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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김시습, ‘이생규장전’[2014년 EBS수능완성 B형][실전 모의고사 5회]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4.11.16|조회수1,694 목록 댓글 0

[40~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송도에 이생(李生)이라는 사람이 낙타교 옆에 살았다. 나이는 열여덟, 풍모가 맑고도 말쑥했으며, 타고난 재주가 대단히 뛰어났다. 그는 국학에 다니면서, 길가에서 시를 읽고는 했다.

그때 선죽리의 명문가에 최씨(崔氏) 처자가 있었는데, 나이는 15, 6세쯤 되었다. 그녀는 자태가 아리따웠고, 자수를 잘했다. 게다가 시문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을 두고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풍류재자 이 도령

요조숙녀 최 낭자.

그 재주 그 모습, 듣기만 해도

주린 창자를 배불리지오.

 

이생은 책을 옆에 끼고 학교에 갈 때 항상 최 씨의 집을 지나쳐 다녔다. 북쪽 담 밖에는 버드나무 수십 그루가 빙 둘러 줄지어 있어, 수양버들의 가지가 간드러지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생은 그 나무 아래서 쉬고는 했다.

어느 날 이생은 담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이름난 꽃들이 만발했고 벌과 새들이 다투어 재잘거리고 있었다. 담장 곁에는 작은 누각이 꽃떨기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데, 주렴이 반쯤 내려져 있고 비단 휘장은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거기에 한 미인이 있었다. 그녀는 자수를 하다가 조금 지쳐서 바늘을 잠시 멈추고 있는 참이었다. 미인은 턱을 괴고서 이런 시를 읊었다.

 

[A][홀로 깁창(1) 가에 수놓는 손길 더디나니

만발한 꽃떨기 속에 꾀꼬리 울음 곱기에

괜스레 봄바람을 가만히 원망하여

바늘 멈추고 묵묵히 님 생각을 한다오.

 

길 가는 저이는 어느 댁 서생이신지

푸른 깃에 너른 띠 버들 사이에 어른거리네.

어떡하면 대청 안 제비가 되어

나지막히 주렴을 스치곤 담장 위로 비껴 넘으랴.]

 

이생은 이 시를 듣고 자기의 글재주를 한번 펴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집의 문호(2)는 아스라히 높았고, 뜨락과 안채도 깊숙했다. 그래서 불만에 차고 서운한 마음으로 하릴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이생은 시 세 수를 지어 흰 종이 한 폭에다가 적고는 그것을 기와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졌다.

 

[B][무산 열두 봉에 안개가 겹겹인데

반쯤 드러난 뾰족 봉은 자색빛 비췻빛 쌓였구나.

초양왕(3)의 외로운 베갯꿈이 안쓰러워

선뜻 구름과 비 되어 양대로 내려오려니.

 

사마상여가 탁문군을 꾀려 할 때(4)

마음에 품은 정이 이미 흠씬 깊었도다.

단청 고운 담머리의 요염한 도리꽃

바람 따라 어디로 어지러이 떨어지나.

 

좋은 인연이냐 궂은 인연이냐

부질없이 시름 앓아 하루가 일년이네.

스물여덟 자 시로 중매가 이뤄졌으니

남교(5)에서 어느 날 신선을 만나랴.]

 

최 처녀는 시녀 향아를 시켜, 가서 살펴보라고 했다. 향아가 그것을 가져다주어서, 최 처녀가 그것을 보니 바로 이생의 시였다. 최 처녀는 종이를 펼쳐서 시를 여러 번 읽은 후,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했다. 그래서는 종이쪽지에 다시 여덟 글자를 적어서 담 밖으로 던졌다. 그 쪽지에는

그대는 의심하지 말고 황혼을 기약하세요.”

라고 쓰여 있었다.

이생은 그 언약대로 날이 어둑어둑해진 틈을 타서 최 처녀의 집으로 갔다. 문득 복숭아나무 한 가지가 담 너머로 휘어져 넘어와 한들한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생은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그네 밧줄에 대나무 교자가 매여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다.

이생은 그것을 붙잡고 담을 넘었다. 때마침 달이 동산에 떠올라서 꽃 그림자가 땅에 가득했으며 맑은 향기가 사랑스러웠다. 이생은 자기가 신선 세계에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이 너무도 비밀스러워 머리칼이 곤두설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김시습, ‘이생규장전

() (1) 깁창: 깁으로 바른 창.

(2) 문호: 집으로 드나드는 문. 혹은 문벌(門閥).

(3) 초양왕: 초나라 양왕. 무산(巫山) 선녀와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짐.

(4) 사마상여가 탁문군을 꾀려 할 때: 사마상여는 전한 때의 문인으로, 젊었을 때 과부 탁문군을 꾀어내 부부가 되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짐.

(5) 남교: 남교에서의 배항과 운영의 만남 이야기가 전해짐.

 

40.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교차시키며 서술하고 있다.

공간 묘사를 통해 사랑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인물 간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조력자의 조언으로 주인공의 고민이 해소되고 있다.

 

4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이생규장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라는 의미이다. ‘이생규장전에서 담[]이란 단순히 이생과 최 처녀의 만남을 막는 물리적 경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지위의 차이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로 인해 넘어서기 어려운 사회적 장벽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이생이 머물고 있던 공간인 담 밖은 그러한 현실적 규범과 질서들이 통용되는 세계이다. 그런데 이생이 그 담 안을 엿보게 되면서[窺墻] 둘 사이에 놓인 장애 요소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생은 시 세 수를 담장 안으로 던지며 최 처녀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군.

