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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고전/극/수필

'박지원,「양반전」'[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작성자구렛나루|작성시간15.02.25|조회수1,931 목록 댓글 0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부자는 당장에 그 환곡을 관에 바쳤다. 군수가 크게 놀라 웬일인가 하며 그 양반을 위로도 할 겸 어떻게 해서 환곡을 갚게 되었는지 묻기 위해 찾아갔다. 그런데 그 양반이 벙거지를 쓰고 잠방이를 입고 길에 엎드려 소인이라 아뢰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군수가 깜짝 놀라 내려가 붙들며,

그대는 왜 이렇게 자신을 낮추어 욕되게 하시오?”

하니까, 양반이 더욱더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땅에 엎드리며,

황송하옵니다. 소인 놈이 제 몸을 낮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곡을 갚기 위하여 이미 제 양반을 팔았으니, 이 마을의 부자가 이제는 양반입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예전의 칭호를 함부로 쓰면서 스스로 높은 척하오리까?”

했다. 군수가 탄복하며,

군자로다, 부자여! 양반이로다, 부자여! 부자로서 인색하지 않은 것은 의(), 남의 어려운 일을 봐 준 것은 인()이요, 비천한 것을 싫어하고 존귀한 것을 바라는 것은 지()라 할 것이니 이 사람이야 말로 참으로 양반이로고. 아무리 그렇지만 사적으로 주고받았을 뿐 아무런 증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니 이는 소송의 빌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와 너는 고을 백성들을 불러 모아 그들을 증인으로 세우고, 증서를 작성하여 믿게 하자. 군수인 나도 당연히 자수(自手)로 수결(手決)할 것이다.”

했다. 그리고 군수는 관사로 돌아와, 고을 안의 사족(士族) 및 농부, 장인, 장사치들을 모조리 불러다 뜰 앞에 모두 모이게 하고서, 부자를 향소(鄕所)의 바른편에 앉히고 양반은 공형(公兄)의 아래에 서게 하고 다음과 같이 증서를 작성했다.

건륭(乾隆) 10(1745, 영조 21) 9월 모일 위의 명문(明文)은 양반을 값을 쳐서 팔아 관곡을 갚기 위한 것으로서 그 값은 1천 섬이다. 대체 그 양반이란, 이름 붙임 갖가지라. 글 읽는 이는 선비 되고, 벼슬아치는 대부 되고, 덕 있으면 군자란다. 무관 줄은 서쪽이요, 문관 줄은 동쪽이라. 이것이 바로 양반, 네 맘대로 따를지니. 비루한 일 끊어 버리고, 옛사람을 흠모하고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오경(五更)이면 늘 일어나 유황에 불붙여 기름등잔 켜고서, 눈은 코끝을 내리 보며 발꿈치를 괴고 앉아, 얼음 위에 박 밀듯이동래박의(東萊博議)를 줄줄 외어야 한다. 주림 참고 추위 견디고 가난 타령 아예 말며, 이빨을 마주치고 머리 뒤를 손가락으로 퉁기며 침을 입안에 머금고 가볍게 양치질하듯 한 뒤 삼키며 옷소매로 휘양휘항(揮項)을 닦아 먼지 털고 털 무늬를 일으키며, 세수할 땐 주먹 쥐고 벼르듯이 하지 말고, 냄새 없게 이 잘 닦고, 긴 소리로 종을 부르며, 느린 걸음으로 신발을 끌듯이 걸어야 한 다.고문진보(古文眞寶),당시품휘(唐詩品彙)를 깨알같이 베껴 쓰되, 한 줄에 백 글자씩 쓴다. 손에 돈을 쥐지 말고 쌀값도 묻지 말고, 날 더워도 버선 안 벗고 맨상투로 밥상 받지 말고, 밥보다 먼저 국 먹지 말고, 소리 내어 마시지 말고, 젓가락으로 방아 찧지 말고, 생파를 먹지 말고, 술 마시고 수염 빨지 말고, 담배 필 젠 볼이 옴푹 패도록 빨지 말고, 분 나도 아내 치지 말고, 성나도 그릇 차지 말고, 애들에게 주먹질 말고, 뒈져라고 종을 나무라지 말고, 마소를 꾸짖을 때 판 주인까지 싸잡아 욕하지 말고, 병에 무당 부르지 말고, 제사에 중 불러 재()를 올리지 말고, 화로에 불 쬐지 말고, 말할 때 입에서 침을 튀기지 말고, 소 잡지 말고 도박하지 말라.

