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병원에 당도해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지난 어느 날 밤에 문득 일어나 앉아 훌쩍이셨던 일을 아버진 제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봅니다. 이젠 모든 정밀 검사가 끝났어요.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는군요. 일주일 후. 그때면 알 수 있을까요? 칠 년 동안 잠잠하던 그 석회질이 왜 다시 움직였는지를?
이제 내일이면 아버진 오빠 집으로 우선 퇴원하실 겁니다. 그다음의 일은 일주일 후에 다시 생각해 봐야 되겠지요. 그저 병원 뜰을 조금 걷다 들어올 양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자꾸만 저만큼만 더, 저만큼만 더…… 하시는 바람에 꽤나 먼 걸음이 되었습니다. 테니스 코트를 지나 좁다랗게 난 맨땅을 더 걸어 들어갔더니 고구마 밭이 나오더군요. 병원 안에 고구마 밭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아니, 그 아주머니가 병원 공터에 고구마를 심었겠지요. 겨울이 지 나고 봄이 오면 어쩌면 그 고구마 밭엔 병원 별관이 들어서거나 그러겠지요. 아버진 그 고구마 밭에 이르러서야 저만큼만 더 …… 를 끝내셨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고구마를 캐고 있었어요. 고구마 순을 우두둑 잡아당긴 후에 호미로 땅을 파서 고구마를 캐는 아주머닐 보고 아버진 ㉠어둔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고구마는 비가 온 다음에 캐야 쓰는디요. 나는 부친의 팔을 붙잡고 서서는 감자도요, ㉡실없이 덧붙였습니다. 그런 일은 상관 말구 아저씬 아프지나 말아요. 늙으면 그저 건강하게 있어 주는 것이 자식들 도와주는 것이라구요. 고구마를 캐는 아주머닌 내 얼굴과 부친의 얼굴을 번갈아 보시더니 흙 묻은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가을 햇살을 가리셨습니다. 우린 고구마나 감자를 비가 온 뒤에 캤지요. 찬비가 그친 후 밭에 가서 감자나 고구마 순을 잡아당기면 뿌리에 감자나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나왔지요. 감자 뿌리에 쑥쑥 딸려 나오는 감자 캐는 일은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있던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맨발이 되어 감자 밭을 휘젓고 다니곤 했습니다. 고구마나 감자는 ㉢푸지고 푸져서 한 고랑만 캐도 수북이 쌓였습니다. 캐도 캐도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랬지요. 다 캤나 보다 해도 밭을 갈 적에 뒤집어지는 흙 속에 고구마나 감자는 또 나오곤 했습니다. 아버진 고구마 캐는 아주머니 곁에서 한참을 ㉣서성서성거렸습니다. 바람이 차다고 그만 들어가자고 해도 고구마 밭 주위를 빙빙 도셨습니다. 아마도 부친은 당신이 직접 고구마를 캐보고 싶으셨던 게지요. 방금 전에 비는 내리지 않았어도 어쩐지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면 예전처럼 고구마가 주렁주렁 딸려 나올 것만 같았던 게지요. 내 팔에 이끌려 고구마 밭으로 들어가는 좁다란 맨땅을 다시 걸어 나올 때도 아버진 자꾸만 고구마 밭을 향해 몸을 돌리시곤 했습니다. 병실로 돌아오자 피로하셨는지 잠시 누워 있던 부친은 시골의 어머니한테 전화를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벨이 울리고 어머니 목소릴 확인하고 아버지께 수화기를 건네드렸더니 어머니를 향한 부친의 첫마디는,
고구마 …… 고구마는 캤는가?
였습니다. 부친은 수화기를 귀에 바싹 대고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안 캤이믄 기냥 놔두소. 내가 내리가서 캘 테니께는.
