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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2.17|조회수1,670 목록 댓글 0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구보가 머리를 돌렸을 때, 그는 그곳에, 지금 마악 차에 오른 듯싶은 한 여성을 보고, 그리고 신기하게 놀랐다. 집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오늘 전차에서 그 색시를 만났죠 하면, 어머니는 응당 반색을 하고, 그리고, “그래서 그래서,” 뒤를 캐어물을 게다. 그가 만약, 오직 그뿐이라고라도 말한다면, 어머니는 실망하고, 그리고 그를 주변머리 없다고 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그 일을 알고, 그리고 아들을 졸()하다고라도 말한다면, 어머니는, 내 아들은 원체 얌전해서…… 그렇게 변호할 게다.

구보는 여자와 시선이 마주칠까 겁()하여, 얼토당토않은 곳을 보며, 저 여자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보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여자는

혹은, 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전차 안에, 승객은 결코 많지 않았고, 그리고 자리가 몇 군데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석에 가 서 있는 사람이란, 남의 눈에 띄기 쉽다. 여자는 응당 자기를 보았을 게다. 그러나, 여자는 능히 자기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의문이다. 작년 여름에 단 한 번 만났을 뿐으로, 이래 일 년 간 길에서라도 얼굴을 대한 일이 없는 남자를, 그렇게 쉽사리 여자는 알아내지 못할 게다. 그러나,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여자에게, 자기의 기억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누구에게 있어서든, 외롭고 또 쓸쓸한 일이다. 구보는, 여자와의 회견 당시의 자기의 그 대담한, 혹은 뻔뻔스러운 태도와 화술이, 그에게 적잖이 인상 주었으리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여자는 때때로 자기를 생각하여 주고 있었다고 믿고 싶었다.

그는 분명히 나를 보았고 그리고 나를 나라고 알았을 게다. 그러한 그는 지금 어떠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이 구보는 알고 싶었다.

그는 결코 대담하지 못한 눈초리로, 비스듬히 두 칸통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여자의 옆얼굴을 곁눈질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칠 것을 겁하여 시선을 돌리며, 여자는 혹은 자기를 곁눈질한 남자의 꼴을, 곁눈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하여 본다. 여자는 남자를 그 남자라 알고, 그리고 남자가 자기를 그 여자라 안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우에, 나는 어떠한 태도를 취하여야 마땅할까 하고, 구보는 그러한 것에 머리를 썼다. 알은체를 하여야 옳을지도 몰랐다. 혹은 모른 체하는 게 정당한 인사일지도 몰랐다. 그 둘 중에 어느 편을 여자는 바라고 있을까, 그것을 알았으면,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러한 것에 마음을 태우고 있는 자기가 스스로 괴이하고 우스워, 나는 오직 요만 일로 이렇게 흥분할 수가 있었던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여 보았다. 그러면 나는 마음속 그윽이 그를 생각하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가 여자와 한 번 본 뒤로, 이래 일 년 간, 그를 일찍이 한 번도 꿈에 본 일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내었을 때, 자기는 역시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기가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그리고 이리저리 공상을 달리고 하는 것은, 이를테면, 감정의 모독이었고, 그리고 일종의 죄악이었다.

그러나 만약 여자가 자기를 진정으로 그리고 있다면

구보가, 여자 편으로 눈을 주었을 때, 그러나,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산을 들고 차가 동대문 앞에 하차하기를 기다려 내려갔다. 구보의 마음은 또 한 번 동요하며, 창 너머로 여자가 청량리행 전차를 기다리느라, 그곳 안전지대로 가서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자기도 차에서 곧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여자가 청량리행 전차 속에서 자기를 또 한 번 발견하고, 그리고 자기가 일도 없건만, 오직 여자와의 사이에 어떠한 기회를 엿보기 위하여 그 차를 탄 것에 틀림없다는 것을 눈치 챌 때, 여자는 그러한 자기를 얼마나 천박하게 생각할까. 그래, 구보가 망설거리는 동안, 전차는 달리고, 그들의 사이는 멀어졌다. 마침내 여자의 모양이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떠났을 때, 구보는 갑자기, 아차, 하고 뉘우친다.

(중략)

[A] <ⓐ어느 틈엔가,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까지 와 있었다. 이제 이대로, 이대로 집으로 돌아 갈 마음은 없었다. 그러면, 어디로. 구보가 또다시 고독과 피로를 느꼈을 때, 약칠해 신으시죠 구두에. 구보는 혐오의 눈을 가져 그 사내를, 남의 구두만 항상 살피며, 그곳에 무엇이 든 결점을 잡아내고야 마는 그 사나이를 흘겨보고,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일면식도 없는 나의 구두를 비평할 권리가 그에게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거리에서 그에게 온갖 종류의 불유쾌한 느낌을 주는, 온갖 종류의 사물을 저주하고 싶다, 생각하며, 그러나, 문득, 구보는 이러한 때, 이렇게 제 몸을 혼자 두어 두는 것에 위험을 느낀다. 누구든 좋았다. 벗과, 벗과 같이 있을 때, 구보는 얼마쯤 명랑할 수 있었다. 혹은 명랑을 가장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한 벗을 생각해 내고, 길가 양복점으로 들어가 전화를 빌렸다. 다행하게도 벗은 아직 사()에 남아 있었다. 바로 지금 나가려든 차야 하고, 그는 말했다.

