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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황순원,「학」'[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2.25|조회수1,459 목록 댓글 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고갯길에 다다랐다. 이 고개는 해방 전전 해 성삼이가 삼팔 이남 천태 부근으로 이사 가기까지 덕재와 더불어 늘 꼴 베러 넘나들던 고개다.

성삼이는 와락 저도 모를 화가 치밀어 고함을 질렀다.

이 자식아, 그 동안 사람을 몇이나 죽였냐?”

그제야 덕재가 힐끗 이쪽을 바라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거둔다.

이 자식아, 사람 맺이나 죽였어?”

덕재가 다시 고개를 이리로 돌린다. 그러고는 성삼이를 쏘아본다. 그 눈이 점점 빛을 더해 가며 제법 수염발 잡힌 입 언저리가 실룩거리더니,

그래 너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 봤니?”

이자식이! 그러면서도 성삼이의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 막혔던 무엇이 풀려 내리는 것만 같은. 그러나,

농민동맹 부위원장쯤 지낸 놈이 왜 피하지 않구 있었어? 필시 무슨 사명을 띠구 잠복해 있는 거지?”

덕재는 말이 없다.

바른 대루 말해라. 무슨 사명을 띠구 숨어 있었냐?”

그냥 덕재는 잠잠히 걷기만 한다. 역시 이 자식 속이 꿀리는 모양이구나. 이런 때 한번 낯짝을 봤으면 좋겠는데 외면한 채 다시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성삼이는 허리에 찬 권총을 잡으며,

변명은 소용없다. 영락없이 넌 총살감이니까. 그저 여기서 바른 대루 말이나 해봐라.”

덕재는 그냥 외면한 채,

변명은 할려구두 않는다. 내가 제일 빈농의 자식인 데다가 근농꾼이라구 해서 농민동맹 부위원장 됐든 게 죽을죄라면 하는 수 없는 거구, 나는 예나 이제나 땅 파먹는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잠시 사이를 두어,

지금 집에 아버지가 앓아 누웠다. 벌써 한 반년 된다.”

덕재 아버지는 홀아비로 덕재 하나만 데리고 늙어 오는 빈농꾼이었다. 칠 년 전에 벌써 허리가 굽고 검버섯이 돋은 얼굴이었다.

(중략)

그러나 이런 때 그런 일로 웃거나 농담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며,

하여튼 네가 피하지 않구 남아 있는 건 수상하지 않어?”

나두 피하려구 했었어. 이번에 이남서 쳐들어오믄 사내란 사낸 모주리 잡아 죽인다구 열일곱에서 마흔 살까지의 남자는 강제루 북으로 이동하게 됐었어. 할 수 없이 나두 아버질 업구라두 피난 갈까 했지. 그랬드니 아버지가 안 된다는 거야. 농사꾼이 다 지어 놓은 농살 내버려두구 어딜 간단 말이냐구. 그래 나만 믿구 농사일루 늙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이나마 내 손으루 감겨 드려야겠구, 사실 우리같 이 땅이나 파먹는 것이 피난 간댔자 별수 있는 것두 아니구…….”

지난 유월달에는 성삼이 편에서 피난을 갔었다. 밤에 몰래 아버지더러 피난 갈 이야기를 했다. 그때 성삼이 아버지도 같은 말을 했다. 농사꾼이 농사일을 늘어놓구 어디루 피난 간단 말이냐. 성삼이 혼자서 피난을 갔다. 남쪽 어느 낯설은 거리와 촌락을 헤매다니면서 언제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늙은 부모와 어린 처자에게 맡기고 나온 농사일이었다. 다행히 그때나 이제나 자기네 식구들은 몸 성히들 있다.