나는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려다 말고 아버지의 귀를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부친의 야윈 귀가 멀리 어머니에게 무슨 말씀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그 말씀을 들어보려고 주스 병이 기울어지는지도 모르고 내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버지의 귀가 어머니한테 말씀하시는군요. 나는 오늘같이 가을볕이 좋은 날, 밭에서 고구마를 캐다가 그렇게 갈라네. 늦봄 볕이 따사로운 날 감 자를 캐다가 가만히.
두서없는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글을 부치기나 할는지요. 그만 안녕, 이라고 쓰려니까 어디선가 또 기차의 강철 바퀴 소리가 들립니다. 철거덕철거덕 그 무서운 소리에 그만 논둑 뒤로 몸을 숨기는 소년도 어른거립니다. 그래도 오늘은 내 마음이 평화로운가 봅니다. 고구마 밭에서 돌아오느라 엘리베이터를 탔을 적에 마음이 슬픈 자는 행복하다. 그는 위로받을 것이다, 라는 그 문구가 차분히 가슴에 젖어 드는 걸 보니 말이지요. 문구가 약간 삐틀어져 있어서 손을 뻗어 바로 해놓기까지 했습니다.
이젠 언니도 그때처럼 그렇게 자주 울진 않겠지요?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야채며 김밥이며 과일을 담을 수 있는 야외용 대바구니는 구했어요? 언젠가 언니와 함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데 그 드라마 속의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소풍을 가는 장면이 나왔지요. 노란 챙이 달린 모자를 거꾸로 쓰고 함빡 웃음을 짓는 아이를 앞세우고 시종 즐거워하는 아내와 남편을 보면서 괜히 내 가슴이 ㉤서걱거렸어요. 나도 모르게 아빠를 잃은 문이를 생각했고, 나도 모르게 남편을 잃은 언니를 생각했던 게지요. 잠시, 어색해지려는데 뜻밖에 언니가 밝은 목소리로 그랬지요.
저거 너무 예쁘지 않니?
언니가 가리킨 저거는 소풍 가는 가족 중에서 무릎길이의 연두색 에이라인 원피스 위에 같은 색 시폰을 걸친 아내가 들고 있던 대바구니였습니다. 내가 보기엔 별로 예쁘지도 않았어요. 그저 평범한 손잡이가 달린 대바구니였지요. 아마 그 안에는 딸기를 재서 담은 찬합이나, 김밥을 싸서 담은 도시락, 그리고 과도며 땀 닦을 타월, 여분의 스타킹이나 아이의 또 다른 간식이 담겨 있었겠지요. 나는 그저 그런 대바구니를 두고 얼른 예쁘다고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소풍 가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을 적부터 내가 이미 문이나 언니의 가슴을 치고 지나갔을 상실을 감지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언니가 아무렇지도 않았을 리가 없었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언니도 뜻밖의 그 대바구니 얘기를 꺼냈던 게지요. 그저 그런 대바구니를 참, 예쁘다고 칭찬했겠지요. 시장에 나가면 저거와 비슷한 걸 하나 사야겠다고도 했지요. 그래서 도시락을 싸서 바구니에 담아 문이와 함께 고궁에 가야겠다고요. 그래요. 그때만 해도 눈물 대신 까닭 없이 대바구니 타령을 할 정도로 마음이 회복되고 있었으니까. 그로부터 세월이 일년이 더 흘렀으니까, 이제는 많이 단련이 되었겠지요. 설마, 아직까지 출근할 적이면 남편이 누워 있던 침대를 향해 손을 내밀진 않겠지요? 설마, 아직까지 퇴근해 돌아와 현관문을 따고서는 문이 아빠 나, 왔어요? 하진 않겠지요?
- 신경숙,「감자 먹는 사람들」
34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교차 서술하고 있다.
② 편지를 보내는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고 있다.
③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서술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암시하고 있다.
④ 주인공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변 인물의 삶의 양상을 제시하고 있다.
⑤ 내면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따옴표 없이 대사를 인용하고 있다.