구보는 그에게 부디 다방으로 와 주기를 청하고, 그리고 잠깐 또 할 말을 생각하다가, 저편에서 전화를 끊어 버릴 것을 염려해 당황하게 덧붙여 말했다.

“꼭 좀, 곧 좀, 오—>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전지적 서술자가 주인공의 시선을 빌려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장소의 이동에 따라 관찰하고 떠올린 것들을 주로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재배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호흡을 조절하며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빠른 장면의 전환을 통해 시대 현실에 대한 주인공의 비판적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02 ~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무능력한 아들이지만 어머니만은 자신을 옹호해 줄 것이라 믿는 것 같아.

② ㉡: 소심하고 소극적인 구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어.

③ ㉢: 여자를 만나고 온 이후로 계속 생각했으면서도 관심 없는 척하는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자책이겠지.

④ ㉣: 여자를 따라서 내리고 싶었으면서도 궁리를 하느라 행동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후회가 느껴져.

⑤ ㉤: 친구를 통해서라도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구보의 절박함이 느껴져.

 

03 [A]에서 [보기]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인물 간 갈등 구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주인공 구보가 경성을 배회하고 관찰하며 생각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이 작품에서 서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공간의 이동과 그에 따른 자유 연상 및 상념으로 구성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01 02 03

 

해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생활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로, 1934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소설가인 주인공 구보가 하루 동안 경성(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경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 대신, 주인공의 시선에 포착된 현실의 모습과 그에 대한 의식의 흐름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소설가인 주인공은 현대의 풍속도를 관찰한다는 고현학적 태도로 1930년대 경성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주인공은 세속화된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한 채 고독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주인공의 의식 속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점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력한 지식인 의 고뇌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제 소설가 구보의 눈으로 바라본 1930년대 도시의 일상사와 지식인의 자의식

전체 줄거리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구보는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스물여섯 살의 소설가이다. 어머니의 걱정을 뒤로한 채 집을 나온 구보는 경성 시내를 배회하면서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그것들과 연결된 과거의 경험들을 회상한다. 다방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독을 느끼며 벗을 찾아가기도 하고, 도시의 풍속도를 살피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밤이 되자 벗과 함께 시름을 덜기 위해 술집으로 간다. 거기에서 구보는 세상 사람들을 모두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술집 여급과 유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새벽 두 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벗과 헤어진다.

내용 구조도

                           지문 수록 부분

경성 거리 →[전차 안 다방] 경성역 대합실 다방 경성 거리 술집

특별한 사건 없이 구보가 경성 시내를 배회하고 관찰하며 사색하는 단편적 사실과 파편적 단상을 인과성 없이 서술

 

01 서술상 특징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생활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로, 일반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 대신, 주인공 구보가 하루 동안 경성 시내를 배회하며 관찰한 모습과 주인공의 사고의 과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장소의 이동에 따른 주인공의 관찰이 드러나 있지만 빠른 장면의 전환은 나타나지 않으며, ‘시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전지적 서술자가 서술하면서도 마치 일인칭 주인공의 서술처럼, 구보의 시점에 동화되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전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과 조선은행 앞, 다방 등으로 장소를 이동하며 관찰한 내면 심리가 주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인공의 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주인공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재배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떠오르는 대로 표현하고 있다.

‘~하고 싶다, 생각하며, 그러나, 문득, 구보는등에서와 같이 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호흡을 조절하며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02 구절의 의미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앞부분에서 그러나 그가 여자와 한 번 본 뒤로, 이래 일 년 간, 그를 일찍이 한 번도 꿈에 본 일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내었을 때, 자기는 역시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정의 모독일종의 죄악이라고 느낀 것이다. 따라서 여자를 만나고 온 이후로 계속 생각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전차 안에서 만난 여성에 대해 어머니에게 얘기하는 모습을 가정하는 장면으로, 비록 소심하고 무능력한 아들이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주변머리 없다고 질책한다면 내 아들은 원체 얌전하다며 변호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장면에서, 어머니만은 자신을 옹호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곁눈질하는 모습을 통해 소심하고 소극적인구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기도 차에서 곧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결국 여자의 모양이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떠났을 때야 비로소 뉘우치는 모습을 통해 여자를 따라서 내리고 싶었으면서도 궁리를 하느라 행동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후회를 느낄 수 있다.

제 몸을 혼자 두어 두는 것에 위험을 느낀다.’를 통해 친구를 통해서라도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구보의 절박함을 알 수 있다.

 

03 서사 구조에 대한 이해

작품의 특징과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한 구성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이다. 이 작품이 동시대 다른 작품과 어떤 점에서 다르게 평가받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구보는 조선은행 앞으로 공간을 이동한 다음,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일반적인 서사물이라면 다음 행선지와 관련한 내용이 이어져야 할 대목에서, 그 순간 구보는 구두닦이의 말에 불쾌함을 느끼고 그에 대한 상념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 연상 구조가 이 소설의 서사적 특성에 해당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이 부분은 공간 이동을 나타내는 표지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구보의 행동 묘사를 나타낸다. ‘한 벗을 생각한 다고 했지만 이는 자유 연상이나 상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원인이 되는 사고를 뜻한다.

이 부분은 구보의 친구가 말한 대목이므로 구보의 상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부분에는 구보의 행동만 드러나 있지 자유 연상이나 상념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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