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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2015 EBS 수능특강 A] - 수능 연습 ❹ 현진건, ‘고향’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06|조회수1,580 목록 댓글 0

수능 연습 현대 소설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 고향에서 오누마.”

하고 그는 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신세타령의 [실마리]는 풀려 나왔다.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H란 외딴 동리였다. 한 백 호 남짓한 그곳 주민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을 부치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후하였다. 그러므로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 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직접으로 회사에 소작료를 바치게 되었으면 그래도 나으련만, 소위 중간 소작인이란 것이 생겨나서 저는 손에 흙 한 번 만져 보지도 않고 동척엔 소작인 노릇을 하며 실작인에게는 지주 행세를 하게 되었다. 동척에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 소작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이 3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죽겠다’, ‘못살겠다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내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 갔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 가는 운명이 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그곳의 비옥한 전야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 이라, 무슨 형세로 적어도 1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아홉 살밖에 안 된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 가던 중, 4년이 못 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흰죽 한 모금도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그의 눈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졌음이리라.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 준 정종병 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셨다. 악착한 운명이 던져 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신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 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규슈 탄광에 있어도 보고, 오사카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자연히 방탕해졌다. 돈은 모으려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구경도 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고향에 가시니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습디까?”

나는 탄식하였다.

반가워하는 사람이 다 뭔기오, 고향이 통 없어졌더마.”

그렇겠지요. 9년 동안이면 퍽 변했겠지요.”

변하고 뭐고 간에 아무것도 없더마.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얼씬을 않더마.”

그러면, 아주 폐동(廢洞)이 되었단 말씀이오?”

, 그렇구마. 무너지다 만 담만 즐비하게 남았더마. 우리 살던 집도 터야 안 남았는기오만 암만 찾아도 못 찾겠더마. 사람 살던 동리가 그렇게 된 것을 혹 구경했는기오?”

하고 그의 짜는 듯한 목은 높아졌다.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 호 살던 동리가 10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

하고 그는 한숨을 쉬며 그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 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

! 가슴이 터지더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두어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 이윽고 나는 이런 말을 물었다.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 되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던 사람이구마.”

하고 그의 얼굴은 더욱 침울해진다.

여간 반갑지 않으셨겠지요?”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아!”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구마.”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 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었다. 그가 열네 살 적부터 그들 부모들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20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처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 현진건, ‘고향

 

0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의 특성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고향의 서사적 구조

외부 이야기 -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한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동행함.

내부 이야기 - 사내(‘’)가 살아온 내력

 

외부 이야기로 인해 내부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내용임이 강조된다.

내부 이야기로 인해 외부 이야기가 복합적인 주제를 가지면서 상징성이 강화된다.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의 주인공이 서로 달라서 두 이야기의 독자성이 강화된다.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배치되어 작품의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교체된다.

내부 이야기가 외부 이야기의 인물과 서술자를 통해 번갈아 제시되면서 서술의 입체성이 강화된다.

 

02 윗글에서 의 대화 전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상대방이 말한 내용이 신뢰할 만한지 평가하며 듣는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듣는다.

상대방의 처지와 심리를 추리하면서 공감을 표하며 듣는다.

상대방의 주관적인 정서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듣는다.

상대방과 유사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일체감을 표시하며 듣는다.

 

03 맥락을 고려할 때, ‘정종이 지닌 서사적 기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의 소통을 매개한다.

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와 구별되는 의 신분을 표상한다.

에 대한 의 연민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의 이야기 구술에서 흐름 조절에 활용된다.

 

04 <보기>를 참고하여 을 중심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작가는 이 소설을 19261그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3월에 조선의 얼굴이라는 단편집에 수록하면서 제목을 고향으로 바꾸었다.

 

의 암울한 처지를 의 고향이나 조국의 처지와 같은 것으로 보는 작가의 시각을 알 수 있겠군.

가 고향을 버리고 떠나온 데 이어 장차 조선을 버리고 타국으로 떠나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군.

의 어두운 표정을 통해 현실에 굴복하는 조선인의 모습을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군.

의 상경을 통해 역사적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추구해야 할 조선의 미래상을 암시하는군.

