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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현대소설

정한숙, 「전황당인보기」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B)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4.15|조회수2,087 목록 댓글 2

정한숙, 전황당인보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석운이 벼슬길에 오르자 수하인은 인장용 석재 중 최고인 전황석을 구하여 정성껏 이름을 새긴 후 선물한다. 석운은 오준에게 이 인장에 대해 말한다. 오준은 이 인장이 석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도장방에서 새로운 결재 도장을 만들어 오겠다 말한다.

 

글쎄올시다.”

도장방 주인은 인면을 들여다보며 오준의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값이 나가는 것이오?” / “누가 새긴 것입니까?”

수하인이란 사람이 새겼다나 봅디다…….”

주인도 그것이 수하인의 솜씨임을 모르고 물은 말은 아니다. 무슨 까닭에 이 도장이 한 길에 나오게 되었는질 알고 싶어 묻는 말이다.

수하인 같은 분이 새겼다면 값을 말하기가 힘들지요.”

건 무슨 말씀이오?”

우리 영업하는 사람이야 석재와 치수에 따라 값을 정하지만, 수하인 같은 분이야 원래 장사가 아니시니까 헐값에 그냥도 줄 수 있는 반면, 부르는 것이 값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글쎄, 선살 하려면 좋은 석재를 써서 하지, 영 어울려야죠……. 그 좋은 재료를 좀 구경 합시다.”

주인도 그 재료가 무슨 재료인지는 감별할 능력이 없었다. 밀화같이 말끔한 돌이라는 것으로, 혹시나 수하인이 늘 말하던 전황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에게 설명할 필욘 없었다.

주인이 먼지를 훅 불어 내놓는 갑 속엔 각종 석재가 그득히 들어 있었다.

골라 보시우.”

이렇게 뒤섞어져 있는 데선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되었다.

이게 어떻습니까?” / “그야 손님 의향이시죠.”

대리석이죠?”

대리석에다 대겠습니까? 계혈석이란 특수한 돌입니다.”

결재 도장이니까 무늬도 좀 이렇게 울깃불깃한 것이 위엄이 있어 뵈지 않습니까?”

그야, 쓰시는 분 마음이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 같기두 합니다.”

장사치란 손님의 비위에 오르내리는 존재들이지만 오준은 적이 만족했다.

자체(字體)를 고르고 값을 흥정했다. 어차피 새겨 갈 도장이란 것을 눈치챈 주인은 값을 듬뿍이 불렀다.

한 자에 삼천 환씩 치고, 재료값까지 합쳐 만오천 환이면 비싼 값이 아닙니다. 그러구 이런 어른의 도장을 새기면 널리 선전도 되고 해서 처음부터 싼 값으로 부른 것입니다.”

석운 앞에서 오준이 만 환 정도면 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은 값을 알고 한 말이 아니라, 엄청나게 불러 본 것이지만, 실지 그 이상이고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비싼 값이 아닙니다. 서울 장안 다 돌아다니셔도 더 싼값을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결을 보십시오. 품이 곱이나 더 듭니다. 수정과 상아 말씀을 하시지만, 그런 것이라면 제가 이 재료를 사는 셈치고 그냥 새겨 드리지요.”

오준은 그 말엔 귀가 솔깃했다. 이 하치않은 돌 대신 수정이나 상아 도장을 그냥 새겨 준다니 흥정은 된 흥정인 것 같았다.

그러실 것 없이, 이 재료를 맡으시고 상아 도장 하나 더 끼워 만 환으로 합시다.”

주인은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였다.

좀 싼값이긴 해도 그 도장을 수하인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중략>

[A][젊은 친구는 오준이라는 작자가 그 도장을 갖고 와서 결재 도장으로선 어울리진 않는다고 하던 말에서부터 낱낱이 일러바쳤다.

자네 복일세……. 술을 좀 하련가?” / 조용히 묻고 난 수하인은 술상을 청했다.

술을 들면서도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이 마음의 동요를 누르려고 애쓰는 것같이 보여, 젊은 주인은 오히려 미안스러웠다.

그것이 전황석일세, 자네 처음이지?” / “?”

젊은 주인은 전황석이라는 말에 주기가 훅 위로 오르는 것 같았다.

원정 민영익 씨가 쓰던 인장이지……. 그것이 어쩌다 거부 이모()가 갖고 있던 것을 우연스레 구했기에, 석운이 벼슬을 했어도 선사할 것이 있어야지. 그래 보냈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구만. 자네 손에 갔으니 이제야 제값을 불러 줄 사람을 찾은 셈일세.”

