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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2015 EBS 수능특강 B] - 실전 모의고사 2회 - 이순원, ‘말을 찾아서’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3.10|조회수2,637 목록 댓글 2

[34~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러니까 거기 나오는 노샌지 나귀 얘긴지만 확실하게 써 달라?”

. 독자들이 작품과 작품 배경을 이해하기 쉽게 작품 얘기 반, 작품 무대 얘기 반, 그런 식으로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 찾아보지 그래요. 나는 안 가 보고도 쓸 수 있을 만큼 봉평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걸 쓰자고 지금 거기 다녀올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저희들은 선생님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드린 건데. 고향도 그쪽이고 해서 .”

적임자가 따로 있겠소? 가서 보고 쓰면 그게 적임잔 거지.”

나는 저쪽에서 무어라고 더 말을 하기 전에 서둘러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실 봉평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가슴속에 묻어 두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린 날 보았던 봉평 장터에 대해서도 그렇고, 메밀꽃 필 무렵 속의 허 생원과 그의 나귀, 또 그들이 걸었던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80(그러나 실제로는 60리밖에 되지 않는) 산길과 그 길옆에 끝없이 펼쳐져 있던 메밀밭에 대해서도 그랬다. 다만 내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 얘기를 하자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작품 속의 나귀가 아닌 또 다른 나귀와 아부제(양아버지) 얘기를 해야 할 것이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어린 시절 는 노새를 끄는 당숙의 양자가 된다. 자식이 없는 당숙은 에게 정성을 기울이지만 노새 애비의 아들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당숙을 거부한다. 당숙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를 맏상주라고 자랑하다가 가 뿌리치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버지는 에게 당숙을 찾아가서 잘못을 빌고 모셔 오라고 한다. 미안함을 느낀 는 수소문을 하여 봉평에 있는 진부옥으로 당숙을 찾아가 아부제라 부르며 돌아가기를 청하고 당숙은 를 대화장에 데려가 시계를 사 준다.

봉평으로 돌아오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부제는 진부옥에서 돈만 받으면 떠날 준비를 하고 흥정산 간조 패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저녁을 먹은 다음에 내려왔다.

, 느들 장래 우리 집 대주 봐라. 우리 아들 얼굴 얼마나 훤한가 한번 보란 말이다. 느 아들들이면 이만한 나이에 혼자 애비 찾아 여게 오겠나?”

아부제는 그들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은 다음 길을 떠나기 전 몇 잔 술을 마시며 연신 내 자랑을 했다. 어제까지는 내가 아부제라고 불러도 그 말을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 못하고 서먹해하더니 이젠 마음껏 그 말을 좋아했다.

언제는 정 붙일 아들이 없어 돌아다닌다더니?”

아들이 없기는, 내가 노새나? 아들이 없게. 애비 산에 가서 안 온다고 이렇게 여게까지 데리로 오는 아들이 있는데. , 이제 나는 아들하구 떠나네. 해 져서 선선할 때 떠나야지. 짐승을 끌구 가는 기 .”

진부옥을 나온 다음 아부제와 나는 밤길을 걸었다. 아니 걷지 않고 마차 앞자리에 타고 밤늦도록 이목정까지 나왔다. 달이 없어도 별이 좋은 밤이었다. 아부제의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조금도 싫지 않았다. 노새는 연신 딸랑딸랑 방울을 울리고, 길옆은 온통 옥수수밭이거나 감자밭, 올갈이 무와 배추를 뽑은 다음 씨를 뿌린 메밀밭이었다. 꽃향기도 좋고 저녁 바람도 시원했다.

수호야.”

.”

니가 날 데리러 완?”

, 아부제.”

니가 날 데리러 여게까지 완?”

, 아부제.”

수호야.”

니가 날 데리러 이 먼 데까지 완?”

, 아부제.”

니가 . 니가 . 나를 애비라구 데리러 완?”

, 아부제.”

돌아오는 길 내내 아부제는 그 말을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새로 찬 야광 시계를 보며 10분이나 20분 간격마다 지금 몇 시 몇 분이 다를 말했다. 자정 통행금지 시간이 다 되어 이목정 말먹이집에 닿았다.

다음 날 아침부터 걸은 길도 그랬다. 끓인 여물을 가마니에 받아 싣고 노새가 맥을 못 추는 한낮만 잠시 그늘에 피했다가 저녁 늦게야 대관령에 닿았다.

자지 않고 떠나면 새벽이면 닿는다.”

아부제.”

.”

그러면 그냥 가요.”

그라이자. 우리 맏상주 시키는 대로. 영 내려가다 중간 반정 집에 가서 뭐 좀 달래서 먹구.”

