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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2015 EBS 수능특강 A] - 실전 모의고사 1회 - 채만식, ‘태평천하’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07|조회수3,330 목록 댓글 0

[34~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랑채로 들어간 두목이, 한 수하를 시켜 윗미닫이를 열어젖히고서 성큼 마루로 올라설 때에, 그는 뜻밖에도 이편을 앙연히 노려보고 있는 말대가리 윤용규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두목은 주춤하지 않지 못했습니다. 그는 윤용규가 이 위급한 판에 한 발자국이라도 도망질을 치려고 서둘렀지, 이다지도 대담하게, 오냐 어서 오란 듯이 버티고 있을 줄은 천만 생각 밖이었던 것입니다.

더욱, 핏기 없이 수척한 얼굴에 병색을 띠고서도, 일변 악이 잔뜩 올라 이편을 무섭게 노려보는 그 머리 센 늙은이의 살기스런 양자가 희미한 쇠기름불에 어른거리는 양이라니, 무슨 원귀와도 같았습니다.

두목은 만약 제 등 뒤에 수하들이 겨누고 있는 십여 대의 총부리와 녹슬었으나마 칼들과 몽둥이들과 도끼들이 없었으면, 그는 가슴이 서늘한 대로 물심물심 뒤로 물러섰을는지도 모릅니다.

으응, 너 잘 기대리구 있다!”

두목은 하마 꺾이려던 기운을 돋우어 한마디 으릅니다. 실상 이 두목(그러니까 오늘 밤의 이 패들)과 말대가리 윤용규와는 처음 만나는 게 아니고 바로 구면입니다. 달포 전에 쳐들어와서 돈 삼백 냥을 빼앗고, 그 밖에 소 한 마리와 패물과 어음 몇 쪽을 털어 간 그 패들입니다. 그래서 화적패들도 주인을 잘 알려니와 주인 되는 윤용규도 두목의 얼굴만은 익히 알고 있고, 그러고도 또 달리 뼈에 사무치는 원혐이 한 가지 있는 터라, 윤용 규는 무서운 것보다도(이미 피치 못할 살판인지라) 차차로 옳게 뱃속으로부터 분노와 악이 치받쳐 올랐습니다.

이놈 윤가야, 네 들어 보아라!”

두목은 종시 말이 없이 앙연히 앉아 있는 윤용규를 마주 노려보면서, 그 역시 분이 찬 음성으로 꾸짖는 것입니다.

……네가 이놈 관가에다가 찔러서 내 수하를 잡히게 했단 말이지……? 이놈, 그러구두 네가 성할 줄 알었드냐……? 이놈 네가 분명코 찔렀지……?”

오냐, 내가 관가에 들어가서 내 입으루 찔렀다, 그래……?”

퀄퀄하게 대답을 하면서 도사리고 앉은 윤용규의 눈에서는 불이 이는 듯합니다.

……내가 찔렀으니 어쩔 테란 말이냐……? ! 이놈들, 멀쩡하게 도당 모아 갖구 댕기먼서 양민들 노략질이나 히여 먹구, 네가 그러구두 성할 줄 알았더냐? 이놈아……!”

치받치는 악에 소리를 버럭 높이면서 다시,

……괴수놈, 너두 오래 안가서 잽힐 테니 두구 보아라! 네모가지에 작두날이 내릴 때가 머잖었느니라, 이노옴!

하고는 부드득 이를 갈아붙입니다.

목전의 절박한 사실에 대한 일종의 발악임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변 깊이 생각을 하면 하나의 웅장한 선언일 것입니다.

핍박하는 자에게 대한, 일후의 보복과 승리를 보류하는 자신 있는 선언…….

사실로 윤용규는, 무식하고 소박하나마 시대가 차차로 금권(金權)이 유세해 감을 막연히 인식을 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러므로, 비단 화적패들에게만 대한 선언인 것이 아니라, 그 야속하고 토색질을 방자히 하는 수령까지도 넣어, 전압박자에게 대고 부르짖는 선전의 포고였을 것입니다. 가령 그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고 못 하고는 고만두고라도……, 말입니다.