이상의 모든 행실 가운데 양반에게 어긋난 것이 있다면 이 문서를 관청에 가져와서 변정(卞正)*할 것이다.

성주(城主) 정선 군수가 화압(花押)*하고 좌수와 별감이 증서(證署).”

이에 통인(通引)이 여기저기 도장을 찍는데, 그 소리가 엄고(嚴鼓) 치는 것 같았으며, 모양은 북두칠성과 삼성(參星)이 종횡으로 늘어선 것 같았다. 호장(戶長)이 문서를 다 읽고 나자 부자가 어처구니없어 한참 있다가 하는 말이,

양반이라는 것이 겨우 이것뿐입니까? 제가 듣기로는 양반은 신선 같다는데, 정말 이와 같다면 너무도 심하게 횡령당한 셈이니, 원컨대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고쳐 주십시오.”

하므로, 마침내 증서를 이렇게 고쳐 만들었다.

하느님이 백성 내니, 그 백성은 사농공상(士農工商) 넷이로세. 네 백성 가운데는 선비 가장 귀한지라, 양반으로 불리면 이익이 막대하다. 농사, 장사 아니 하고, 문사(文史) 대강 섭렵하면, 크게 되면 문과(文科) 급제, 작게 되면 진사(進士)로세. 문과 급제 홍패(紅牌)라면 두 자 길이 못 넘는데, 온갖 물건 구비되니, 이게 바로 돈 전대(纏帶), 서른에야 진사 되어 첫 벼슬에 발 디뎌도, 이름난 음관(蔭官) 되어 웅남행(雄南行)으로 잘 섬겨진다. 일산* 바람에 귀가 희고 설렁줄에 배 처지며, 방 안에 떨어진 귀걸이는 어여쁜 기생의 것이요, 뜨락에 흩어져 있는 곡식은 학()을 위한 것이라. 궁한 선비 시골 살면 나름대로 횡포 부려, 이웃 소로 먼저 갈고, 일꾼 뺏어 김을 매도 누가 나를 거역하리. 네놈 코에 잿물 붓고, 상투 잡아 도리질하고, 귀얄수염 다 뽑아도, 감히 원망 없느니라.”

부자가 그 문서 내용을 듣고 있다가 혀를 내두르며,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참으로 맹랑한 일이오. 장차 날더러 도적놈이 되란 말입니까?”

하며 머리를 흔들고 가서는, 종신토록 다시 양반의 일을 입에 내지 않았다.

 

*변정: 옳고 그른 것을 따지어 바로잡음.

*화압: 수결 또는 서명을 이르는 말.

*일산(日傘): 감사, 유수, 수령들이 부임할 때 받치던 양산.

 

01. 윗글의 창작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돈을 중요시하는 세태를 꼬집어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양반 계층의 허위의식을 풍자하여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환곡 제도의 불합리성을 밝혀 보다 효율적인 제도로 개선시키기 위해

신분을 사고파는 행위를 비판하며 근대적 신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한 양반의 청렴결백한 모습을 통해 바람직한 양반상을 제시하기 위해

 

02. ‘군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양반이 환곡을 갚은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양반 신분의 이중적 속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자양반대신 환곡을 갚은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

양반 매매를 인정할 수 있는 증인들을 세우려 하고 있다.

양반의 자격을 시험하기 위한 통과의례를 제시하고 있다.

 

03. 윗글의 흐름을 [보기]와 같이 도식화하여 이해할 때, 이에 대한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양반 신분 매매 ⇨ ⓑ1차 매매 증서 ⇨ ⓒ2차 매매 증서 ⇨ ⓓ매매 계약 파기

① ⓐ군수의 개입 없이 개인끼리 이루어졌군.

② ⓑ가 소송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해 작성한 것이군.

③ ⓑ의 내용에 오류가 있어 를 작성하였군.

④ ⓑ의 내용에 실망한 부자는 결국 를 선택하고 있군.