최 처녀 집의 문호가 높아 자리를 뜬 이생의 모습에서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사회적 장벽을 알 수 있군.

이생의 시를 읽은 후 최 처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군.

담을 넘는 이생의 모습에서 둘 사이의 장애 요소를 허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군.

최 처녀가 담장을 넘어 나간다면 담 밖의 현실적 규범과 질서들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겠군.

 

42. [A][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A]의 최 처녀는 [B]의 이생과 달리 시각적 심상을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A]에서 최 처녀는 이생을 원망하고 있는 반면, [B]에서 이생은 최 처녀를 그리워하고 있다.

[A]의 최 처녀가 만남을 유도하고 있다면, [B]의 이생은 만남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내걸고 있다.

[A]의 최 처녀는 자연물을 통해, [B]의 이생은 고사(故事)를 활용하여 이성 간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드러내고 있다.

[A]의 최 처녀와 [B]의 이생 모두 특정한 수신자를 전제하지 않고 시를 지었다.

 

43. 에 드러난 이생의 심정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은?

명재경각(命在頃刻) 삼고초려(三顧草廬)

전전긍긍(戰戰兢兢) 절차탁마(切磋琢磨)

후생가외(後生可畏)

 

2014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B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B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5

 

고전 소설 40~43.

김시습, ‘이생규장전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작품은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애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가 두 가문의 신분 차이(또는 문벌 차이), 홍건적의 침입 등과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은 작품의 현실주의적 측면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죽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환상적인 이야기의 전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현실의 질곡을 표현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주제)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

전체 줄거리

개성에 살던 이생이라는 젊은이가 귀족 집안의 최 처녀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발견하고 사랑의 글을 써서 담 너머로 던진다. 그 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생 부모의 반대로 시련을 겪게 된다. 최 처녀 부모의 노력으로 결국 두 사람은 부부가 되고 이생은 과거에 급제한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홍건적의 난으로 여인이 도적의 칼에 맞아 죽고 만다. 이생은 깊은 실의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인이 환신(幻身)하여 이생을 찾아와 두 사람은 다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여인은 자신의 해골을 거두어 장사 지내 줄 것을 부탁하며 이생과 작별한다. 이생은 아내의 말대로 시체를 거두어 장사 지낸다. 그 후 이생은 아내를 지극히 생각한 나머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40. 서술상 특징 파악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공간 묘사, 사랑의 분위기 조성

이생이 들여다본 담장 안을 이름난 꽃들이 만발하고 벌과 새들이 다투어 재잘거리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 이생이 담을 넘은 후 달이 동산에 떠올라서 꽃 그림자가 땅에 가득하고 맑은 향기가 사랑스럽다고 묘사한 부분 등을 통해 최 처녀와의 사랑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안고 있는 이생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서술

이 글은 외부의 서술자에 의해 이생과 최 처녀의 심리가 모두 드러나 있다.

확인: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교차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되고 있지 않다.

확인: 인물 간의 대화가 진행, 갈등이 고조

이생과 최 처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도 않다.

확인: 조력자의 조언으로 주인공의 고민 해소

이 글에서 조력자라고 하면 최 처녀의 시녀 향아이다. 그러나 향아는 둘의 만남에 있어 이생의 편지를 주워다 가져다줄 뿐, 조언을 건네고 있지는 않다.

 

41. 작품의 종합적 이해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

이생의 시를 읽은 후 최 처녀는 날이 저문 후에 만날 것을 먼저 제안하는 적극성을 보인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시 세 수를 담장 안으로 던지며

장벽으로 존재했던 담장 안으로 과감하게 시 세 수를 지어 던진 행위는 사랑을 이루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확인: 문호가 높아 자리를 뜬 이생

문호가 높다는 사실은 최 처녀 집안과 이생의 집안 사이에 문벌의 차이가 있음을 암시한다.

확인: 담을 넘는 이생, 장애 요소를 허물려는 노력

담을 넘는 행위는 이생과 최 처녀 사이에 놓인 물리적 장애와 사회적 장벽 모두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확인: 담 밖의 현실적 규범과 질서들에 부딪혀

담 밖의 세계에서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중시되는 현실적 규범과 질서가 통용되기 때문에 그 차이를 극복하려는 이생과 최 처녀의 사랑은 담 밖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42.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A] 자연물을 통해, [B] 고사를 활용하여 이성 간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

[A]대청 안 제비를 동원해 이성 간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표현하고 있고, [B]초양왕사마상여의 고사를 통해 이를 표현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A]의 최 처녀는 [B]의 이생과 달리 시각적 심상을 활용

[A][B] 모두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확인: 최 처녀는 이생을 원망하고

[A]에서 최 처녀는 이생을 원망하고 있지 않으며, 누군가와의 만남을 강렬히 원하고 있을 뿐이다.

확인: [B]의 이생은 만남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내걸고

[B]의 이생은 만남에 대한 초조함과 바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 만남의 구체적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확인: 수신자를 전제하지 않고

[B]의 이생의 시는 수신자를 전제하고 있다.

 

43. 인물의 심리 파악

:

정답이 정답인 이유

확인: 전전긍긍

이생은 몰래 담을 넘어서 담장 안으로 들어온 데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함.’을 의미하는 전전긍긍이 적절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확인: 명재경각

거의 죽게 되어 곧 숨이 끊어질 지경에 이름.’을 의미한다.

확인: 삼고초려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함을 이르는 말이다.

확인: 절차탁마

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음을 이르는 말이다.

확인: 후생가외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으로, 후진들이 선배들보다 젊고 기력이 좋아, 학문을 닦음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으므로 가히 두렵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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