……이놈들! 밤이 어둡다구, 백 년 가두 날이 안 샐 줄 아느냐? 두구 보자, 이놈들!”

윤용규는 연하여 이렇게 살기등등하니 악을 쓰는 것입니다.

, 이놈, 희떠운 소리 헌다! !”

 

[중략 부분의 줄거리] 화적패의 두목은 체포된 부하를 구하는 데 필요한 뇌물을 윤용규에게 요구하지만, 윤용규는 끝내 거절하고 저항하다가 화적패의 부하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윤용규가 마지막, 목덜미에 도끼를 맞고 엎드러지자, 피를 본 두목은 두 눈이 불덩이같이 벌컥 뒤집혀졌습니다. 그는 실상 윤용규를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윤용규 하나쯤 죽이기를 차마 못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제 구혈로 잡아가쟀던 것입니다. 한때 만주에서 마적들이 하던 그 짓이지요. 볼모로 잡아다 두고서 가족들로 하여금 이편의 요구를 듣게 하쟀던 것입니다.

노적(露積)허구 곡간에다가 불질러랏!”

두목은 뒤집힌 눈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윤용규를 노려보다가 수하를 사납게 호통하던 것입니다. 이윽고 노적과 곡간에서 하늘을 찌를 듯 불길이 솟아오르고, 동네 사람들이 그제야 여남은 모여들어 부질없이 물을 끼얹고 하는 판에, 발가벗은 윤두꺼비가 비로소 돌아왔습니다. 화적은 물론 벌써 물러갔고요. 윤두꺼비는 피에 물들어 참혹히 죽어 넘어진 부친의 시체를 안고 땅을 치면서,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고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진정하고는, 불끈 일어서 이를 부드득 갈면서,

,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또한 웅장한 절규였습니다.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 채만식, ‘태평천하

 

34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두목은 처음에 윤용규의 대응에 당황했지만 기세를 잃지 않는다.

두목은 윤용규를 살해함으로써 처음에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한다.

윤용규는 상대방의 협박에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간다.

윤용규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

윤두꺼비는 가정사의 불행을 막지 못한 동네 사람들을 원망한다.

 

35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에 비해 청자가 더 구체적이다.

② ㉠에 담긴 정서는 에서 증폭되어 나타난다.

③ ㉠은 전략적 의도에서, 은 즉흥적 감정에서 나온 말이다.

④ ㉠모두 인물들의 피해 의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⑤ ㉠모두 반어적 표현을 통해 골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6 <보기>를 바탕으로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소설에서 시점은 누구의 목소리로 말하는가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누구의 눈으로 보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술자는 자신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직접 서술하기도 하지만,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그의 처지와 인식을 반영하여 서술하기도 한다.

 

① ⓐ는 서술자가 두목의 시각을 반영하여 서술한 것이겠군.

② ⓑ는 서술자 자신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직접 서술한 것이겠군.

③ ⓒ는 서술자 자신이 주관적 해석을 포함하여 직접 서술한 것이겠군.

④ ⓓ는 서술자가 윤용규의 처지와 인식을 추측하여 서술한 것이겠군.

⑤ ⓔ는 서술자가 윤두꺼비의 인식을 반영하여 서술한 것이겠군.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A

 

34~36

채만식, ‘태평천하

해제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지주이자 고리대금업자인 윤 직원 영감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중산 계층의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서술자는 반어적 수법으로 부정적인 인물을 희화화하고 있으며, 독특한 어투를 사용하여 독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부정적 인물을 조롱하고 있다. 제목인 태평천하는 윤 직원 영감이 일제 강점기를 지칭하는 단어로서, 그의 왜곡된 현실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야기를 구연하는 듯한 문체가 특징적이다.

