 이분법적인 사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것이 일종의 고정 관념으로 자리 잡아 대상을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물을 인식할 때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이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나이가 되었으니 불의를 보고서도 외면하거나 방관하는 자가 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11. 앉은뱅이와 꼽추의 삶과 관련시켜 볼 때, 의 궁극적인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고착화되는 빈곤 계층의 세습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희망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물리적 저항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황금 만능주의

 

12. 에서 경계하고자 하는 태도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시오.

곡학아세(曲學阿世)     당랑거철(螳螂拒轍)

탁상공론(卓上空論)     외화내빈(外華內貧)

사상누각(砂上樓閣)

 

13. 다음은 이 글을 연극 무대에 올리기 위해 토의한 내용이다. 토의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부분은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철거촌이 연상되도록 무대를 꾸미는 게 어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실감나게 연기하려면 앉은뱅이와 꼽추 역을 맡는 사람은 실제 장애인이면 더 좋을 것 같아.

수학 교사는 작품 속의 전체 사건을 조망하면서 그 사건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암시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설정해야겠지.

중략 부분은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조명을 잠시 근 후 무대를 새로 꾸며서 올리는 것이 좋겠어.

부동산 업자 역은 고급 의상을 입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인물로 설정하여 가난한 앉은뱅이나 꼽추역과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것이 좋겠어.


=

9. . [감상 방법의 이해] <보기>는 작품의 내적 요소를 중시하여 감상하는 내재적 비평에 해당한다. 역시 수학 교사의 외부 이야기와 내부 이야기를 잘 연결시켜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함으로써, 작품의 내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고 있는 내재적 비평에 해당한다. ,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상황에 초점을 맞춘 외재적 비평(반영론적 관점)에 해당한다.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효용성에 초점을 맞춘 외재적 비평(효용론적 관점)에 해당한다. 작품을 쓴 작가에게 초점을 맞춘 외재적 비평(표현론적 관점)에 해당한다.

 

10. . [의도의 추리] '굴뚝 이야기'는 상식이나 고정 관념을 경계하고 있는 이야기다. '뫼비우스의 띠'는 겉과 속의 구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수학 교사는 상식이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라는 것, 흑백 논리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것, 옳고 그름이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현실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 인간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등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불의를 보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다.

 

11. . [제재의 함축적 의미 파악]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겉의 구별이 없는 띠이다. 여기서 안과 겉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수학 교사가 말한 '뫼비우스의 띠'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구별 없이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소망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2. . [한자 성어의 이해] 은 현실적 목적만을 추구하면서 지식을 왜곡하거나 이용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력과 비판적 태도로 사물과 현실을 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라는 수학 교사의 말이다. , 자신이 익힌 학문을 왜곡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한자 성어는 '곡학아세'이다. 제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겉은 화려하나 속은 빈약함.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오래 견디지 못할 일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

 

13. 정답. [다른 상황에의 적용]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앉은뱅이와 꼽추라는 장애인으로 설정한 것은 산업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채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도시 빈민들의 처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이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따라서 반드시 실재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필요는 없다. 소외된 도시 빈민의 모습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인물이면 된다. 중략 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아파트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의 철거촌이므로 적절한 생각이다. 작품의 앞과 뒤에 등장하는 수학 교사는 작가의 관점을 반영하는 인물로, 전체 사건의 의미를 우화를 통해 암시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략 부분의 이야기는 공간적 배경이 달라지므로 조명을 끄고 무대를 세로 꾸민 후에 올려야 한다. 부동산 업자 역은 부유한 계층으로, 사회적 약자인 앉은뱅이를 속이는 교활한 인물이므로, 고급 의상을 입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인물로 설정한 것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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