35 윗글의 공간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때, ㉮~㉰에서의 인물의 심리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병원 뜰 ⇨ ㉯ 고구마 밭 ⇨ ㉰ 병실
① ㉮에서 ‘나’는 ‘아버지’의 병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② ㉯에서 ‘고구마’를 보며 ‘아버지’와 ‘나’는 시골에서의 삶을 떠올리고 있다.
③ ㉰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④ ㉰에서 ‘나’는 ‘기차의 강철 바퀴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⑤ ㉯에서 ㉰로 오면서 ‘나’는 엘리베이터에 걸려 있는 문구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36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① ‘나’는 아버지를 잃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고 견디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어.
② 제목과 관련하여 볼 때, 고구마나 감자를 캐는 장면은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시련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어.
③ 고구마를 캐다가 가고 싶다는 아버지를 통해 힘겨운 삶에 대한 저항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허무 의식을 느낄 수 있어.
④ 한 가족의 가장인 아버지가 누워 계시는 상황은 질병과 죽음 등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순간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을 보여 주고 있어.
⑤ 소풍 가는 장면을 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언니를 통해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현재의 아픔을 극복하게 해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어.
37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말이 둔하다.’의 뜻으로, 아버지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② ㉡: ‘말이나 하는 짓이 실답지 못하게’의 뜻으로, 아버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③ ㉢: ‘매우 많아서 넉넉하다.’의 뜻으로, 반복을 통해 풍성함을 강조하면서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다.
④ ㉣: ‘한곳에 서 있지 않고 자꾸 주위를 왔다 갔다 하다.’의 뜻으로, 시골에서 살아오신 아버지가 느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⑤ ㉤: ‘얇고 뻣뻣한 물체가 스치는 소리가 자꾸 나다.’의 뜻으로, 언니의 아픔에 공감하는 ‘나’의 마음을 감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N제]-(A형)
34~37
34 ③ 35 ④ 36 ① 37 ②
신경숙,「감자 먹는 사람들」
이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 둔 ‘나’가 ‘윤희’언니에 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과 슬픔을 풀어 낸 소설이다. 뇌질환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는 ‘나’는 다른 수많은 병과 죽음을 떠올린다. 윤희 언니, 유순이, 막노동꾼의 아내, 중 년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죽음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숙명적인 슬픔과 고통
무명 가수인 ‘나’는 뇌질환으로 입원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윤희 언니에게 편지를 쓴다. 공사장에서 머리를 다쳐 어린 아이처럼된 옆 병실 막노동꾼과 부인의 사연을 전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고향 친구 유순이와의 만남과 그녀의 딸이 소아 당뇨로 고생하고 있음을 적기도 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을 잃은 윤희 언니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말문을 닫아 버린 아버지, 그리고 어린 딸을 급류에 잃은 한 남자의 사연을 떠올리며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나’와 아버지는 병원 뒤뜰을 산책하다가 고구마 밭을 보게 되고, 그것을 보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시골에 내려가 여생을 마치기를 소망한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마치는 ‘나’는 윤희 언니에게 슬픔을 딛고 일어설 것을 다짐한다.
34 서술상의 특징 파악 ③
이 글은 아버지의 뇌질환 발병으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삶의 고통이나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그 극복을 다루고 있는 글이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간호하며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생각은 이 글의 서술 형식인 언니를 수신자로 하는 편지 쓰기를 통해 드러나며 주된 공간적 배경은 도시의 병원으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언급은 나타나 있지 않다.
① 고구마 캐기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사건, 남편을 잃은 언니의 사건과 아버지를 잃어야 하는 현재의 사건이 교차 서술되고 있다.
② ‘두서없는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글을 부치기나 할는지요’ 등을 통해 서간체 형식을 활용하여 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다.
④ 병이 든 아버지, 남편을 잃은 언니 등 살면서 대면해야 하는 시련과 아픔을 겪고 있는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⑤ ‘고구마는 비가 온 다음에 캐야 쓰는디요’, ‘참, 예쁘다’, ‘시장에 나가면 저거와 비슷한 걸 하나 사야겠다’ 등의 대사를 따옴표 없이 인용하고 있다.