수하인이 갖고 가라곤 하지만 젊은 주인은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자기 솜씨라면 뻑뻑 갈아 버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 재료가 귀중한 것이라 해도 마음대로 갈아 버릴 수 없는 물건인즉, 들고 나올 필요가 없었다.

전황석을 알고 쓸 사람이 몇 사람 있겠습니까? 그럴 바에야 선생님이 보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하인은 몇 번 사양했지만 젊은 친구의 고집도 어지간했다. 계혈석 도장을 새겨 주기로 하고 수하인은 그것을 받아 두었다. 버릴 수 없는 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듯싶어 한없이 섭섭했다.

산홍이, 술을 한 잔 따라 주우.”

산홍은 수하인 하라는 대로 술을 따라 권했다.

밖엔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이번엔 잔을 산홍에게 권했다.

산홍은 옛날과 다름없이 두 손으로 받은 잔을 소반 위에 놓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산홍이었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얼굴이면서도 잔주름이 없었다.

수하인은 가라앉은 마음의 흥을 돋구려고 대금(大笒)을 들었다. 귀에 익은 가락이다.

한 잔 술에 얼굴이 붉어진 산홍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지나온 한평생이 대금의 가락 모양 산홍에겐 쓸쓸하고 외로웠다.

가락을 짚는 수하인의 손끝은 허무한 인정에 떨었고, 지그시 감은 긴 살 눈썹이 축축이 젖어 들었다.

 

01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작품은 물질주의적 풍조의 만연으로 전통적 가치가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시대 상황의 한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사물의 내면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이 사물을 교환 가치와 실용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인물들에 의해 폄훼되는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세속적 가치관을 비판하고 결코 버릴 수 없는 정신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수하인은 인장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였기 때문에 이를 선물로 준비한 것이로군.

오준은 수하인이 선물한 인장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실용적 가치를 지닌 다른 물건으로 바꾸려 하고 있어.

자신이 새긴 인장을 돌려받은 수하인의 내면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전통적 가치가 설 자리를 잃어 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군.

도장방 주인은 수하인이 새긴 전황석 인장이 실용적 가치는 있지만 전통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소장하기를 거부한 것이로군.

도장방 주인은 수하인의 인장을 가져온 오준과 능숙하게 흥정하면서도 수하인에게 인장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세속적 가치관에 매몰되지 않는 인물이군.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도장방 주인은 을 이전에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오준은 이 위엄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결재 도장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③ ㉡과 달리 은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다.

도장방 주인은 을 얻기 위해 오준에게 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오준은 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석운에게 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03 [A]<보기>의 시나리오로 각색한 후 이를 촬영한다고 할 때, 각색의 과정에서 고려했을 내용과 촬영의 과정에서 고려할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S#101. 방 안(저녁)

도장방 주인: 선생님께서 새기신 인장 같아서 제가 가져왔지만, 이걸 가져온 사람은 이 인장이 결재 도장으로 어울리지 않아서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수하인: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것이 전황석일세. 구한말 세도가였던 민영익 씨가 쓰던 인장인데 우연히 구했지.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그만한 크기의 금덩어리 열 개를 주더라도 구입하려 애를 쓴다는 물건이야. 그런데 그 친구는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네. 자네 손에 갔으니 이제야 제값을 불러 줄 사람을 찾은 셈일세.

도장방 주인: 선생님의 정성이 어린 그 물건을 제가 어찌 쓰겠습니까. 그냥 간직해 두시지요.

S#102. 방 안(늦은 밤)

수하인 : 산홍이, 술을 한 잔 주련가?

산홍: 세상 인정……. 참 야속하고 허무하네요. 술 한 잔에 모두 잊으세요.

산홍이 술을 따른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그 위로 수하인의 구슬픈 대금 소리가 울린다. 산홍은 대금 소리에 취한 듯 눈을 감는다. 대금 위 수하인의 손가락이 떨리고, 수하인의 눈은 축축하게 젖는다.

각색 (계획)

S#101에서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황석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좀 더 상세하게 전달되도록 해야겠어.

S#101에서는 수하인의 심리를 부각하기 위해 수하인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도록 해야겠어.

S#102에서는 산홍의 대사를 삽입하여 수하인의 심정을 대변하도록 해야겠어.

촬영 (계획)

S#101에서 도장방 주인의 첫 번째 대사에서는 되돌아온 도장에 대해 수하인이 어떤 심정을 보이는가가 초점화되어야 하므로 도장방 주인의 대사는 소리로 처리하고, 화면은 수하인의 얼굴을 보여 주어야겠어.