고갯마루를 넘었다. 어느새 이번에는 성삼이 편에서 외면을 하고 걷고 있었다. 가을 햇볕이 자꾸 이마에 따가웠다. 참 오늘 같은 날은 타작하기에 꼭 알맞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다 내려온 곳에서 성삼이는 주춤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쪽 벌 한가운데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섰는 것 같은 것은 틀림없는 학떼였다. 소위 삼팔선 완충 지대가 되었던 이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그동안에도 이들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날 성삼이와 덕재가 아직 열두어 살쯤 났을 때 일이었다. 어른들 몰래 둘이서 올가미를 놓아 여기 학 한 마리를 잡은 일이 있었다. 단정학이었다. 새끼로 날개까지 얽어매 놓고는 매일같이 둘이서 나와 학의 목을 쓸어안는다, 등에 올라탄다, 야단을 했다. 그러한 어느 날이었다. 동네 어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서 누가 학을 쏘러 왔다는 것이다. 무슨 표본인가를 만들기 위해서 총독부의 허가까지 맡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 길로 둘이는 벌로 내달렸다. 이제는 어른들한테 들켜 꾸지람 듣는 것 같은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네의 학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잡풀 새를 기어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고 날개의 새끼를 끌렀다. 그런데 학은 잘 걷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 동안 얽매여 시달린 탓이리라. 둘이서 학을 마주 안아 공중에 투쳤다. 별안간 총소리가 들렸다. 학이 두서너 번 날갯짓을 하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맞았구나. 그러나 다음 순간, 바로 옆 풀숲에서 펄럭 단정학 한 마리가 날개를 펴자 땅에 내려앉았던 자기네 학도 긴 목을 뽑아 한번 울음을 울더니 그대로 공중에 날아올라, 두 소년의 머리 위에 둥그러미를 그리며 저쪽 멀리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두 소년은 언제까지나 자기네 학이 사라진 푸른 하늘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 우리 학 사냥이나 한번 하구 가자.”

성삼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덕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내 이걸루 올가밀 만들어 놀게 너 학을 몰아오너라.”

포승줄을 풀어 쥐더니, 어느새 성삼이는 잡풀 새로 기는 걸음을 쳤다.

대번 덕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걷혔다. 좀 전에, 너는 총살감이라던 말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성삼이가 기어가는 쪽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리라.

저만치서 성삼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오너라!”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논평하고 있다.

인물의 행동과 대화에 의한 극적 제시 방법으로 사건 서술을 일관하고 있다.

서술자가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묘사하고 있다.

서술자가 각 인물의 심리 상태를 서술하되 주로 특정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부수적인 인물이 서술자가 되어 자신의 눈에 비친 대로 주요 인물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0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에 나오는 에 대해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황순원의 소설은 전쟁과 이념을 넘어선 따뜻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은 우정의 회복뿐 아니라 전쟁의 상처 극복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들이 삼팔선 완충 지대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볼 때, 학은 당시 사람들이 바라던 평화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

과거 학이 올가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던 장면과 비슷한 장면이 현재에도 펼쳐지는 것으로 볼 때, 현재의 학은 자유를 찾게 된 덕재를 의미해.

성삼이 학을 통해 덕재와 보냈던 순박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것으로 볼 때, 학은 성삼에게 두 사람의 따뜻한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야.

어린 성삼과 덕재가 쳐 놓은 올가미에 걸려 괴롭힘을 당하는 학은 앞으로 전쟁 중에 성삼과 덕재가 극한 대립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어.

총격을 당해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학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전쟁의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이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날 것이라는 걸 상징한다고 할 수 있어.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성삼은 친구였던 덕재가 지금은 적이 된 사실에 화를 내고 있다.

② ㉡: 성삼덕재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다.

③ ㉢: 덕재아버지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④ ㉣: 덕재성삼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풀어 준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⑤ ㉤: 성삼은 어린 시절 놓쳤던 학을 다시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04 윗글의 흐름으로 볼 때, 의 서사적 기능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극적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구나.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될 것을 암시하고 있구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예고하는 역할을 하는구나.

인물들에게 일어날 불행한 사건의 복선 역할을 하는구나.