⑤ ⓒ는 양반의 특권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군.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박지원,양반전

01 02 03

 

해제 조선 전기의 엄격했던 신분 질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계기로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하였고, 조선 후기에는 산업이 발달하면서 평민 계층의 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분을 팔고 사는 양반과 평민 부자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무능하고 위선적인 양반을 풍자 하면서 동시에 양반이라는 신분을 돈으로 사겠다고 하는 천부(賤富)의 속물주의적 속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문서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 문서는 공허한 관념과 가식에 얽매인 양반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며, 두 번째 문서는 특권을 이용하여 개인 적인 이익을 취하는 양반들의 비행을 풍자하고 있다. 이러한 양반의 모습을 희화화하여 풍자함으로써 변모하는 시대의 정신, 즉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공허한 유교적 관념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 양반들의 특권 의식 및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과 풍자

전체 줄거리 강원도 정선에 학덕이 높은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 는 집이 가난하여 관가에서 곡식을 빌려다 먹었는데 그 빚이 천 석에 이르렀다. 순찰 중인 감사가 천 석이나 곡식을 갚지 않은 것에 크게 노하여, 군수에게 그 양반을 가두라고 명한다. 빚 갚을 방도가 없는 양반은 밤낮 울기만 하는데, 평소 양반이 되기를 소원하던 부자 한 사람이 이 소식을 듣고 양반을 찾아가 환곡 천 석을 갚아 주는 대신 양반 신분을 사기로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군수는 양반 신분의 매매 증서를 만들어 서명해 주기로 한다. 군수가 양반 매매 증서에 양반으로서 행해야 할 행동 규범을 적어 주자 부자는 불만을 표하고 다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두 번째 증서의 내용이 양반의 특권임을 알고, 부자는 양반의 생활이 겉치레뿐이고 특권이 도둑들 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양반이 되기를 포기한다.

 

01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무능한 한 양반이 관가의 곡식을 갚지 못하는 모습과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면서 특권을 남용하는 당시 양반 계층의 모습을 제시한 양반 매매 증서를 통해 양반 계층의 부정적인 측면을 풍자하여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02 인물의 성격, 태도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매매 증서를 통해 양반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양반이 누리는 특권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을 양반의 자격을 시험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볼 수는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부자는 당장에 그 환곡을 관에 바쳤다. 군수가 크게 놀라 웬일인가 하며 그 양반을 위로도 할 겸 어떻게 해서 환곡을 갚게 되었는지 묻기 위해 찾아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수는 양반이 수행해야 할 의무를 담은 1차 매매 증서를 작 성하여 부자에게 보여주지만 부자는 더 좋은 것을 요구한 다. 이에 군수는 양반 신분이 누리는 특권을 담은 내용으로 2차 매매 증서를 작성한다. 이를 통해 군수가 양반 신분이 지닌 이중성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수가 탄복하며, /“군자로다, 부자여! 양반이로다, 부자여! 부자로서 인색하지 않은 것은 의요, 남의 어려운 일을 봐 준 것은 인이요, 비천한 것을 싫어하고 존귀한 것을 바라 는 것은 지라 할 것이니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양반이로 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을 백성들을 불러 모아 그들을 증인으로 세우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 작품의 내용 파악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흐름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사건이 전개되는 세부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이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에는 양반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나열되고 있으므로 양반의 의무가 제시되어 있고, 에는 양반이 누리는 무소불위의 행위, 즉 양반의 특권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의 내용에 오류가 있어 를 작성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군수가 ‘~아무리 그렇지만 사적으로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수가 ‘~아무리 그렇지만 사적으로 주고받았을 뿐 아무런 증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니 이는 소송의 빌미가 될 것이 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자가 그 문서 내용을 듣고 있다가 혀를 내두르며,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참으로 맹랑한 일이오. 장차 날더러 도적놈이 되란 말입니까?”/ 하며 머리를 흔들고 가서는, 종신토록 다시 양반의 일을 입에 내지 않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자가 ‘~궁한 선비 시골 살면 나름대로 횡포 부려, 이웃 소로 먼저 갈고, 일꾼 뺏어 김을 매도 누가 나를 거역하리. 네놈 코에 잿물 붓고, 상투 잡아 도리질하고, 귀얄수염 다 뽑아도, 감히 원망 없느니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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