35 인물의 심리 파악 ④
‘기차의 강철 바퀴 소리’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와 산책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와 편지를 쓰고 있는 ‘나’가 듣고 있는 환청이다. 그 소리는 어릴 적 고향에서 듣던 소리로, 크고 무서운 소리로 주인공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기차의 강철 바퀴 소리’는 주인공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외적인 상황을 암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주인공의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음을 볼 때, 자신이 당면한 시련을 수용하며 견디려 하는 것이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①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는군요. 일주일 후. 그때면 알 수 있을까요? 칠 년 동안 잠잠하던 그 석회질이 왜 다시 움직였는지를? 이제 내일이면 아버진 오빠 집으로 우선 퇴원하실 겁니다. 그다음의 일은 일주일 후에 다시 생각해 봐야 되겠지요’를 통해 알 수 있다.
② ‘우린 고구마나 감자를 비가 온 뒤에 캤지요. 찬비가 그친 후 밭에 가서 감자나 고구마 순을 잡아당기면 뿌리에 감자나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나왔지요. 감자 뿌리에 쑥쑥 딸려 나오는 감자 캐는 일은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있던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맨발이 되어 감자밭을 휘젓고 다니곤 했습니다’를 통해 병원 공터의 고구마를 보며 과거 시골에서의 삶을 떠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안 캤이믄 기냥 놔두소. 내가 내리가서 캘 테니께는’을 통해 아버지가 고향에 내려가 자신이 하던 농사일을 하면서 남은 날을 보내기를 소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그래도 오늘은 내 마음이 평화로운가 봅니다. 고구마 밭에서 돌아오느라 엘리베이터를 탔을 적에 마음이 슬픈 자는 행복하다. 그는 위로받을 것이다, 라는 그 문구가 차분히 가슴에 젖어 드는 걸 보니 말이지요’를 통해 ‘나’가 그 문구에 공감하면서 아버지가 병이 든 상황을 담담하게 수용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36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 ①
<보기>를 보면 작가가 이 글을 통해 삶에서 맞닥뜨리는 시련을 견뎌 내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뇌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간병하며 상실이나 죽음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담담한 어조로 아버지의 병에 대해 언급하거나 남편을 잃은 언니를 떠올리며 자신이 맞게 될 상실의 상황에 대해 수용하고 견디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②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는 과거 시골에서의 풍성했던 고구마, 감자 캐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병실로 돌아오면서 아픔과 슬픔을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보기>를 보면, 고흐의「감자 먹는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힘겨운 삶을 견뎌 내는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나’가 떠올린 고구마나 감자와 관련된 생각이 ‘나’에게 생명력이나 강인함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③ 고구마를 캐다가 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소망은 자신의 고통과 죽 음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볼 수 있는 것이지 허무 의식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④ 병든 아버지를 통해‘나’는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시련과 고통을 생각하면서 이를 견디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무기력함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수용하고 견디는 태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⑤ 언니는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소풍 가는 장면을 보며 밝은 목소리로 예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언니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아픔을 견뎌 내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은 적절하지 않다.
37 문맥적 의미 파악 ②
‘나’는 비 온 뒤에 고구마를 캐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감자도요’라고 덧붙이고 있는데, 이때 ‘실없이’는 고구마 캐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덧붙이는 자신의 말에 대한 평가이다. 실답지 못하기는 하지만 고구마 캐기와 관련한 아버지와 ‘나’의 공통된 경험을 말함으로써 아버지와의 친근감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병환으로 인해 말이 둔해졌음을 추리할 수 있다.
③ 고구마와 감자를 캐던 때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
④ 아주머니 곁을 서성거리는 아버지의 행동은 과거 건강했던 시절 시골에서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며 병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⑤ 드라마 속 장면을 보며 언니의 슬픔을 감지한 ‘나’가 언니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