그리고 또 밤길을 걸었다. 아부제는 마차에 올라타기도 하고, 내리막 언덕이 심한 곳에서는 마차에서 내려 말의 고삐를 잡기도 했다. 그때면 나도 따라 내렸다. 아부제가 그냥 타고 있으라고 해도 그랬다. 그러면서 아부제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영을 넘어왔던가.

아부제.”

.”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그러믄. 누가 묻는 말이라구.”

아부제가 진부옥 아주머이를 좋아했어요?”

그래 보이더나?”

.”

아니다. 내가 좋아한 게 아니구 그쪽에서 그랜 거지. 내가 이래 다 큰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없는 줄 알구. 그러니 니두 내려가 숙모한테 그런 말 하믄 안 된다.”

.”

그러믄 나두 니한테 뭐 물어봐두 되겐?”

.”

니 아버지 어머이가 이렇게 해서 날 데리구 오라구 시키든?”

데리고 오라고 시키긴 했는데, 이렇게 데리고 오라고 시키지는 않았어요.”

날 아부제라고 부르라구 시킨 것두 아니구?”

.”

그럼 니가 니 마음으루다 부른 말인?”

. 아부제.”

그러믄 하나 더 물어두 되겐?”

.”

니 내가 말 끄는 게 싫은?”

.”

그 말만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부제도 그 말을 두 번 묻지 않았다.

아부제.”

.”

나 내려가면 이제 아부제 집에 가서 살려구 해요.”

우리 집에?”

.”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구 시키든?”

아뇨. 지 마음으로요.”

니 마음으로?”

. 그래서 올라올 때 하생골 어머이한테 내 방 하나 치워 놓으라고 했어요.”

수호야.”

.”

아부제는 고맙다. 무슨 말인 줄 알제

.”

그래, 내려가믄 나두 이 짐승 치우지 뭐. 니 싫어하는 걸 계속할 게 뭐 있겐.”

- 이순원, ‘말을 찾아서

 

34.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 출판사의 원고 청탁을 거절한 이유는 원고를 쓰면 언급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진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 당숙을 아부제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당숙의 양자가 되기를 받아들인 것을 의미한다.

아부제가 진부옥에서 사람들에게 한 말은 아부제가 밖으로 떠돌지 않고 심리적으로 안주하는 삶을 살 것임을 의미한다.

아부제가 동일한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은 봉평까지 데리러 간 의 행동에 대한 감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아부제가 대답하지 못한 질문을 다시 묻지 않은 것은 의 결정이 확정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다.

 

35. (보기)의 줄거리이다.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과 을 비교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얼금뱅이요 볼품없는 외모에 왼손잡이인 허 생원은, 털이 여기저기 빠져 있고 눈곱이 낀 나귀와 반평생을 함께 지내며 장돌뱅이 생활을 하고 있다. 봉평장이 서던 날 동업자인 조 선달을 따라 충줏집으로 갔다가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줏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쫓아 버린다. 그러나 자신의 나귀가 괴롭힘을 당함을 알리기 위해 동이가 돌아오자 미안함을 느끼고 그날 밤 그들 셋은 메밀꽃이 핀 산길을 함께 걷게 된다. 자신이 성 서방네 처녀와 우연히 인연을 맺고 헤어진 이야기를 한 뒤, 동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허 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가 냇물에 빠진다. 그러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강릉집 피마에게서 새끼를 얻은 나귀 생각에 그런 것이라 변명하며 동이가 자신과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눈여겨본다.

 

윗글에서 봉평에서 다시 만난 아부제가 그곳에서 출발하여 메밀꽃이 만발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과의 관련성을 고려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윗글의 아부제허 생원과 달리 자식에 대한 열망을 자식에 해당하는 존재에게 드러내는 인물로, 그런 열망이 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로 표출된다.

③ ㉠의 털이 빠지고 늙은 나귀에는 허 생원의 모습이, 윗글의 새끼를 낳지 못하는 노새에는 아부제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④ ㉠동이가 아버지와 우연히 만나게 된 것과 달리, 윗글의 가 봉평에서 아부제를 만난 것은 가 의도한 바이다.

⑤ ㉠나귀와 윗글의 노새는 각각 동이에 대한 허 생원의 시선과 에 대한 아부제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와 관련되어 있다.

 

36. 윗글의 내용을 고려할 때, 와 관련하여 의 부모가 에게 요구한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

금의환향(錦衣還鄕)

삼고초려(三顧草廬)

자승자박(自繩自縛)

천재일우(千載一遇)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B 

 

34~36.