S#102에서 대금을 연주하는 수하인의 떨리는 손가락과 젖은 눈을 크게 화면에 나타내어 수하인의 내면 심리를 잘 드러내야겠어.

 

도움자료

[2015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08 정한숙, 전황당인보기

01 02 03

 

이 작품은 전통적 예술 정신을 간직한 한 예술가와 세속에 물들어 옛 친구의 정성을 무시하는 인물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제 시하여 잊혀져 가는 전통 예술의 고아함을 일깨워 주는 한편, 세속인들이 전통적 가치를 상업적 감각으로 폄훼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정신적 가치를 잃고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

 

전체 줄거리

친구인 석운이 높은 관직에 오르자, 수하인 강명진은 기념이 될 수 있는 선물을 선사하고 싶어 하던 중, 값으로 따질 수 없이 소중한 전황석을 구하여 이를 가지고 도장을 파기 시작한다. 정성들여 완성한 인장을 들고 석운의 집을 찾아가지만 석운은 없고 그의 아내가 맞이하는데, 석운의 아내는 남편이 들어오자 인장을 건네 준 수하인을 비난한다. 석운 역시 수하인의 인장 선물이 눈에 차지 않았고, 다만 수하인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석운의 친구 오준 역시 인장이 별 쓸모가 없는 것이라 생각 하여 석운에게 결재 도장 하나를 새겨다 줄 것을 약속하고는 그 인장을 들고 나와 도장 가게로 들어가 맡기고는 인장을 파 달라고 한다. 도장 가게 주인은 수하인의 제자와 같은 사람이어서 오준에게 다른 인장을 파 주는 대신 수하인의 인장을 받아 그것을 수하인에게 되돌려 주게 된다. 자신이 석운에게 선물한 인장을 돌려받게 된 수하인은 세상 인정의 각박함에 슬퍼하며 참지 한 권에 천 개나 되는 인장을 연대순으로 찍어 인보(印譜)를 만든다.

 

01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도장방 주인은 수하인이 새긴 전황석 인장이 전통적 가치를 가진 귀중한 물건이기 때문에 함부로 자기가 건드릴 수 없다 고 생각하여 받기를 거부한 것이다. 전황석 인장이 실용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 역시 적절하지 않다.

수하인은 출세한 옛 친구 석운에게 선물로 자신이 가진 귀한 재료인 전황석을 이용하여 인장을 만들어 준다. 이는 수하인이 인장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중시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오준은 수하인이 보낸 인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자신에게 필요한 인장과 바꾸려 한다. 이는 오준이 수하인이 석운이에게 보낸 전황석 인장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선물로 보낸 전황석 인장을 도장방 주인으로부터 받게 된 수하인은 허무한 세상의 인정에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전통적 가치가 설 자리를 잃게 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도장방 주인은 오준이 들고 온 전황석 인장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인장과 능숙하게 교환하는 세속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전황석 인장의 가치를 알고 이를 수하인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세속적 가치관에만 매몰되지 않는 인물이라 말할 수 있다.

 

02 소재의 기능 파악

오준은 결재 도장으로서는 소박해 보이는 전황석보다 화려해 보이는 계혈석이 위엄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더 낫다고 생각 하고 있다.

도장방 주인은 전황석에 대해 예전에 수하인에게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전황석은 밀화와 같이 말끔한 돌이기 때문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와 반대로 계혈석은 울깃불깃한 무늬를 띤 돌로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장방 주인은 계혈석을 마음에 들어 하는 오준에게 자신 의 판단을 유보하고 있을 뿐 계혈석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다.

오준은 도장방에서 전황석 인장과 계혈석 인장을 바꾸고 있으므로 전황석을 자신의 소유로 하기 위해 석운에게 전황석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03 원작의 일부 각색, 재구성

S#101에서 수하인은 전황석에 대한 말을 하고 있을 뿐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S#101의 수하인의 대사는 [A]와 비교할 때 전황석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더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에서는 산홍이가 직접 말을 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없는 반면, S#102에서 산홍이는 세상 인정이 허무하다는 말 을 하고 있다. 이 말을 통해 도장을 돌려받은 수하인의 허 무한 심정이 대신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S#101에서 도장방 주인이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도장방 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수하인의 심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카메라는 도장방 주인이 아니라 수하인의 얼굴을 비추는 것이 더 적절하다.

S#102에서 대금을 연주하는 수하인의 떨리는 손가락과 젖은 눈을 클로즈업으로 처리하여 야속한 인정에 상처받은 수하인의 내면을 좀 더 잘 보여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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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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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릭스 영양 | 작성시간 15.04.27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 작성자엥겔지수 | 작성시간 25.08.13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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