주제 일제 강점기 한 지주 집안의 세대 간 갈등과 가족의 붕괴

전체 줄거리 일제 시대의 지주이자 고리대금업자인 윤 직원 영감은 일본인이 들어와 불한당을 막아 주고 천하태평을 보장해 주었다고 믿고 진심으로 일본인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출처가 불확실한 돈을 모았던 그의 아버지가 구한말 시절에 화적들의 습격을 받아서 죽었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과의 결탁을 통해 돈을 벌고 지키기 위해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도 한다. 또 양반 족보를 사서 도금도 한다. 그는 손자 종수와 종학이 군수와 경찰서장이 되어 가문을 빛낼 것을 기대하지만, 아들 창식은 집을 돌보지 않고 노름으로 밤을 새며 가산만 탕진하고 있고, 군수를 시 키려던 손자 종수는 아버지의 첩 옥화와 정을 통하는 불륜을 저지른 . 며느리나 손자며느리도 고분고분하지가 않고 딸마저 시댁에서 소박맞고 와서 함께 살고 있다. 이에 윤 직원 영감은 고압적으로 집안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던 차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던 손자 종학이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충격을 받는다.

 

34 갈등의 양상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윤용규의 대응에 당황

두목은 위기를 느끼고 도망을 치거나 주눅이 들었어야 할 윤용규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서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부하들을 의식하면서 기세를 잃지 않는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처음에 의도했던 목적

두목이 윤용규의 집을 습격한 이유는, 뇌물로 쓸 돈을 그에게 얻어 내기 위해서거나(‘중략 부분의 줄거리참고), 윤용규를 잡아다가 인질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를 죽인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마리 자신감을 잃어

윤용규는 시종일관 주눅 들지 않고 화적패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실마리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

협상이라고 할 수 없는 대화이기도 하지만, 두목은 윤용규의 비난을 수용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므로 윤용규가 굳이 이런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없다. 두목에 대해 호기로 맞서고 있을 뿐이다.

실마리 동네 사람들을 원망

화적패의 습격은 동네 사람들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사태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망은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에 대한 원망은 보이지 않는다.

 

35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반어, 골계

표현 의도와 표현 내용이 상반되는 것을 반어라고 하며, 반어는 자주 골계적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모두 인물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말로서 반어가 아니다. 다만, 지문을 벗어나 작품 전체로 확장해서 이해하게 되면, 윤용규 부자에 대한 서술자의 서술 태도가 대체로 냉소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발언에서 골계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는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청자

은 윤용규가 두목을 비롯한 화적패와 전 압박자에게 하는 말이고, 은 윤두꺼비가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이다.

실마리 정서, 증폭

에는 공히 자신들의 집안을 수탈한 압박자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은 그 대상이 특정한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은 불특정한 세상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은 아버지의 참혹한 죽음을 눈앞에 둔 발언이어서 당연히 에 담긴 원망과 분노의 정서가 증폭되어 나타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마리 전략적 의도, 즉흥적 감정

은 화적패의 두목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로서 화적패의 기세에 꺾이지 않으려는 전략의 소산이라 할 수 있고, 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인물이 구체적인 청자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말이므로 즉흥적인 감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피해 의식

윤용규’, 윤두꺼비가 화적패나 수령 등 전 압박자들로부터 당한 피해의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다. 두 사람은 모두 화적패 와 수령들로부터 부당하게 핍박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36 서술상의 특징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윤두꺼비의 인식

에 포함된 웅장한’, ‘위대한은 윤두꺼비의 말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 평가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는 서술자 자신이 주관적 입장에서 직접 서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두목의 시각

이편을 무섭게 노려보는에서 이편은 당연히 두목의 위치가 고려된 서술이다. 따라서 이는 두목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비교적 객관적

이 부분에서는 특정 인물의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 서술자가 관찰한 내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주관적 해석

윤용규의 눈에서는 불이 이는 듯합니다.’에는 비유적 표현이 포함 되어 있는데, 이는 서술자의 주관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실마리 윤용규의 처지와 인식

토색질을 하는 압박자에 대해 야속하다거나 방자하다고 느끼는 것은 서술자 자신이 아니라 윤용규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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