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나) 흰 구름 프른 니는 골골이 잠겻는듸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丹楓) 봄콧도곤 더 죠해라
천공(天公)이 날을 위후야뫼 빗츨 품여 니도다.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비의 방법으로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② 시상의 전환이 일어나며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③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④ 공간의 이동에 따라 화자의 정서가 바뀌고 있다.
⑤ 대구의 방식을 활용하여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02. (가)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기다려야만 한다.’를 반복하여 고고한 삶에 대한 지향을 강조하고 있군.
② 산봉우리에 살짝 쌓인 눈의 모습을 ‘옅은 화장’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군.
③ ‘차가운 수묵’은 화자가 바라는 겨울 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려 낸 것이군.
④ ‘장밋빛 햇살’은 북한산의 고고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임을 드러내고 있군.
⑤ ‘고고한 높이’는 세속으로부터 벗어난 초연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군.
03.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 ㉡은 화자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게 한다.
② ㉠과 ㉡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상징한다.
③ ㉠은 아쉬움의 정서와, ㉡은 흐뭇함의 정서와 관련이 있다.
④ ㉠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은 소멸의 쓸쓸함을 드러내고 있다.
⑤ ㉠에는 화자와의 일체감이, ㉡에는 화자와의 거리감이 나타난다.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김종길,「고고」/ 김천택,「흰 구름 프른 ᄂᆡ는~」
01 ① 02 ④ 03 ③
가 김종길,「고고」
해제 ㅣ 이 작품은 북한산의 고고한 높이를 통해 삶에서의 고고한 자세를 환기시키면서 북한산이 제 높이를 회복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신록이나 단풍, 혹은 적설, 또는 안개 낀 상황에서는 제 높이를 나타낼 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북한산에서 제일 높은 백운대나 인수봉과 다른 봉우리 혹은 골짜기들 사이에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다른 존재들과 함께할 때 백운대나 인수봉은 그 존재값 혹은 진상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래서 오로지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이 되어야 그 존재값으로서 고고한 높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백운대와 인수봉이, 북한산이 그때를 기다려야 하듯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도 그런 기품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함을 아울러 환기하고 있다.
주제 ㅣ 고고한 삶의 자세 지향
구성 ㅣ
1연:북한산이 고고한 높이를 회복할 겨울까지 기다려야 함.
2연~3연:차가운 수묵으로 젖게 되는 겨울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함.
4연~6연:고고한 높이를 회복할 겨울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함.
나 김천택,「흰 구름 프른 ᄂᆡ는~」
해제 ㅣ 화자는 가을에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봄에 피는 꽃보다 더 좋다고 말하면서 비교의 방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다.
주제 ㅣ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 예찬
구성 ㅣ
초장:하얀 구름의 가을 풍경
중장:가을 단풍과 봄꽃의 비교
종장:가을의 아름다움 예찬
0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가)에서는 ‘신록이나 단풍, /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과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 가볍게 눈’을 쓴 북한산의 모습을 대비하여 드러내고 있고, (나)에서는 ‘추상에 물든 단풍’과 ‘봄콧’을 대비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02 구절의 의미 파악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이라고 했으므로 장밋빛 햇살은 고고함을 쉽게 사라지게 하는 존재로서 고고함이 쉽게 얻기 어려운 것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① ‘기다려야만 한다.’가 1연, 3연, 6연에 반복적으로 제시되면 서 고고함을 얻기 위해 기다림을 감수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가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② 2연 4행에 제시된 ‘가볍게 눈을 쓰고’라는 표현을 통해 높은 봉우리에만 살짝 쌓인 눈의 모습을 ‘옅은 화장’에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시각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수묵화를 통해 화자가 생각하는 겨울 산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⑤ ‘고고’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하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고한 높이’는 화자가 지향하는 초연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시구임을 짐작할 수 있다.
03 소재의 기능 파악 ③
동일한 시어라도 작품의 맥락과 시적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두 작품 속에 있는 동일한 시어에 담긴 함축적 의미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이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은 북한산의 고고한 높이를 드러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한계, 결핍 등으로 인한 아쉬움의 정서와 관련이 있고, ㉡은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끼는 화자의 만족스러움을 드러내는 흐뭇함의 정서와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