가 오랜 방황을 빨리 끝내고 고향으로 귀환하기를 바라는 의 소망이 곧 작가의 소망임을 보여 주는군.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A

 

수능 연습 현대 소설

 

01 02 03 04

 

현진건, ‘고향

해제 이 작품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두 인물을 통해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피폐한 삶을 형상화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액자에 해당되는 외부 이야기에는 의 대화가 있고, 그림에 해당되는 내부 이야기에는 의 삶의 내력이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배치되어 있다. ‘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 대한 의 태도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주제 식민지 백성의 신산한 삶의 내력

전체 줄거리 는 서울행 기차 안에서 기이한 행색의 와 자리를 이웃해서 앉게 된다. ‘는 처음에 무지해 보이는 를 거리감을 두고 대하지만, 함께 술을 나누며 가 고생스럽게 살아온 내력을 들으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는 일제에 농토를 빼앗긴 후 서간도에서 부모를 잃고 폐허가 된 고향에 돌아왔으나, 질병과 부채로 폐인이 된 옛 애인을 만났다는 사연을 전한다. ‘는 지금 괴로운 심정으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의 눈물을 통해 조선의 얼굴을 발견한다.

 

01 서사 구조에 대한 이해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인물과 서술자를 통해 번갈아 제시되면서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액자와 그림이 완전히 독립된 상태가 아니고 서로 혼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액자에 해당되는 기차 안에서의 대화 속에서 의 과거가 진술되기도 하지만, 서술자의 요약(‘그의 고향은 ~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그 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으로 제시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서술의 입체성이 강화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역사적 사실에 근거

내부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한 사내(‘’)를 만났다는 외부 이야기가 그 사실성을 강조하여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실마리 복합적인 주제

이 소설의 주제는 라는 식민지 백성의 신산스러운 삶으로 집약된다. 복합적인 주제라고 할 만한 요소는 없다.

실마리 주인공이 서로 달라서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에서 모두 가 주인공이다.

실마리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교체

내부 이야기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는 외부 이야기에서도 지속된다. 작품 분위기의 역동적 교체는 실상과 거리가 멀다.

 

02 대화의 특징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심리를 추리, 공감

이 소설에서 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주된 초점이 되고, ‘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여간 반갑지 않으셨겠지요?”와 같이 의 심리를 추리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곳곳에서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신뢰할 만한지 평가

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듣고 있으며, ‘가 진술하는 이야기의 내용에 대해 신뢰성을 평가하는 발언은 찾을 수 없다.

실마리 자신의 삶을 성찰

의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으며, ‘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거나,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부분은 찾을 수 없다.

실마리 비판적 거리

가 주관적 정서를 표출하기도 하지만, ‘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감하며 듣고 있다.

실마리 유사한 경험을 언급

이 글 이후를 포함하여 갈수록 두 인물이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게 되지만, 이 글에서는 가 유사한 경험을 언급하는 대목은 찾을 수 없다.

 

03 소재의 기능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신분을 표상

정종이라는 술이 특정한 신분을 표상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고로, 이 글 밖에서 그 여자를 만난 자리에서 마신 술도 정종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소통

두 사람은 정종을 따르고 받아먹으면서 사연을 말하고 듣는다.

실마리 정서

악착한 운명이 던져 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신이나 그는 한숨을 쉬며 그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 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등에서 의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실마리 연민

애초에 정종병을 꺼내게 된 계기가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므로, 여기에서 연민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실마리 이야기 구술에서 흐름 조절

이야기를 풀어 나가다가 감정이 격해지거나 하는 대목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므로, 이야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04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고향이나 조국의 처지

단편집의 제목을 이 소설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 구절의 상징성이 크다는 점을 말해 준다. 곧 작가가 그의 얼굴 = 고향의 얼굴 = 조선의 얼굴이라는 등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얼굴이 곧 조선의 얼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이라 할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타국으로 떠나갈 것

작가의 의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고생만 하다 귀국한 사람이 다시 타국으로 떠나갈 것으로 짐작되는 단서는 전혀 없다.

실마리 현실에 굴복하는 조선인

식민지가 된 조선은 역사적 현실에 굴복했다고 본다 하더라도, ‘로 대표되는 조선인이 현실에 굴복했다는 것은 사실과 어긋난다.

실마리 역사적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의 상경은 기본적으로 환경의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을 작가가 전망하고 있는 조선의 미래상으로 볼 수 는 없다.

실마리 고향으로 귀환하기를 바라는 의 소망

의 귀향을 소망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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