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임을 모시고 있어 임의 일을 내 알거니
물 같은 얼굴이 편하실 적 몇 날인고
봄추위와 여름 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날과 겨울 날씨에는 누가 모셨는고
죽조반 조석 진지를 옛날과 같이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고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사람 올까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잔 말인고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고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어찌 보며
지척을 모르거든 천 리를 바라보랴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자 하니
바람이며 물결이며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나니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집 찬 자리에 밤중에야 돌아오니
벽 가운데 등잔불은 누굴 위해 밝았는고
오르며 내리며 허둥거리며 헤매니
잠깐 동안 기운이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늙었구나
마음에 먹은 말씀 실컷 사뢰자 하니
눈물이 연달아 나니 말인들 어이 하며
정을 못 다하여 목조차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 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
어와 허사로다 이 임이 어디에 갔는고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가엾은 그림자가 날 좇을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있어
임 계신 창 안에 반듯이 비치리라
각시님 ㉠달은 그만두고 궂은 비나 되소서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구의 방식을 통해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②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③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계절의 변화에 따른 화자의 심리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⑤ 공간적 이동에 따른 화자의 행동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02 [보기]를 고려할 때, ㉠에 담긴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달: 하늘에 떠서 지상의 존재를 비춤.
•궂은비: 대상이 있는 지상으로 직접 떨어져 내림.
①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세요.
② 메말라 버린 임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세요.
③ 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마음을 전하세요.
④ 임과 헤어진 후 품었던 원망의 마음을 이젠 버리세요.
⑤ 임에게 당신에 대한 오해의 마음을 풀어 달라고 하세요.
03 윗글의 ‘각시님’과 인터뷰를 했다고 가정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기자: 무슨 일로 그렇게 고민이 많으신가요?
각시님: 임이 아프진 않으신지, 매 끼니 밥은 잘 드시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걱정이에요.…………………………………ⓐ
기자: 그럼 소식을 알려 달라고 하시지요?
각시님: 날마다 소식을 기다리지만 임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해요.……………………………………………‥ⓑ
기자: 혹시 직접 소식을 알아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각시님: 나름대로 이런저런 방법으로 임의 소식을 알기 위해 노력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네요.……………………………‥ⓒ
기자: 그렇군요. 그럼 최근에 임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하셨겠네요?
각시님: 너무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많이 늙으신 임을 만났어요.……………………………………………‥ⓓ
기자: 정말 반가우셨겠네요.
각시님: 네. 임과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새벽닭 소리에 깨서 너무 안타까워요.…………………………………………ⓔ
① ⓐ ② ⓑ ③ ⓒ ④ ⓓ ⑤ ⓔ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A)
정철,「속미인곡」
01 ④ 02 ③ 03 ⑤
해제 ㅣ 정철이 50세에 탄핵을 받아 사직하고 창평에 은거하면서 ‘임금’을 ‘임’에 대응시켜 자신의 충성스러운 마음이 변함없음을 호소한 가사 두 편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는「사미인곡」이고 다른 하나는「속미인곡」이다. 연군의 정을 주제로 삼되 여성 화자를 등장시켜 노래하였는데,「사미인곡」에서는 독백체로,「속미인곡」에서는 대화체로 표현하였다.「사미인곡」의 ‘임이야 날인 줄 모르셔도 내 임 좇으려 하노라’라는 표현은 상사의 병이 깊어 결국 고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차라리 죽어서 범나비 되어 임의 옷에 앉아 따라다니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인데,「속미인곡」에 오면 두 여인의 문답 형식으로 바꾸어 ‘각시님 달은 그만두고 궂은비나 되소서’라는 표현에서 수동적인 ‘달’보다는 적극적인 ‘궂은비’를 통해 한층 절박하고 강렬한 연모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두 ‘미인곡’은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남녀 간의 관계로 대응시켜 비유한 까닭에, 연군의 정은 여성 화자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이것은 일종의 관습적인 표현 방식이다. 여기서 여성 화자는 여성적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적 문화 속에서 여성이 맡았던 성 역할, 곧 순종적이며 의존적인 성향을 보여 주는 것이다.「속미인곡」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성 화자의 진술이 두 개의 어조로 나뉘면서 각기 독립된 인물처럼 기능한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염려하여 조심스러워하는 인물이며,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이렇게 대화 형식의 진술을 취함으로써 이 작품은 서정 양식에서 보기 드문 극적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주제 ㅣ 임금을 그리는 정
구성 ㅣ
서사: 임과 이별한 사연
본사: 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결사: 사랑을 이루려는 간절한 소망
01 표현상 특징 파악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계절의 변화를 드러내는 부분은 존재하지만 이에 따른 화자의 심리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봄추위와 여름 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 가을날과 겨울 날 씨에는 누가 모셨는고’,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어찌 보며 / 지척을 모르거든 천 리를 바라보랴’ 등에서 대구를 통한 운율 감을 확인할 수 있다.
② ‘편하실 적 몇 날인고’, ‘누가 모셨는고’, ‘어디로 가잔 말인고 ’ 등에서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여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고 /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어찌 보며’에서 ‘구름’과 ‘안개’가 ‘일월’을 가려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일월’은 화자가 보고 싶어 하는 ‘임’을 상징한다면 ‘구름’과 ‘안개’는 이를 방해하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자 하니 / 바람이며 물결이며 어수선하게 되었구나’에서 ‘바람’과 ‘물결’도 화자의 소망을 방해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시어라고 볼 수 있다.
⑤ 화자는 임의 소식을 알기 위해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실패 하고, ‘물가’로 내려오지만 역시 실패한다. 이후 ‘초가집’으로 이동하여 ‘풋잠’이 들어 꿈에서 임을 만나게 되므로 공간적 이동에 따른 화자의 행동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02 구절의 의미 파악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화자는 임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차라리 죽어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있어 / 임 계신 창 안에 반듯이 비추리라’라 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하늘의 달이 되어 멀리서라도 임을 보고 싶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궂은비’는 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직접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가 되어서라도 임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화자가 임에 대해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궂은비’에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② 화자가 임의 마음이 메말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
④ 화자는 임과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원망의 마음을 품었다고 보는 것은 적절 하지 않다.
⑤ 임이 화자에 대해 오해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은 나타나지 않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03 화자의 정서, 태도⑤
작품 속에 드러나는 화자의 행동과 그에 따른 화자의 정서를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이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눈물이 연달아 나니 말인들 어이 하며 / 정을 못 다하여 목조 차 메어오니’라고 말하고 있으므로 꿈에서 임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봄추위와 여름 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 가을날과 겨울 날씨에는 누가 모셨는고 / 죽조반 조석 진지를 옛날과 같이 잡수시는가 /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 /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사람 올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③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고 /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어찌 보며 / 지척을 모르거든 천 리를 바라보랴 /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자 하니 / 바람이며 물결이며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나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잠깐 동안 기운이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 정성이 지극 하여 꿈에 임을 보니 /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늙었구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