이순원, ‘말을 찾아서

해제

이 작품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패러디한 소설이다. 주인공이면서 관찰자인 이수호라는 인물의 유년의 경험을 통해 자아 성장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어린 시절 수호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양자가 되지만 노새 아비라 불리는 당숙의 양자가 되는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하여 이를 거부한다. 결국 당숙을 아부제라 부르게 되고 양자로 들어가지만 아부제는 아부지(아버지)와 아제(아저씨)를 결합한 말이므로 근본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것이라기보다는 타협에 해당한다. 원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분위기와 향수를 살리면서 원작과 달리 혈육의 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양부와 양자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느끼는 갈등을 통해 더 끈끈하고 애달픈 양부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주제

양부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한 정신적인 성장

전체 줄거리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한 원고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지만 내켜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은별이라는 이름의 노새를 끄는 당숙의 양자가 된다. 자식이 없는 당숙은 를 자랑스러워하며 정성을 기울이지만 는 노새를 끄는 당숙을 부끄러워하며 양자인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한다. 당숙은 자식 없는 설움에 집을 나가고 는 봉평까지 찾아가서 당숙을 만나 아부제라고 부른다. 함께 노새를 끌고 메밀꽃이 핀 밤길을 걸어 돌아오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는 이후 당숙의 집에 거하며 양자로 살게 되지만 노새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노새는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앓다가 죽게 되는데, 그때 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울고 있는 당숙을 본다.

 

34. 작품의 내용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결정이 확정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

아부제가 대답하지 못한 질문을 다시 묻지 않은 것은 의 결정이 확정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 아니라 대답을 짐작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언급하고 싶지 않은 과거

[중략 부분의 줄거리] 바로 윗부분을 통해 원고 청탁을 받아들이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마리) 당숙의 양자가 되기를 받아들인 것을 의미

[중략 부분의 줄거리] 바로 아랫부분과 의 아랫부분을 통해 아부제라고 부르는 것은 당숙의 양자가 되기를 받아들인 것을 의미함을 확인할 수 있다.

(실마리) 밖으로 떠돌지 않고 심리적으로 안주

진부옥에서 사람들이 정 붙일 아들이 없어 돌아다닌다더니?”라고 한 말에 대한 아부제의 반응을 통해 아부제가 밖으로 떠돌지 않고 심리적으로 안주하는 삶을 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마리) ‘의 행동에 대한 감동

[중략 부분의 줄거리] 바로 아랫부분에 제시된 대사를 참고할 때, 메밀밭 길을 걸으며 자신을 데리러 먼 곳까지 온 것을 되풀이하여 묻고 있는 것은 의 행동에 대한 감동이 담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35.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에 대한 아부제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이 글의 노새에 대한 아부제의 시선 변화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과의 관련성을 고려한 장치

(보기)를 통해 의 여정이 봉평에서 출발하여 메밀꽃이 핀 밤길을 걷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아부제의 여정과 같다.

(실마리) 자식에 대한 열망을 자식에 해당하는 존재에게 드러내는 (보기)에서 허 생원은 자식에 대한 열망을 동이에게 드러내고 있지 않으나, 이 글에서 아부제는 그런 열망을 에게 드러내며, ‘가 싫어하는 것을 계속하지 않기 위해 노새를 치우겠다는 헌신적인 태도를 보인다.

(실마리) ‘나귀에는 허 생원의 모습, ‘노새에는 아부제의 모습

얼금뱅이요 볼품없는 허 생원동이를 얻은 것은 털이 빠지고 늙은 나귀가 새끼를 얻은 것과 유사하고, 자식을 낳지 못하는 아부제의 상황이 새끼를 낳지 못하는 노새와 유사하다.

(실마리) 봉평에서 아부제를 만난 것은 가 의도한 바

동이허 생원이 자신의 아버지인 것을 알지 못하며, ‘허 생원역시 동이가 자신의 아들인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만났으므로 그들의 만남은 우연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아부제를 만나기 위해 봉평으로 찾아간다.

 

36. 구절의 의미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 ‘가 당숙의 양자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당숙이 집을 나감.

결자해지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의 부모가 에게 당숙을 데려오도록 한 것은 가 당숙의 양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당숙이 집을 나간 사실과 관련된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실마리) 금의환향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세를 하여 고향에 돌아가거나 돌아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마리) 삼고초려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함. 중국 삼국 시대에, 촉한의 유비가 난양에 은거하고 있던 제갈량의 초옥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한다.

(실마리) 자승자박

자기의 줄로 자기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옭혀 곤란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마리) 천재일우

천 년 동안 단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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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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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릭스 영양 | 작성시간 15.04.01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 작성자체리2 | 작성시간 19.09.26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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