사건이 파국으로 향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구나.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황순원,

01 02 03 04

 

해제 이 작품은 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이념적 갈등에서 비롯된 민족의 비극이 인간애의 힘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점 을 보여 주고 있다. 공간의 이동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다 해소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현재의 시점에서 순차적인 진행을 보이지만 중간중간에 몇 개의 과거 사건을 삽입하고 있다. 특히, 두 주인공이 함께했던 과거의 사건은 현실과 대조를 이루 면서 긍정적 결말을 암시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이념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현실 논리와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던 추억 의 대립을 통해 현실 문제의 해결은 인간애의 힘을 회복할 때 가능 해진다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이념을 초월한 우정의 아름다움

전체 줄거리 6·25 전쟁 직후 성삼은 북한군이 도망간 삼팔선 부 근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성삼은 동네 치안대에서 어릴 적 친구였던 덕재가 포승줄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덕재의 호송을 자원한 성삼은 덕재의 죄를 심문하지만 덕재는 농사밖에 모르는 성실한 빈농이라는 이유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되었을 뿐 이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벌판을 지나던 성삼은 그곳에서 덕재와 함께 단정학을 잡았다 풀어 주었던 어린 시절의 기 억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주며 학 사냥을 하 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덕재는 성삼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여 겁을 내지만, 곧 자신을 풀어 주려는 성삼의 의도를 눈치 채고 잡풀 사이로 기기 시작한다.

 

01 서술상 특징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작품의 시점은 작가가 각 인물의 심리 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는 이른바 전지적 작가 시점에 해당한다. ‘이 자식이! 그러면서도 성삼이의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성삼이의 내면 심리가 서술되는가 하면, ‘좀 전에, 너는 총살감이라던 말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성삼이가 기어가는 쪽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리라.’라는 부분에서는 덕재의 심리가 서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덕재의 심리는 그 부분에서만 나타나고 작품의 전편에 걸쳐서는 주로 성삼이의 심리만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전지적 시점에 가깝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서술자가 작품에 직접 등장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는 부분은 찾을 수 없다.

극적 제시 방법은 대사와 행동으로만 사건을 전달하는 연극적인 방법을 뜻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인물의 심리가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외부적인 사실만 서술하는 것은 관찰자 시점을 뜻하므로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부수적인 인물이 주요 인물에 대해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1인칭 관찰자 시점에 해당한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소재에 얽힌 사건의 의미를 파악해 보는 문항이다. 인물의 처지를 중심으로 학의 상징적 의미와 기능을 파악한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어린 시절 성삼과 덕재는 학을 포획하여 올가미에 매어 두고 등에 올라타며 논다. 이렇게 학을 괴롭히던 가해자 성삼과 덕재를 피해자인 학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또 학의 괴로움은 타인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하여 발생하는 것이지만, 성삼과 덕재의 대립은 성삼이 친구인 덕재를 억압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괴로운 처지에 놓인 학이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될 성삼과 덕재의 운명을 상징한다고는 볼 수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삼팔선 완충 지대에 살고 있는 학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원하는 평화를 상징한다.

마지막 장면에 자유롭게 날고 있는 학은 자유를 찾은 덕재를 의미한다.

학을 본 성삼은 어린 시절 덕재와 했던 학 사냥을 떠올리게 된다.

총격에도 살아난 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날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03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성삼덕재를 묶었던 포승줄을 풀고 덕재에게 학을 몰아오라고 한 것은, 어린 시절 놓쳤던 을 다시 잡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 ‘성삼은 과거 회상을 통해 덕재와 나누었던 우정을 떠올리고는 친구인 덕재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기 위해 덕재에게 학을 몰아오라고 한 것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성삼은 어릴 적 친구였던 덕재가 적이 된 현실에 화를 내고 있다.

성삼은 덕재의 말을 듣고 답답한 마음이 풀리게 되었다.

덕재는 앓아누운 아버지 때문에 도망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 덕재는 성삼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04 소재의 기능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작품에서 공간의 위치는 인물 간의 갈등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마을에서 성삼이 포승줄에 묶인 덕재를 보면서 인물 간의 갈등이 유발되고, ‘동구 밖을 거쳐 고갯길을 오르는 사이에 두 인물의 갈등이 고조된다. 그리고 고갯마루를 넘을 때에는 성삼이 덕재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고갯마루를 넘었다는 것은 앞으로 성삼과 덕재의 갈등이 해소될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뒤에 두 인물이 걷던 들판에서는 인물 간의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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